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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 꼼수, '병명 있는 진단서' 폭리 상혼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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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 꼼수, '병명 있는 진단서' 폭리 상혼 논란
'보험 청구 서류 간소화' 무용지물.. 정부기관 책임 '핑퐁'
  • 조은지 기자 freezenabi@csnews.co.kr
  • 승인 2012.07.13 0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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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동에 사는 장 모(여.37세)씨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지난 6월 말 복통을 느껴 산부인과를 방문해 초음파 검사를 한 장 씨는 가입하고 있는 L손해보험에 실손 보험을 청구하기 위해  고객센터로 문의했다.

상담원은 ‘병명이 기재된 진단서와 초음파 결과지’를 제출하라고 안내했다. 서류를 갖추기 위해 병원을 찾은 장 씨는 깜짝 놀랐다. 진단서 발급비용이 무려 1만5천700원이라는 것.

장 씨는 “병원비가 3만3천원 나왔고 거기서 진단서 발급비와 자기부담금을 빼면 몇 천원 남는 게 고작인데 오가며 보험금을 청구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황당해 했다.

이에 대해 L손해보험 관계자는 “병원에서 책정 후 과금하는 진료확인서 가격에 대해 보험사 입장에서 가격 시정을 요청하거나 관여할 여지는 없다”고 답했다.

장 씨는 “이젠 소비자가 병원마다 진료확인서가 얼마인지 확인하고 보험금 청구 여부를 결정해야 할 판”이라며 답답해했다.

보험금 청구를 위한 진단서 발급비용이 의료기관마다 제각각이어서 소비자 불만이 끓고 있다.

종합병원은 발급비용이 1만원으로 거의 동일하나 일반 개인병원은 1만원에서 2만원대까지 '부르는 게 값'이다. 그러나 들끓는 민원에도 관련 당국은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해 결국 애꿎은 소비자들만 피해를 겪고 있는 상황.

지난 2010년 5월 금융감독원은  보험 청구 서류 간소화 작업의 일환으로  1~2천원의 간단한 진단서·진료확인서·진료차트 등만으로도 보험금을 신청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개선했다. 하지만 실제 소비자들의 부담 비용은 크게 줄지 않았다.

보험사들이 금감원의 개선방안대로 ‘병명이 있는’ 진단서를 소비자에게 요구하자 의료기관들이 1~2천원의 일반 진단서에는 병명을 기재하지 않고 있기 때문. 1만~2만원의 ‘병명이 있는’ 들어가는 진단서를 따로 발부하는 식의 꼼수를 부리고 있다.

이에대한  소비자들의 민원이 폭주하고 있지만 보건복지부는 "병명있는 진단서를 요구하는 보험사의 문제”라며 책임을 돌렸고 금감원 역시 "진단서의 병명 기재 여부는 의료기관의 문제"라며 외면했다.

◆ 개인병원 진단서 발급비용 1만원에서 2만원까지 제각각

보험금 청구 서류 개선 당시 금감원은 1~2천원의 진단서도 인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병명이 있는’ 진단서로 조건을 둔 것이 소비자들에게 함정으로 작용했다.

일부 의료기관이 병명 기재 여부에 따라 진단서 가격을 차등화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 서울 강남, 종로 등 국내 상급종합병원 및 각 개인병원 10곳의 진단서 발급 비용을 확인한 결과 모든 병원이 ‘병명이 없는’ 일반 진단서·진료확인서는 무료에서 2천원 사이의 금액으로 발급하고 있었다.

그러나 ‘병명이 있는’ 진단서는  상급종합병원 3곳이 모두 초기 발급 1만원, 재발급 1천원으로  동일했다. 그러나 개인병원 7곳은 1만원에서 2만원을 웃도는 등 별다른 기준 없이 부르는 게 값이었다.

재발급의 경우에도 역시나 1천원에서 2만원까지 비용 차이가 났으며 일부 병원은 재발급시에도 처음 발급 가격과 동일하게 청구하고 있었다.

◆ 보건복지부, 금융감독원 떠넘기기에만 급급

지난 2010년 5월 금융감독원은 기존의 입·퇴원, 통원 등의 진단서 발급비용을 1~2만원에서 1~2천원으로, 20만원 미만의 소액 보험금 청구서류를 위한 진단서는 병명이 기재된 입·퇴원 확인서로 대체 가능하도록 개선했다.

금감원은 보험금 청구서류 간소화 효과로 서류 발급비용이 1/10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라 공언했지만  실제로 체감하는 소비자들은 개선 전과 다를 바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보험감독국 관계자는 “진단서 병명 기재 여부는 의사가 판단하는 것이다. 저렴하게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진단서를 발급해줄 수 있으면서 병명을 기재하지 않는 것은 의료기관의 문제이지 보험사의 문제가 아니다”고 답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보험급여팀 관계자는 "보험사로 제출하는 진단서 등은 ‘비급여’ 항목인 탓에 의료기관에 제재를 가하거나 가격 등의 상한선을 부여하기 곤란하다"며 "또한 담당하는 부서가 현재는 없는 실정"이라고 금감원 측으로 슬쩍 미뤘다.

의사의 소견서 작성은 전문적이고 서비스적인 부분이라 직접적 개입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소비자들은 “체감하는 소비자가 불편을 겪고 부당함을 지적해도 금감원은 보험사를,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을 감싸기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011년 상반기 자체종합감사 결과보고서에 ‘의료 진단서 발급 수수료 및 양식 표준화’를 주요 제도개선 사례로 보고한 바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조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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