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과 그 아들인 박세창 부사장이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유상증자에 참여해 각각 제1․2대 주주에 오른지 한 달여 만에 금호타이어가 '노조파업'이란 난관에 봉착하면서 박 회장의 경영가도에 적신호가 켜졌다.
가뜩이나 경영부실의 책임이 있는 박 회장이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대주주 지위를 복귀한데 대해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금호타이어 노사분규 문제가 계속 불거질 경우 내년 워크아웃 졸업 계획과 박 회장의 경영권 회복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호타이어 노동조합은 2012년도 임금단체협상과 관련, 사측과의 교섭결렬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해 조합원 82.2%의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했다. 노조는 5일 쟁의대책위원회 및 비상확대간부회의를 열어 파업일정 및 대응방향을 확정할 계획이다. 금호타이어 노사는 지난 4월 9일부터 지난달 20일까지 23차례 가량 본교섭 및 실무교섭을 벌였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물론 노사 모두 지속적인 대화의지를 보였지만 노조가 요구한 핵심 사안에 대해 회사 측이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어 협상타결 가능성은 미지수다.
현재 노조 측은 임금 13%인상과 워크아웃 기간 동안 반납한 기본급 5%․상여금 200% 환원, 해고자 원직 복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회사 측은 2010년 임단협 당시 노사합의서에 명시된 '워크아웃 기간 동안 기본급 10% 삭감, 기본급 5%․상여금 200% 반납' 내용을 내세워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호타이어 노조 관계자는 "2010년 임단협이나 지난해 특별합의서에도 '임금동결'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며 "특히 2010년 임단협 때 일반직은 개별동의서를 받아 1년만인 지난 2월부터 반납분을 환원했고 관리감독직도 반장 수당 등을 인상해서 임금인상 상승효과를 보고 있지만 생산직은 계속적인 반납과 삭감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조합원들의 희생과 고통으로 말미암아 지난해 사상최대 실적을 내고 올해 역시 많은 영업이익을 내고 있지만 평균근속 20년된 생산직원의 실수령액은 200만원도 안된다"며 "노조에서도 파업상황까지 가는 것은 원치 않지만 사측이 수정제시안 등 적극적인 교섭의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강경하게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매출액이 3조9천158억원으로 최대 실적을 거둔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전년 동기대비 9.3% 증가한 1조53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61% 증가한 783억원을,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226.7% 증가한 86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2010년 임단협 당시 '워크아웃 기간에 임금동결과 일체의 쟁의행위를 않겠다'고 노조 측이 합의해 놓고 아직 워크아웃이 진행 중임에도 2008년에 받던 임금수준으로 올려달라는 것은 납득이 안된다"며 "현재로선 추후 교섭은 힘들 것 같다"고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일반직의 경우 생산직과 임금테이블이 달라 같은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며 "다만 대화를 통해 임금인상 외에 복지 등 세부적인 부분이나 워크아웃 이후 상황에 대해 논의할 수는 있다"고 타협여지를 남겼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3월에도 노조 측이 흑자전환에 따른 임금조정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서자 사측이 조건부 직장폐쇄로 맞서면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금호타이어 노사갈등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내년을 목표로 워크아웃 졸업 의지를 내비쳤던 박삼구 회장의 경영가도에도 제동이 걸렸다.
박 회장은 지난 3월 금호타이어 등기임원으로 재선임되며 2015년 3월까지 임기를 보장받았다. 또 지난 5월말에는 금호문화재단과 함께 금호타이어 유상증자(1천729억원)에 참여해 10%의 지분을 확보한데 이어 지난달 7일에는 장남 박세창 부사장과 함께 금호산업 증자(2천200억원)에 참여, 14.52%의 지분을 획득하며 대주주 지위를 회복했다.
이로써 박 회장은 지난 2009년 7월 부실경영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지 2년여 만에 경영권을 회복했지만 금호타이어 노사분규 조짐과 경영정상화 문제, 그룹을 위기로 내몬 옛 총수일가가 복귀하는데 대한 비난 여론 등 넘어야할 벽이 높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쯤에 워크아웃 졸업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채권단도 우리와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금호타이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측은 회의적 견해를 보였다.
산업은행 기업구조조정실 관계자는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 졸업시기에 대해 논의된 바 없다"며 "경영정상화 계획 약정 상에는 2014년까지인데 연결기준으로 지난해 순익이 적자를 기록하는 등 아직 워크아웃 졸업을 언급하기에는 시기상조인 것 같다"고 일축했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2009년말 채권단과 경영정상화 이행 약정을 체결하고 2014년 12월 31일까지 부채 9천492억원에 대한 상환유예를 받았다. 이후 채권은행은 신규자금 약 9천억원을 추가로 지원했다.
이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의 경영권 회복과 관련해서도 "금호타이어 증자 이후 채권단은 보유 지분 52%와 CB(전환사채) 등을 합하면 60%가 넘기 때문에 박 회장이 확보한 10%는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며 "채권단에서 직접 경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기존 경영인인 박 회장에게 경영권을 위임했지만 관리측면에서 약정을 맺고 금호에 상주하면서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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