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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수가제가 뭐길래? 환자들만 낙동강 오리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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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수가제가 뭐길래? 환자들만 낙동강 오리알?
  • 윤주애 기자 tree@csnews.co.kr
  • 승인 2012.05.30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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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수가제도(DRG)'를 놓고 정부와 의료계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면서 환자들만 낙동강 오리알이 되는 건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오래 전부터 알고 지냈던 개원가에서는 오는 7월1일부터 도입될 포괄수가제 확대시행을 놓고 볼멘 소리다. 최근들어 부쩍 큰 병원만 찾는 세태에 따라 의사들도 비급여진료에 의존하는 진료환경으로 탈바꿈한지 오래 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 질환군이라고 하지만 발생빈도가 높은 7개 질환군에 대해 일정금액을 정해 진료비를 받도록 한 포괄수가제를 확대 시행한다고 하니 의사들이 펄쩍 뛸 노릇이란 말이다.

보건복지부는 7월부터 백내장, 편도, 맹장, 탈장, 치질, 자궁수술, 제왕절개 분만 등 발생 빈도가 높고 치료가 어느정도 표준화된 7개 질병군에 대해 일정 금액을 정하는 포괄수가제를 전면 확대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당초 미국에서 시작한 포괄수가제를 재정절감제도로 이용하고자 도입했다. 1997년 맹장수술을 시작으로 2001년까지 자연분만·맹장·백내장·제왕절개·치질·탈장 수술 등 발생 빈도가 높은 8개 질병군에 대해 포괄수가제를 시범적으로 실시했다.

그러다가 정부는 2002년 원하는 의료기관으로 포괄수가제를 확대했고, 의원급은 80% 이상 이를 도입했다.

보건복지부는 입원환자에 대해 7개 질환의 포괄수가제가 도입될 경우 환자 본인부담이 연간 100억원 가량 줄어들 뿐 아니라 건강보험재정도 절감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환자 입원비 부담이 치질수술은 병원의 경우 18.8%(20만1천원→16만7천원), 의원은 16.1%(17만1천원→15만원)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맹장수술은 병원 11%(42만9천원→38만8천원), 의원 5.6%(36만1천원→35만5천원)으로 제왕절개분만은 병원 27%(41만3천원→31만3천원), 의원 28.2%(38만7천원→28만3천원)로 축소된다는 것이 정부 측 주장이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가 결사반대에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포괄수가제를 강제로 확대시행할 경우 의료진들이 수익확대에 반하는 진료를 축소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근본적으로 부족한 보험재원을 충당하기 위한 노력보다 의사들의 호주머니 빼앗기에 초점을 뒀다는 지적이다.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급기야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와의 논의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탈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까지 포괄수가제 확대시행에 반발하고 있다.

결국 의료소비자인 국민과 환자들만 정부와 의료계 사이에서 어떤 결말이 날지 노심초사하며 지켜보는 형국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현행 포괄수가제와 행위별수가제 모두 환자의 선택권이 중요치 않았다. 본질적으로 수가제도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관심도 없고 잘 모르는게 현실이다. 단순히 병,의원에서 정해주는대로 수가를 따라왔다는 얘기다.

포괄수가제가 도입될 경우 의사단체에서 항변하는 것처럼 제대로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병원에서 조기 퇴원하거나 무조건 저렴한 의약품 등으로 불이익이 발생할지도 미지수다.

당장 포괄수가제가 도입되면 수술비용이 줄어들지 모르나 이 또한 얼마나 비용절감 효과가 클지 의문이다.

지금처럼 환자들이 의원급보다 병원, 종합병원, 대학병원으로 쏠리는 현상이 지속될 경우 본인부담금 절감효과가 큰 작은 병원보다 비교적 진료비가 비싼 큰 병원을 찾는 사례가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지 않을게 자명하다.

지금이라도 대한의사협회가 건정심에 복귀해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토의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의사라는 직업윤리에서 벗어나는 진료를 할 수 없다며 협상테이블을 박차고 나간 것이겠지만 모양새가 15년간 잠잠하다가 단순히 '돈' 때문에 협의체를 벗어났다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정부도 의료계 입장을 충분히 헤아려 지난 4월 전면 약가인하와 한미FTA 도입으로 분열된 제약협회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환자없이 진료 없고, 의사없이 진료가 없다는사실이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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