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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관치외풍' 막아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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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관치외풍' 막아낼까
  • 임민희 기자 bravo21@csnews.co.kr
  • 승인 2012.05.17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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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회장 최원병)의 사업구조개편(신용․경제사업 분리)과 관련해 정부가 5조원을 지원키로 한 가운데 최근 농림수산식품부(이하 농림부)가 농협에 부족자본금 지원에 앞서 '경영개선 이행약정서(MOU)'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관치금융'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최원병 농협중앙회장과 신충식 NH농협금융지주 회장 겸 농협은행장 등 농협의 주요 임원들이 MB측근 또는 학교 후배들로 채워진데 대한 비판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지원을 볼모로 경영 개입을 본격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



(서울 충정로에 위치한 농협중앙회 본점)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월 사업구조개편으로 NH농협금융지주가 공식 출범한 가운데 정부의 지원 방식을 놓고 관치금융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정책금융공사가 보유한 주식(산은금융지주 50%, 한국도로공사 50%)출자 1조원(현물)과 NH금융이 농협금융채권(이하 농금채) 4조원을 발행하면 이차보전(한해이자 약 1천600억원을 5년간 지원) 방식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이차보전이란 국가가 특정 부문에 저리의 자금을 지원할 필요가 있을 때 지원자금의 조달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를 보전해 주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농협에 1천600억원 가량의 이차보전액에 대한 MOU 체결을 요구하면서 그 배경을 놓고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농협중앙회 노동조합 측은 "정부는 마치 외환위기 시절의 부실금융기관을 공적자금 투입으로 회생시키기라도 한 듯이 농협에 대해 '경영개선계획 이행약정서'를 강요하며 농협 경영에 개입, 관치를 획책하고 있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전국농업협동조합 노조 역시 "협동조합의 완전한 해체와 사유화의 2012년 판 도상 계획이 바로 정부와 농협중앙회 간 맺을 것으로 확인된 '경영개선이행약정'안"이라며 "경영개선계획 이행 약정을 즉각 폐기하고 주식회사 해체와 협동조합 복원, 현행 농업협동조합법 폐기 및 농협법 전면재개정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농협 노조 측은 정부와 농협중앙회가 맺을 '경영개선 이행약정'이 사실상 경영개입 및 구조조정을 위한 시도로 보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강력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치권 내에서도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농협의 신경분리 정책을 정부가 조속히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6일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정부가 농협의 신경분리에 1조원 현물출자와 4조원의 채권발행에 대한 이자를 부담키로 해놓고 이제 와서 1천600억원의 MOU를 체결하고 300만 조합원과 농민들의 농협을 관치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농림부 측은 관련 의혹을 일체 부인하고 있다.

농림부 농업금융정책과 관계자는 "현재 농협중앙회와 사업구조개편 이행약정서 체결에 대해 협의 중인 건 맞지만 '관치'와는 거리가 멀다"며 "자산매각이나 인력감축, 인건비 등 경영간섭에 해당되는 내용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보통 정부가 재정사업으로 보조금을 줄 때는 사업시행 지침을 만들어서 구체적인 자금사용 용도와 출처 등에 대해 관리감독을 하고 있다"며 "농협의 경우 사업구조개편 목적자체가 경제사업 활성화와 각 부문별 효율화, 농업인의 권익 대변이기 때문에 정부 지원금이 그 목적에 맞게 쓰일 수 있도록 농협 스스로 계획을 세워서 이행하라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한편, NH금융지주가 출범한지 2개월 만에 '관치금융' 논란이 또다시 불거지면서 농협중앙회장 등 경영진에 대한 불신감도 커지고 있다. 최원병 농협중앙회장과 신충식 NH금융지주 회장은 각각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동지상고와 고려대를 나온 사실상 'MB 측근 인사'이기 때문이다.

사실 농협은 지난해 사상초유의 전산사고 발생으로 고객들의 불편을 초래했지만 정작 최원병 회장은 비상근이라는 이유로 처벌을 면했고 거기다 연임에 성공한 것은 물론 정부로부터 '농협개혁'에 기여한 공로로 훈장까지 받는 호사를 누렸다.

농림부는 지난해 9월 최 회장에게 훈장을 줄 계획이었으나 국민적 비판여론을 감안해 수여시기를 미루다가 6개월이 흐른 올해 3월 2일 NH금융지주 출범식에서 훈장을 전달했다.

신충식 회장 겸 농협은행장 역시 내부출신임에도 모피아(옛 재무관료 집단)를 제치고 240조원의 NH금융지주 수장자리를 차지했다. 신 회장은 올해 "영업력 강화로 1조원의 순익 달성"을 자신했지만 관치논란에 따른 노조와의 갈등이 표면화될 경우 목표달성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그간 잦은 전산장애와 대출비리 등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농협중앙회와 농협은행에 대해 이달 중 고강도 종합검사를 벌일 계획이어서 농협 전산시스템의 안전성과 경영투명성, 지배구조 문제가 도마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또 현정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앞으로도 농협 사업구조개편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을 경우 최 회장과 신 회장 등 친정부 인사들의 입지도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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