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캠페인
[시승기]토요타 86, 속도보다 더 중요한 것을 추구했다
상태바
[시승기]토요타 86, 속도보다 더 중요한 것을 추구했다
  • 유성용 기자 soom2yong@csnews.co.kr
  • 승인 2012.06.19 08: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후륜 구동 스포츠카의 레전드인 토요타 86을 전남 영암 F1 서킷에서 만났다.

86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후지와라 타쿠미'다. 타쿠미는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제작된 일본 애니메이션 '이니셜D'의 주인공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마니아들 사이에서 뜨거운 인기를 누린 이니셜D에서 타쿠미가 낡아 빠진 고물 AE86으로 일본 각지의 고갯길을 누비며 최신형 스포츠카와의 배틀에서 승리하는 장면은 쉽사리 잊혀 지지 않는다.

만화영화 속 AE86은 내리막길을 달릴 때가 아니라면 결코 빠른 차가 아니다. 평지나 오르막에선 거북이에 불과하다. 배틀 상대방 역시 AE86을 보고 상대를 과소평가했다가 타쿠미의 천재적인 드라이빙 실력에 뒤통수를 맞곤 한다.

이번에 국내 시장에 출시된 86에는 타쿠미가 탔던 AE86을 비롯해 '요타 하치'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2000GT, 토요타스포츠800 등 토요타 브랜드 스포츠카들의 DNA가 이어졌다.


특히 86은 AE86의 FR 스포츠 정신을 계승했다. 미디어 행사에서 회사 측은 시작부터 "스피드보다도 더 소중히 해야 할 것이 있다"고 말했을 정도다.

86에는 터보가 장착되지 않았다. 출력도 최신 스포츠카에 어울리지 않는 203마력에 불과하다.

타쿠미가 과거 다운힐에서 보여줬던 퍼포먼스가 고스란히 옮겨진 셈이다. 드라이버 스스로 성능을 최대한 이끌어내면서도 경쾌한 핸들링을 즐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용타이어도 개발하지 않았다. 86의 타다 테츠야 수석엔지니어는 "86은 빨리 달리는 것보다 운전자가 차량과 교감을 통해 스스로 성능을 최대로 이끌어 내며 즐겁게 운전하는 차"라고 말했다.

15여년 전 사이버포뮬러란 일본 애니메이션 속 자동차 컴퓨터 시스템 아스라다와 운전자 하야토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실제로 86에는 그립력이 높은 전용타이어 대신 밸런스를 중요시하는 프리우스의 타이어가 장착돼 있다.

86은 초경량 후륜 구동 콘셉트로 개발됐다. 운전의 즐거움을 추구하기 위해 1mm라도 낮은 차량 중심고 추구에 심혈을 기울였다. 토요타는 "시트 바닥에서 담배 한 개피를 더 들어내라"라는 개발 테마에 맞춰 슈퍼 스포츠카보다 7mm 낮은 시트 포지션을 실현했다.


저관성, 콤팩트, 경량화 등 460mm의 저중심 설계를 이뤄낸 86은 실제로 서킷에서 제힘을 발휘했다.

기자를 조수석에 태운 타츠야 카타오카 선수는 서킷에서 오토차량임에도 불구하고 차체를 미끄러트리며 드리프트를 선보였다.

직접 운전대를 잡았을 때도 86은 고속 및 저속 코너에서 도로에 밀착해 부드럽게 달렸다. 언더스티어도 크지 않았다.

이는 저중심 외에도 토요타 F1 기술에서 착안된 '에어로 핸들링'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공기 흐름을 차량 좌우에 샌드위치처럼 흐르게 해 조종 안정성을 확보한다.

차의 중심을 최대한 낮게 잡아보자는 생각에서 스바루와 손잡고 개발한 2000cc '수평대향 D-4S' 엔진도 한 몫 했다.

86의 전후 무게도 50대 50이 아닌 53대 47로 배분됐다. 운전자가 운전하기 쉬운 조건을 테스트하던 중 발견한 비율이라고 한다.


비교적 낮은 마력에서도 차체 경량화 덕분인지 가속감은 충분했다. 코너와 코너사이 짧은 가속 구간에서도 86 계기판에는 185km/h의 속도가 찍혔다.

0에서 100km/h까지 걸리는 시간은 8.4초다. 스포츠카로서 돋보이는 성능은 아니다 86은 드리프트 및 주행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차다. 민첩한 코너링과 스티어링감이 가장 큰 장점으로 여겨진다.

특히 고속 주행에서는 빠르고 날카롭게 울리는 엔진음이 귀를 즐겁게 한다. 토요타가 최초로 채택한 사운드 크리에이터 덕분이다. 엔진 소리가 파이프를 통해 실내로 고스란히 전해진다.

다만 오토 스포츠모드에서 제동 시에는 스스로 시프트다운을 해 알피엠이 4~5천까지 오르며 '윙윙'거리는 소음이 발생한다. 운전자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 것으로 보인다.

차량 전면부에는 하나의 벌브로 하이빔과 로우빔을 모두 소화하는 HID 헤드램프와 날렵한 디자인의 LED 클리어런스 램프가 적용돼 역동성이 강조됐다.

실내는 지름이 365mm에 불과한 스티어링과 버킷 시트가 스포츠카다운 향기를 풍긴다.

가격은 수동 모델이 3천890만원, 자동 모델이 4천690만원이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