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신충식 회장은 올해 "영업력 강화로 1조원의 순이익 달성"을 내걸었지만 출범 초기부터 농협 내부의 갈등 심화로 목표달성에 비상이 걸렸다. 더구나 신 회장은 농협금융지주 출범 100일만에 돌연 지주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농협중앙회(회장 최원병)와 정부가 사업구조개편 이행약정서를 체결한데 대해 농협중앙회 노동조합이 '경영자율성 침해'라며 강력 반발, 이르면 7월경 총파업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감원이 농협중앙회와 농협은행을 대상으로 이달 1일부터 한달동안 지난해 대규모 전산사고와 관련 IT영역과 농협의 지배구조 투명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적정성 등에 대한 검사에 착수해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금감원은 특히 이번 농협 검사에 30여명의 특수은행검사국 인력을 투입하는 등 강도 높은 검사를 진행하고 있어 향후 전산시스템 안전성이나 임직원의 불법행위 등이 드러날 경우 농협금융지주의 경영정상화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 지난해 4월 전산대란 발생 후에도 수차례 인터넷뱅킹이나 현금자동입출금기(ATM기) 마비 등으로 고객들의 원성을 산 바 있다.
사실 신 회장은 지난 3월 2일 농협금융지주 출범식에서 "막강한 영업력을 바탕으로 타금융지주사와 경쟁해 2020년까지 자산규모 420조원, 연간 순이익 3조7천억원의 거대 금융그룹으로 성장시키겠다"며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했다.
또 주력계열사인 농협은행과 생명보험사, 손해보험사, 증권과 선물, 자산운용, 캐피털사 등 7개 자회사간 시너지를 극대화해 올해 1조원의 순익 달성을 자신하기도 했다.
특히 '현장․소통․성과중심‘의 경영과 대도시 채널 확대 등을 통한 영업점 강화에 주력하는 한편, 전산시스템 강화를 위해 IT부서에 102명의 인원을 충원하고 각종 보안시스템을 구축해 고객들의 신뢰회복에 나섰다.
이를 반영하듯 농협금융지주는 출범 한달 만에 645억원의 1분기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비교적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농협은행의 1분기 순익은 665억원을, 농협생명은 114억원, 농협손해보험은 66억원의 순익을 기록한 반면 농협증권은 80억원의 적자를 나타냈다.
하지만 정부의 보조금 지원 문제를 놓고 잡음이 끊이질 않으면서 농협금융지주의 영업전선에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다.
농협 사업구조개편 비용은 총 27조2천억원으로 당초 농협이 보유한 자본금 15조원에 정부가 5조원을 지원하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결국 정부는 정책금융공사가 보유한 1조원의 주식(산은금융지주 50%, 한국도로공사 50%)을 현물출자하고 농협중앙회가 발행한 농업금융채권 4조원에 대한 이자비용만을 5년간 지원(약 8천억원)하기로 했다.
이렇듯 정부 보조금이 대폭 축소된 데다 사업구조개편 이행약정서 체결을 요구하면서 지원금을 볼모로 농협 경영에 개입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부와 농협중앙회 측은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농협중앙회 노조 측은 인력조정에 대한 내용만 완화됐을 뿐 향후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뒀다며 반발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노조 관계자는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는 사업구조개편 이행약정서 철회를 경영진과 정부 측에 요구하고 있지만 서로 책임만 미룰 뿐 아직까지 어떤 대답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이행약정서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원칙대로 파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조합원들의 절대적지지 속에 파업을 결의한 만큼 향후 쟁의행위에 대한 법적 절차를 거쳐 총파업 시기를 결정하겠다"며 "구체적인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빠르면 다음 달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농협 노사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최근에는 겸직 논란에 휩싸였던 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 2명이 전격 사퇴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또한 신충식 회장도 지난 7일 돌연 지주 회장직에서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 회장은 "농협금융이 글로벌 그룹으로 도약하려면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며 "농협은행장으로서 은행 경쟁력 강화에 전념하겠다"고 사퇴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내부출신으로 조직내 신망이 두터웠던 신 회장이 갑자기 사퇴한데는 어떤 외압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금융지주가 출범은 했지만 정부 보조금 축소와 경영개입 논란, 노조 파업 조짐 등으로 상당히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올해는 무리한 영업경쟁을 벌이기보다는 지주사체제 안정과 리스크 관리 등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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