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중은행들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과 불합리한 가산금리 책정에 따른 수조원의 부당이득 편취 등으로 은행권과 감독소홀의 책임이 있는 금융당국 모두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마당에 '금융노조 총파업'이란 극단의 상황까지 벌어질 경우 금융산업 전체에 크나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KB금융지주의 우리금융지주 인수전 참여 여부가 변수로 남아 있고 이번 현안에 비켜서 있는 신한․하나은행 노조 등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을 방침이어서 '반쪽짜리 총파업'이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가 '사회적 약자보호 및 관치금융 철폐'를 명목으로 12년 만에 총파업을 선언하면서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관련은행들은 대비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관련부서에서 파업관련 대책을 검토 중"이라며 "아직 파업예정일이 남아 있기 때문에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조만간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농협중앙회 등 그룹차원에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해 파업 대비 시나리오를 마련했다"며 "각 영업점의 3급 이상(팀장급 이상) 직원과 비정규직 등 총 5천여명의 비노조원이 영업대체인력으로 투입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반해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등 여타 은행에서는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실제로 관련 은행 노조에서도 총파업 참여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신한은행 노조 관계자는 "KB금융의 우리금융 입찰 참여 문제 등 변수가 많아 총파업 참여여부를 결정짓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임금단체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금융노조는 금융공공성 회복을 정부에 요구, 총파업을 결의했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귀족노조의 배부른 투쟁으로 매도하고 있다"며 "이러한 편견을 깨기 위해 26일 금융노조 총진군대회에는 참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 노조 측은 내부적인 사항을 이유로 "파업은 결정된바 없다"고 일축했다.
이렇듯 은행노조 별로 총파업에 대해 의견이 갈리는 것은 노조파업에 대해 여전히 비판적인 시각이 많고 핵심현안들이 일부 노조에 국한돼 있기 때문이다.
또 임단협 논의사안도 '임금인상'보다는 '금융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 강화'를 표방하면서 사측은 물론 금융당국, 정부 등 사회적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뤄야 한다는 점도 부담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금융 민영화나 농협 MOU 문제 등 일부 현안에 국한돼 있고 시기적으로도 은행권 상황이 좋지 않아 총파업으로 가기에는 명분이 부족하다"며 "파업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금융대란과 같은 큰 혼란은 없을 것 같다"고 회의적 견해를 보였다.
금융노조 측은 34개 은행지부 조합원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한편, 이번 파업이 금융소비자와 고객들을 위한 결정임을 강조하며 공감대 형성에 주력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핵심현안으로 우리금융지주 졸속매각 중단, 농협 사업구조개편 이행약정서(MOU) 폐기, 금융권 낙하산 인사 국회청문회 실시 및 낙하산 인사 금지 특별법 제정, 금융지주회사법 폐지를 제시했다.
또한 임단협 사안으로는 대학생 20만명 등록금 무이자 지원, 2015년까지 비정규채용 중단 및 제도 철폐,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청년실업 해소, 살인적인 노동강도 해소, 정년연장을 통한 고령자 일자리 보장, 양성평등 실현을 요구하고 있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지난 24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30일 총파업은 합법적인 쟁의행위로 단순한 잇속 챙기기가 아니라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고 금융기관의 건전한 발전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변수는 남아 있다. KB금융이 27일 우리금융 인수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국민-우리은행 노조의 파업참여가 불투명해 결국 '반쪽짜리 파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물론 어윤대 KB금융 회장이 27일 당일 우리금융 인수 참여에 대해 이사회에 의견을 묻겠다는 의사를 밝힌 터라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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