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충돌사고에도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소비자 불만이 쇄도하고 있지만 제조사가 이를 인정하지 않아 분쟁이 잦아지고 있다.
에어백 터지지 않은데 대해 제조사들은 하나같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천편일률적인 판단만 내놓고 있어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되고 있는 상황.
차량이 반파되는 등 충돌사고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현장 사진을 증거로 제출해도 업체 측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차량 전문가들에 따르면 에어백 전개조건은 충돌 위치, 충돌 각도, 충돌 속도 등 여러 요인에 의해 결정되며 ▶정면충돌이 아닌 사면충돌 ▶충돌속도 약 30Km 이하 ▶전봇대와 같은 기둥과의 정면충돌 등의 경우에는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피해 보상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운전자가 충돌 값과 실제 충돌 값의 비교 등을 통해 에어백이 전개되어야 할 상황이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지만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허울 뿐인 규정이라는 지적이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도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르노삼성, 한국GM, 쌍용자동차 등 국산차를 비롯해 벤츠, BMW, 아우디, 도요타, 렉서스, 혼다, 폭스바겐, 볼보 등의 수입차량에서 다양한 제조사 차량의 에어백 미작동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지만 에어백 불량 여부에 대한 입증이 쉽지 않아 갈등이 깊어지는 경우가 많다.
◆ ‘에어백 터지는 조건’ 제조사도 횡설수설
21일 강원 원주시 단계동 박 모(남.34세)씨는 지난달 도로에서 기아자동차 프라이드를 운전하다 충돌사고가 났지만 에어백이 터지지 않았다며 제품 결함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60km 의 속도로 커브길을 돌다 부주의로 가드레일에 충돌해 차량 보닛이 반파되는 사고였고, 박 씨는 2주를 입원과 통원치료를 받아야 했다.
사고 수습 후 박 씨는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은 것을 알게 됐고 제조사인 기아자동차 측으로 정황을 문의했다. 그러나 조사를 나온 업체 측 직원은 ‘에어백이 안터지는 조건’이라는 설명만 반복할 뿐이었다고.
박 씨는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는 조건이 어떤 경우냐고 업체 측에 되물었지만 에어백에는 이상이 없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제조사 직원조차 설명하지 못하는 에어백을 여태껏 믿고 운전했다니 황당하다. 에어백을 장착했다며 차 값을 올려받을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나몰라라하는 무책임한 태도에 기가 막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아자동차 측은 공식 답변을 미루고 있는 상태다.
◆ 정차 중일때는 차량 완파돼도 에어백 안터진다?
여수시 신기동 장 모(남.29세)씨는 지난 2월 29일 새벽 자신의 차량을 몰고 가다 추돌사고를 당했다. 장 씨가 신호대기 중일때 음주차량이 부딪쳐 차량의 앞부분이 대파되는 큰 사고였다.
사고 후 정비소에서 차량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장 씨는 자동차 제조사 측으로 문의했으나 “차량이 정지 상태일때는 어떤 경우라도 에어백이 터지지 않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엔지니어는 “20km 이상 주행 시에만 에어백이 터진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장 씨는 “차량 앞부분이 완전히 파손됐고 당시 충격도 엄청났는데 에어백이 작동되지 않은 것을 나중에 알고 아찔했다”며 “이번 사고처럼 주행하지 않는 상태에서 난 사고에서는 에어백이 먹통이 된다니 황당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사고 시 에어백은 속도 뿐 아니라 충격 정도와 특성에 따라 복합적인 조건이 충족됐을 때 작동여부가 결정된다”며 “차종에 따라 속도는 조금씩 다르지만 정지상태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장 씨는 “만약 더 큰 차량이 더 빠른속도로 와서 충돌한다면 정지상태의 차량에 탑승한 운전자들은 에어백의 보호 없이 손놓고 끔찍한 사고의 피해자가 되라는 말 아니냐”고 불만을 감추지 못했다.
◆ 사고때는 안 터지더니...슬쩍 교체?
부산 엄궁동 김 모(남.30세)씨는 최근 GM대우자동차 라세티 프리미어를 몰고 가던 도중 3중 추돌사고를 당했다.
사고 후 김 씨는 정면충돌 사고인데도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은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기에 가벼운 뇌진탕을 입는 정도로 끝났지만 보닛이 반파될 정도의 사고였기에 김 씨는 황당하기만 했다.
서비스센터 측의 설명을 들은 김 씨는 다시 어처구니가 없었다. 급브레이크를 밟은 김 씨 차량의 쇼크업소버(완충장치)가 바닥으로 쏠려 앞 차량의 범퍼 아래쪽으로 파고들었으며, 이는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는 각도라는 것.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수리과정에서 전부 400여만 원의 견적이 나왔는데 터지지도 않고 멀쩡하게 남아 있는 에어백까지 교체 대상에 포함돼 있던 것.
김 씨는 “멀쩡한 에어백을 교체한 것은 기존에 장착돼 있던 에어백이 불량이라는 것을 속이기 위해서거나, 수리비를 부풀리기 위한 기만행위 중 하나일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한국GM 측은 아무런 공식 답변을 하지 않았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조현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