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원대의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STX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창사 후 처음으로 대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는가 하면, 계열사에 대한 외화지급보증을 위해 지주사가 보유한 지분까지 담보로 내놓았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TX는 1천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한다. 오는 2015년 8월9일까지 3년 만기 BW로, 2년 뒤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풋옵션이 붙었다.
동양증권이 대표주관사를 맡았고, 내달 6일과 7일 양일간 청약을 받는다.
BW는 이자비용이 낮은 대신 주주가치를 희석시키는 부담이 있다는 점에서 일반 회사채와 구별된다.
STX는 그동안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한 적은 있지만, BW를 발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재무구조개선이 절실하다는 의미다.
대규모 BW 발행 소식이 전해지자 25일 증시에서는 STX그룹 상장 5개사(STX , STX조선해양, STX팬오션, STX엔진, STX메탈)의 주가가 4~5% 급락했다. 이날 하루 증발한 시가총액만 1천억원이 넘었다.
STX는 또 농협은행으로부터 STX팬오션의 외화지급보증을 받기 위해 1천300억원 상당의 계열사 보유주식을 담보로 내놓았다.
그동안 예금이나 선박을 담보로 100억~200억원 가량의 자금을 빌린 적은 있지만 한번에 1천억원 이상 보유주식을 담보로 제공한 일은 한 번도 없었다.
특히 담보로 내놓은 지분이 STX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라는 점이 눈에 띈다.
우선 STX팬오션 외화지급 보증을 위해 담보로 제공한 STX조선해양 주식 1천300만주는 지주회사가 보유한 2천622만5천주 가운데 약 절반이다.
STX가 STX조선해양의 총 발행주식 약 8천만주에서 32.84%(2천662만5천주)를 갖고 있는데, 만약 지급보증에 문제가 생겨 담보가 넘어갈 경우 지분율이 16.56%(1천322만5천주)로 반토막 날 수 있다.
STX중공업의 외화지급보증을 위해 제공된 STX팬오션 주식 3천700만주도 STX가 갖고 있는 전체 보유주식 5천446만5천주의 68%에 달하는 물량이다.
STX는 STX팬오션 총 발행주식 2억586만주에서 26.46%를 갖고 있지만, 만약 담보로 내세운 주식이 넘어갈 경우 지분율이 8.48%(1천746만5천주)로 쪼그라들 수 있다.
STX그룹 관계자는 "올해 상환해야 할 1조3천억원 대부분을 이미 갚은 상황"이라며 "갈수록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워짐에 따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운영자금 조달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STX그룹의 채무규모는 10조원에 달하고 이 가운데 올해 상환해야 할 금액이 1조3천억원 정도다. 올해 상환해야 할 차입금은 거의 갚았고 오는 11월 500억원 상환만 남았다.
문제는 올 하반기에도 조선.해운 업황이 나아질 기미가 안 보여 STX의 재무구조개선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룹 대표기업인 STX조선해양의 경우 부채비율이 500%가 넘을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다.
때문에 STX그룹은 지난 5월 주거래은행인 산업은행과 총 2조5천억원 규모의 유동성 확보를 골자로 한 재무구조 개선안을 발표했다.
우량기업인 STX OSV 매각을 통해 1조 안팎의 자금을 확보하고, 비상장 계열사 STX에너지와 STX중공업의 지분매각으로 1조5천억원 가량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게 그 골자다.
대규모 BW발행과 외화지급 보증을 통해 일단 한숨을 돌렸지만 조선업황이 좋아지지 않을 경우 재무구조 개선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