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사가 선점한 백혈병치료제 시장에 도전장을 낸 국산 신약 18호 '슈펙트(일양약품)'가 얼마나 선전할지 주목된다.
26일 일양약품에 따르면 이 회사는 만성골수성백혈병 2차 치료제로 허가받은 '슈펙트'를 오는 9월1일 발매할 계획이다.
이 제품은 미국, 유럽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개발된 신약이다. 전세계적으로 백혈병 치료제는 한국노바티스의 글리벡과 타시그나, 한국BMS의 '스프라이셀', 일양약품의 '슈펙트' 등 단 4품목이 허가를 받은 상태다.
'슈펙트'는 백혈병시장을 독주하고 있는 글리벡(한국노바티스)에 비해 거의 절반 가격으로 판매될 예정이어서 고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회사 측이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저렴하게 약가협상을 이끌어낸 덕분이다.
일양약품은 지난 25일 글리벡보다 47% 저렴하게 슈펙트를 발매할 수 있게 됐다고 약가협상 결과를 발표했다. 슈펙트 등 전문의약품은 정부로부터 가격통제를 받는데 약가협상을 통해 보험급여액이 산정된다.
슈펙트는 하루 약값이 800mg을 기준으로 6만4천원이다. 이는 지난해 출시된 타시그나 800mg이 9만2천200원, 스프라이셀 100mg이 6만6천550원인 것보다 저렴하다.
현재 백혈병치료제 시장을 독주하고 있는 글리벡은 특허 만료 1년 뒤에도 6만8천376원을 받도록 약가협상이 돼 있다. 따라서 슈펙트가 가격면에서 훨씬 강점을 가지게 됐다. 글리벡은 오는 2013년 6월 특허만료를 앞두고 있으며 이후 단계적으로 약가가 인하된다.
슈펙트는 일양약품이 2003년부터 9년여간의 연구개발 끝에 올 1월 국내 허가를 얻었다.
지금은 2차 치료제로 적응증을 받았지만, 1차 치료제로 적응증을 추가받기 위해 지난해 8월부터 다국적 3차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2차 치료제는 1차약에 대해 내성이 생기거나 부작용이 심한 환자 등에 사용될 수 있다. 3차 임상시험은 약 2~5년이 걸리는데, 시험이 종료되고 1차 치료제로 허가될 경우 글리벡 등 글로벌 기업과의 전면전에 나서게 된다.
글로벌 백혈병 시장 규모는 약 5조5천억원(약 50억 달러)로 추정된다. 국내의 경우 매년 300명이 넘는 백혈병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양약품 측은 "슈펙트가 경제적인 가격과 효능, 안전성이 우수한 슈퍼 백혈병 치료제"라며 "국내를 넘어 아시아권 시장을 적극 공략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히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는 한달 약값이 최대 400만원에 달하는 등 GDP대비 높은 약가로 인해 실제 처방이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할 때, 아시아시장에서 급속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슈펙트의 성공을 무조건 장담할 수는 없다.
그동안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허가된 국내 제약사의 신약 가운데 변변한 성공을 거둔 제품이 없기 때문이다.
연구개발에만 5~10년 가량 걸리고, 수십~수천억원을 투입했지만 매출이 미미하거나 심지어 품목허가가 취소된 신약도 있다.
다국적 제약사 제품과의 경쟁에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지 못하고 밀린 경우가 대부분이고, 일부는 부작용 논란으로 실패를 맛봐야 했다.
1999년 출시된 국내 신약 1호 위암치료제인 '선플라주'(SK케미칼)와 6호 관절염치료제 '아피톡신주'는 매출이 거의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1년 출시됐던 동화약품공업의 간암치료제 '밀리칸주'는 시장성이 없어 지난해 하반기 국내에서 철수됐다. 시장에서 기대를 모았던 부광약품의 B형간염치료제 '레보비르'는 부작용 논란과 약가 인하 등 악재가 잇따르면서 처방건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또 동아제약과 SK케미칼, JW중외제약 등이 오리지널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의 아성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동아제약의 '자이데나'와 보령제약의 '카나브'(고혈압치료제)만이 연매출 100억원 이상을 달성하며 겨우 체면을 세웠다.
그러나 지난 5월 비아그라 특허가 만료되면서 값싼 복제약이 쏟아지는 바람에 동아제약 등은 시장점유율 하락을 걱정해야 하는 신세다. 동아제약은 1만원대의 비아그라에 맞춰 고가정책을 유지했지만, 비아그라 복제약은 3천500원부터 6천원대까지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
그동안 되풀이된 '신약 잔혹사'를 슈펙트가 끊을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