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회장 이팔성) 매각과 관련, 입찰제안서 접수 마감일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KB금융지주(회장 어윤대)가 인수전에 참여할지 여부를 놓고 금융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 인수에 회의적이었던 어윤대 KB금융 회장이 최근 '인수참여 검토'로 입장을 급선회하고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역시 KB금융의 참여를 반기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면서 'KB-우리금융 합병'이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두 금융지주사의 합병이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지적과 함께 과거 '국민-주택은행 합병'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우려 등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우리금융 민영화를 놓고 관련이해당사자들의 행보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실제로 어윤대 회장은 그간 "정부 지분은 1%도 용납할 수 없다"며 우리금융 인수전 불참의사를 고수해 왔지만 최근 일부 매체를 통해 "주주이익과 합병시너지 효과가 있는지 검토해보겠다"고 말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KB금융 측은 아직까지 우리금융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하지 않고 있다.
또한 '독자민영화' 추진 의지를 보였던 이팔성 회장도 "KB금융과 합병을 하든, 컨소시엄을 인수하든 상관없다"며 정부와 보조를 맞췄다.
두 최고경영자(CEO)가 사뭇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안개국면이었던 우리금융 매각작업의 향방이 앞으로 어떻게 풀릴지 주목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내달 27일까지 우리금융 입찰제안서를 접수하고 8월 중에 인수적격 예비후보자를 선별해 10월 중에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만약 정부 시나리오대로 KB금융과 우리금융이 합병될 경우 자산규모 750조원, 전체지점 2천120개, 직원수 3만7천명을 보유한 '메가뱅크(초대형은행)'가 탄생하게 된다.
하지만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중복영업점 비율이 70%에 달해 대대적인 점포-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또 KB금융이 정부제안대로 우리금융을 현금주식교환 방식으로 인수한다고 해도 정부 지분이 20%가량 남아 있어 주주들의 주식매수권 행사에 따른 막대한 현금상환으로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더구나 국민은행-우리은행 노조 측은 "정부가 KB금융과 우리금융의 합병을 강행할 경우 금융노조 등과 연대해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온 터라 합병 후폭풍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금융계는 유럽발 재정위기에 따른 주가하락 등 대내외적 시장상황이 어려운데도 정부와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우리금융 매각을 강행하는데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며 KB금융과 우리금융의 합병을 반대하고 있다.
우리금융 매각방식을 분할매각이 아닌 통매각으로 진행하는 것과 국민주 방식을 통한 민영화 등 다른 대안을 배제한 것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KB금융과 우리금융을 무리하게 합병할 경우 과거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당시 '소매금융(리테일부문)'의 강점을 가진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대등합병되면서 현재의 국민은행이 탄생했지만 수년간 채널1(옛 국민은행)과 채널2(주택은행) 출신간의 주도권 싸움과 갈등으로 내분이 끊이질 않았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정부가 우리금융 연내 매각 달성을 위해 KB금융에 무작정 떠넘기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시너지 효과나 독과점 문제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라며 "KB와 우리금융 합병으로 자산규모 700조원의 메가뱅크가 탄생할 경우 독과점 폐해와 대규모 구조조정 문제로 금융시장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고 내년 정권교체 시 정책의 일관성도 유지할 수 없다"고 회의적 견해를 보였다.
이 관계자는 "대형은행간 합병이 시너지보다는 부작용이 크다는 건 과거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사례에서 이미 경험한 바 있다"며 "지난 2001년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합병으로 시장점유율이 40%가 넘었지만 5년 이상 조직간 알력싸움이 지속되면서 영업보다는 조직내 갈등 해소에 바빠 결국 30%대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