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 기간이 경과되면 오히려 인하될 수 있다던 보험료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기만 하니...그저 당하는 수밖에 없는 겁니까?"
갱신형 보험에 가입했던 소비자들이 보험료 인상기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가입 시 안내받은 '인상 예시율'과 '실제 인상률'이 지나치게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
갱신형 보험의 인상률은 청약서에서도 통상 현재시점에서의 계산을 적용하므로 실제 인상폭은 사실상 예측할 수 없다. 더욱이 순수보장형 상품일 경우 갱신을 거부하면 환급금도 전무해 소비자들은 억울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결국 2009년 10월부터 시행된 '인상률 예상표' 공시 조치는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거세자 금감원은 지난 2011년 8월 7일 '갱신형 보험료 인상 안내강화 방안'을 추가 마련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입시점의 보험료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자신에게 맞는 효율적인 보험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소비자연맹의 박은주 실장은 "보험가입자의 나이가 들면 위험도와 물가가 올라 보험료가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갱신형 보험상품들이 처음엔 싸보이다가도 나중에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오르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사회적 합의를 거쳐 관할 당국의 제재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 청약서에 '인하'된다던 보험료, 32% 인상?
20일 경기 부천시에 사는 박 모(여.31세)씨에 따르면 그는 최근 ING생명으로부터 보험의 특약부분이 인상될 예정이라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박 씨는 지난 2007년 ‘무배당 라이프케어 CI 2종 55세 보험’에 가입해 매 달 8만4천원의 보험료를 납입하고 있다. 사망보장과 암 보험금, 자녀 특약 등을 포함하고 만기 후 연금처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그러나 얼마 전 담당자에게 걸려온 전화에서 “갱신형 특약이 약 2만7천원 인상돼 다음 달부터는 32% 인상된 11만원의 보험료를 내야한다”는 고지를 받고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보험 가입 당시 설계사가 가져온 청약서에는 일정한 시점이 지나면 특약 갱신이 돼도 요금은 오히려 내려간다고 기재돼있었기 때문.
회사 측에 문의하자 상담원은 “같은 연령대 고객의 보험금 수령액이 많아 인상률이 높아졌다”고 답했다.
박 씨는 “설계사가 당시 어떻게 말을 했는지는 상관없다는 식으로 말해 완전히 속은 기분이었다”며 “돈을 더 내고 보장을 받든가 특약부분을 해지하라고 하는데 그동안 꾸준히 납입해온 게 너무 아깝고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해지해볼까도 고려해봤지만 약관에 따라 그동안 납입한 보험료의 43% 밖에 되돌려 받을 수 없어 그마저도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이에 대해 ING생명 관계자는 “갱신형 보험의 인상률은 고객의 나이와 의료비 인상, 보험사의 손해율에 따라 결정되며 규정에 따라 한 달 전 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보험 갱신되자 보험료 두 배로 풀쩍
경상북도 포항시에 사는 이 모(남.38세)씨에 따르면 그는 5년 전 어머니 명의로 월 납입액 1만1천원의 라이나생명 갱신형 보험상품에 가입했다.
며칠 전 이 씨는 보험설계사의 연락을 받았다. 계약기간인 5년이 지나 갱신을 해야한다는 것.
그러나 보험료가 문제가 됐다. 매달 납입해오던 1만1천원의 두 배가 넘는 2만3천500원을 넣으라는 것.
이 씨는 “보험료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계약해지를 하라고 쉽게 말하지만 그럼 여지껏 낸 보험료는 다 날라가는 것 아니냐”며 “순수보장형상품(환급금 없음)이고 갱신형 보험상품인 것도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보험료가 두 배나 오르는 것은 부당하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라이나생명 관계자는 “물가 상승 등의 이유로 보험료가 내려갈 수는 없다”며 “특히 서민대상의 보험상품이 많아 최초 보험료가 저렴한 편인데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보험료 상승을 크게 느끼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고객의 오해가 없도록 계약을 갱신할 때는 반드시 고지한다”며 “이 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추가적인 설명을 통해 조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보험사들, 갱신보험료 인상으로 손실분 손쉽게 해결?...비갱신형 제품과 장단점 비교해야
생명보험 상품이나 손해보험 상품 모두 갱신 보험료 인상에 따른 소비자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갱신형 암보험의 경우 3~5년의 보험기간이 끝나면 높아진 연령을 적용해 계약을 갱신하기 때문에 갱신시마다 보험료가 40~80% 상승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위험률이 높아지면 보험료 상승폭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
실손의료보험 역시 3년마다 갱신할 때 연령 증가분만큼 보험료가 오르고, 여기에 손해율 증가분까지 더하게 된다. 작년말 손보사들의 손해율은 114%로 높은 수준.
보험사들의 손해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자산운용 수익률을 높이거나 사업비 절감 등의 방식만으로 만회가 어렵자 손실의 대부분을 보험료 인상을 통해 쉽게 해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무작정 가입 시 보험료 금액만을 두고 상품을 결정하지 말고 자신의 건강상태나 연령,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갱신형 보험의 경우 처음 가입 시 보험료가 저렴하여 부담 없이 가입할 수 있으며, 질병 초기 발생 시 유리하지만 가입시기가 지나 발병 위험룔이 높아지면 예상보다 훨씬 높은 폭으로 보험료가 인상될 수 있다.
반면 비갱신형 보험의 경우 처음 가입 시 보험료는 비싸지만 위험률 역시 고정적으로 적용 받기 때문에 차후에는 갱신형보다 유리할 수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지승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