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측은 총파업 배경으로 '산별중앙교섭 최종 결렬'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 이면에는 현 정부의 우리금융 민영화 강행과 메가뱅크(초대형은행) 재추진, 농협의 사업구조개편에 대한 이행약정서(MOU) 체결, 정권말 낙하산 인사 등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물론 금융노사는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임단협에 나설 방침이어서 지난해처럼 막판 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우리금융 민영화와 농협 MOU 등 굵직한 현안이 많아 상당한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산별 임단협이 최종 결렬됨에 따라 금융노조는 오는 11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총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해 과반수이상 찬성시 30일 하루 동안 총파업에 들어간다.
이어 내달 1일부터 9일까지 정시 출퇴근과 휴가 동시사용 등 태업 투쟁을 벌이고, 사측이 요구 조건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13일 2차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사실 금융노조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지난 4월부터 총 15차례 대표단 교섭을 벌였으나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이에 금융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해 지난달 29일 중노위에서 조정안을 제시했지만 노사 양측의 거부로 결국 결렬됐다.
금융노조의 주요 요구사항은 임금과 관련, 정규직은 7%+@(지부별 성과 반영) 인상, 비정규직은 정규직 인상률의 2배 및 후생복지 정규직과 동일하게 적용, 정규직 전환시 근속기간 인정 등이다.
또 단체협약과 관련, 노동 강도 해소를 위한 인력채용 확대(현재 인력대비 30% 이상 추가 채용), 과도한 성과급제도(후선역, CS 등) 개선, 2015년 말까지 단계적으로 비정규직 폐지, 정년 도래 이전 조기(명예)퇴직 강요 금지, 대학생 등록금 무이자 대출 지원사업 추진, 노동조합 동의 없이 시행된 성과연봉제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중노위는 금융노조와 사측의 의견을 반영해 정규직은 총액임금 기준 3%를 기준으로 인상, 비정규직은 정규직 임금인상률 이상 인상, 후선역제도, CS제도가 구조조정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제도개선과 적용운용, 정규직 전환제도 도입(무가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 등을 조정안으로 제시했다.
사측은 금융노조가 요구한 사항에 대해 여전히 이견차를 보이면서도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관계자는 "중노위가 제시한 조정안을 토대로 향후 노조 측과 교섭에 응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다만 임단협 외에 우리금융 민영화나 농협 MOU 등의 현안은 우리 권한 밖의 일이라서 해결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임금부분은 당초 노조에서 7%를 요구했지만 사측에서는 경제상황이 어려워 별다른 안을 제시하지 못했는데 중노위가 노사간의 절충된 조정안을 제시한 만큼 충분히 검토해 볼 것"이라며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총파업 상황까지는 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융노조 관계자는 "임단협 교섭결렬에 따른 쟁의행위에 돌입한 것으로 합법적인 쟁의 공간이 마련됐기 때문에 개별 노조에서 우리금융 민영화나 농협 MOU, 낙하산 인사 문제 등을 같이 해결해보기 위해 쟁점화하고 있다"며 "30일 이전에 사측이 노조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겠다고 한다면 총파업은 언제든지 철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임단협에서 '대졸초임삭감 원상회복'을 요구해 총파업 직전까지 갔었는데 정부와 정치권이 뒤늦게 나서면서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 임단협이 타결됐다"며 "올해 역시 15차례 교섭을 벌였지만 이견차로 결렬됐는데 사측의 적극적인 수용의지나 각종 현안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 태도 없이는 임단협 타결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계 일각에서는 금융노조가 대선을 앞두고 기선잡기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임기말 친정부 인사들의 금융계 낙하산과 은행권 구조조정 우려 등으로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전환점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렇듯 금융노조가 임단협을 비롯, 각종 금융현안 해결를 위해 '총파업' 등 강도 높은 투쟁을 예고한 가운데 사용자 측과 금융당국이 어떤 대응을 취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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