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건설사들의 경우 채권은행들이 추가 자금지원을 거부해 결국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런 이유로 채권은행들이 '경영정상화를 통한 기업 살리기'보다는 채권회수에만 매진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차라리 법정관리가 기업회생에 더 효과적이라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우림건설과 풍림산업에 이어 시공능력평가순위 26위인 벽산건설마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자금지원 문제를 놓고 건설사들과 채권단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건설사들은 채권단이 경영정상화보다는 우량자산 헐값 매각 등을 통해 채권회수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우림건설은 지난 2009년 1월 워크아웃에 들어간 후 최근까지 김포한강신도시 등 5개 아파트 사업 부지를 팔았고, 1조원의 매각대금은 고스란히 채권단에 들어갔다.
2009년 4월 워크아웃에 들어갔던 풍림산업은 기업어음(CP) 423억원을 갚지 못해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벽산건설도 지난달 말까지 채권은행에 47억원의 대금을 상환 못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시중은행들은 관련 의혹을 일축하는 한편, 건설사들이 무리한 주택사업 확대로 부실을 키운 만큼 경쟁력 없는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되고 있는 부동산 경기침체로 주택시장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특히 강남을 비롯해 재건축․재개발단지 등 수도권 주택사업장의 미분양 사태가 심각한데다 공공공사 물량감소와 최저가낙찰제 확대 등 건설 환경도 열악한 상황이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순위 상위 150개 업체 중 2008년 이후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곳은 모두 25개사(워크아웃 18개사, 법정관리 7개사)로 상당수 업체가 미착공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의 이자부담을 견디지 못해 쓰러졌다.
워크아웃 업체의 경우 민간부문 공종별로 주택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40%에 육박하고 있다. 법정관리 업체는 워크아웃 업체에 비해 공공부문, 토목공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지만 2007년 이후 공공공사 물량부족과 수익성 악화 만회를 위한 무리한 주택사업 확대 등으로 경영위기가 심화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건설사 연쇄 도산 위기를 막으려면 부실 PF사업장은 빨리 정리하고 수익성과 안정성이 우수한 우량사업장은 자금지원 등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이룰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는 게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건설경기가 쉽게 회복되기 어렵고 건설사들의 부실이 심화되는 추세인 만큼 워크아웃보다는 법정관리를 통해 장기적 회생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채권단 의견 및 법원의견(판사 직권 판결)을 토대로 회생방안을 마련하고 채무면제 또는 감면, 출자전환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금융당국은 건설사 유동성 부족 해소를 위해 우리․국민은행 등과 워크아웃 건설사 경영정상화계획 이행약정(MOU)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이달 말까지 PF대주단과 채권금융기관 간 자금지원 관계 규정 등의 기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은행권 공동으로 시행 중인 PF정상화뱅크를 올 연말까지 2조원 규모로 확충해 부실채권 매입을 통한 경영정상화를 도모할 방침이다. 아울러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중소건설사들을 위해 3조원 규모의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발행을 지원해 자금난을 완화해 주기로 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지난 2일 간부회의 자리에서 "일시적인 금융 애로를 겪고 있는 건설사를 지원할 수 있는 금융종합대책을 만들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대한건설협회 임종구 조사통계팀장은 "워크아웃 기업들의 공사수입금이나 자산매각대금 중 일정부분은 신규 사업에 재투자돼야 하지만 실상 채권단은 무분별한 채권회수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며 "기업도 영업활동을 해야 이윤창출이 되고 정상화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 팀장은 "워크아웃이 인력감축, 자산매각 등 채권회수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게 낫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정상화를 위한 실질적 지원과 함께 정부 차원에서 추진 중인 채권은행과 PF대주단의 워크아웃업체 자금지원 기준명시 등 경영정상화계획 MOU 개선안이 조속히 마련, 시행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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