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사진)이 지난해 9월 퇴출직전인 미래저축은행의 유상증자 과정에 청탁을 받고 개입한 단서를 확보하고 수사에 착수한 상태. 하지만 김승유 전 회장과 하나금융 측은 청탁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유상증자 청탁 건 외에도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 차명소유의 골프장 회원권을 하나은행이 매입한 경위와 유암코(연합자산관리) 부실거래 개입 의혹 등에 대해 전방위 수사를 벌일 방침이어서 김승유 전 회장측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24일 검찰과 금융계에 따르면 대검찰청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은 최근 수백억원의 회삿돈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구속된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과 관련이 있는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과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지난해 9월 이뤄진 미래저축은행의 유상증자에 도움을 줬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다. 또 23일에는 하나캐피탈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천 회장과 김 전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고려대 경영학과 61학번 동기로 대학 때부터 친분관계가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지난 15년간 하나금융 최고경영자(CEO)로 지내다가 올해 3월 회장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합수단은 당시 김찬경 회장이 천신일 회장에게 유상증자와 관련해 도움을 요청하자 천 회장이 김승유 전 회장을 연결해 줬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나금융계열사인 하나캐피탈은 지난해 9월 미래저축은행에 연10%의 수익률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145억원을 투자했다. 하나캐피탈은 손실을 대비해 미래저축은행 소유의 그림 5점과 김찬경 회장의 주식(54.5%), 부동산 등을 담보로 잡았다.
이와 관련, 하나금융 측은 "적법한 절차에 의해 투자가 이뤄졌을 뿐 청탁 등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당시 미래저축은행은 금감원의 검사를 마쳐 적기시정조치 유예를 받았고 BIS자기자본비율도 8%로 높게 되어 있어 투자를 하게 된 것"이라며 "유상증자는 하나캐피탈만 한 게 아니라 여러 대주주와 직원들이 참여해 그 규모가 800억원을 넘는 걸로 안다"고 투자배경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투자손실 우려에 대해 "담보물을 굉장히 타이트하게 잡아놔 손실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담보물로 잡은 그림 5점 중 이미 3점을 처분해 80억원을 회수했고 나머지 2점도 팔아 10억원을 추가로 회수할 예정이다. 또 공동채무자가 갖고 있는 아파트(감정가 20억원)에 대해서는 법적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아울러 부동산 담보물(감정가 450억원)의 경우 경매 처분되면 선순위(390억원)에 밀릴 수 있지만 매수자를 찾아 시세(550억원)보다 10% 가량 싼값에 매각되면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금융 측은 김찬경 회장이 차명 소유 중인 충남 아산의 '아름다운 골프장' 회원권 18억원 가량을 하나은행이 보유하게 된 배경과 관련, 의혹이 제기되는데 대해서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하나은행이 전국 곳곳에 골프장 회원권을 갖고 있는데 이중 한개가 단지 미래저축은행 소유라는 점 때문에 부각 된 것 같다"며 "서울에서 80km 거리라서 입지도 좋고 충청권에 많은 영업망을 구축하고 있어 활용도가 높아 월 10회 주말부킹을 약속받는 조건으로 회원권을 구매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하나금융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김찬경 회장이 청와대 김모 행정관의 부탁을 받고 김씨 형이 진 빚(160억원)을 탕감해준 사건에 김승유 전 회장이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논란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지난 2009년 김 행정관의 형이 운영하던 S병원은 160억원의 빚을 갚지 못해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이 과정에서 농협중앙회가 보유한 120억원 규모의 선순위 채권을 유암코(국내 6개 시중은행이 설립한 부실채권관리 전문회사)에 27억원에 팔았다. 유암코는 이를 미래저축은행 특수목적법인(SPC)에 50억원에 되팔았다.
김승유 전 회장은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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