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이 초우량고객 유치를 위해 항공권과 특급호텔 이용권 등의 혜택을 겸비한 VVIP마케팅에 열을 올리면서 눈총을 사고 있다.
이 상품은 소수의 부유층 고객을 대상으로 100만~200만원을 호가하는 높은 연회비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실상 비용대비 수익성이 떨어지고 일반 고객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8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이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해 VVIP카드 출시와 연회비 인상을 앞다퉈 추진하고 있지만 과도한 혜택으로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금융당국이 본격 제동을 걸고 나섰다.
실제로 KB국민카드는 지난해 말 아멕스카드와 제휴를 맺고 VVIP카드인 '슈퍼프리미엄 아멕스카드' 출시를 위해 금융감독원에 승인을 요청했지만 6개월째 계류 중이다. 이 VVIP카드는 연회비 300만원에 항공, 여행, 컨시어지를 결합한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해당카드에 대한 약관심사 등의 과정에서 승인을 보류하고 KB국민카드 측에 부가서비스 수정 지침을 내린 상태다. VVIP카드의 과도한 혜택으로 수익성 악화 우려가 있는데다 그 부담이 일반 회원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재 일부 카드사들은 오피니언 리더들을 대상으로 VVIP카드를 발급, 최고급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현대카드의 경우 블랙카드가 대표적이다. 이 카드는 카드발급 심사위원이 따로 구성돼 있으며, 부와 명예 등 일정 기준에 의해 선정한 예비 고객을 초청하는 형식으로 가입을 승인하고 있다.
블랙카드는 연회비 200만원에 호텔 및 명품 브랜드 우대권, 세계적인 명사의 강연 초청, 항공권 예약 대행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삼성카드는 라움카드가 대표적인 VVIP카드 상품으로 200만원의 연회비에 연1회 국제선(중국, 일본, 동남아) 왕복 항공권, 라움회원 전용서비스, 컨시어지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컨시어지 서비스란 고객의 요구를 접수해 수행하는 맞춤형 서비스다. 이밖에 국내 유명 호텔에서 사용 가능한 프리미엄 기프트 바우처 제공 등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신한카드도 연회비 100만원인 프리미어 카드를 통해 항공 관련 서비스 및 특급호텔 멤버십 서비스 등의 혜택을 소수의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VVIP카드는 심사위원회에서 사회적인 지위와 명성, 자산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회원 가입 여부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오피니언리더들의 상징적인 의미로 풀이되고 있다. 까다로운 심사기준에 통과해야만 가입할 수 있는 이 상품은 브랜드 마케팅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비용대비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현대카드 관계자는 "회원들의 월평균 사용액이 연회비를 크게 뛰어넘는데다 연체율이 0%로 리스크 관리 비용이 따로 들지 않기 때문에 수익성 약화 우려는 지나친 기우에 불과하다"며 "자사를 비롯해 카드사들이 연회비를 300만원으로 올리고 서비스도 업그레이드 하려고 했지만 최근 여론을 반영해 연회비 인상을 보류한 상태"라고 해명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VVIP카드가 높은 연회비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외부의 시선이 곱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카드사들의 VVIP마케팅 논란에 대해 "카드 약관 승인 심사에서 비용이 수익을 초과하지 않는 게 관건"이라며 "카드 약관과 상품을 꼼꼼하게 살펴보며 심사하고 있으며, 매년 카드상품의 수익성 점검을 통해 부가서비스가 과한 부분은 제재를 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김문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