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보장용 연금저축보험을 중도 해지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불황으로 경제적 여유가 사라진데다가 연금저축보험의 수익률이 크게 낮아진 탓으로 풀이된다.

11일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생명보험사의 연금보험 유지율은 1년이 90.7%, 3년이 79.3%, 5년이 70.7%, 7년이 64.9%, 10년이 49.7%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공시된 내용과 비교해 각 기간별 유지율이 1.8%포인트, 1.1%포인트, 0.9%포인트, 4.6%포인트, 0.5%포인트 하락했다.

연금보험은 10년 이상 일정액을 내고 나면 종신 또는 특정 기간에 돈을 지급하는 일종의 생명보험으로 유지율은 조회시점(2012년 12월 말)에서 1, 3, 5, 7, 10년 전 해당 연도의 신계약 건수 중 조회시점까지 유지되는 계약건수의 비율을 의미한다.

유지율이 하락했다는 것은 계약을 중도해지하는 가입자가 그만큼 늘어났다는 뜻이다.

상품별로는 흥국생명의 `뉴그린필드연금' 1년차 유지율이 3개월 전보다 6%포인트 급락한 63.3%에 그쳤다. 보험에 가입한 지 1년도 안 돼서 40%가 해지했다는 뜻이다.

10년차 유지율은 우리아비바생명의 `뉴럭키라이프연금보험'이 37.0%로 생명보험 연금상품 중 가장 낮았다. KDB생명의 `노후사랑연금보험'도 37.4%에 그쳤다.

손해보험사 연금상품의 유지율은 이 보다 더 낮았다.

기간별 유지율이 1년 89.5%, 3년 70.1%, 5년 58.8%, 7년 44.7%, 10년 37.8%로 집계됐다.

보험에 가입하고서 5~7년 사이 계약자 수가 절반으로 뚝 떨어지고 10년을 넘으면 10명 가운데 4명도 남지 않는다는 의미다.

3개월 전과 비교하면 5년차 유지율만 2%포인트 늘었고, 나머지 기간은 모두 감소세를 기록했다.

손해보험은 모든 상품의 1년차 유지율이 모두 80~90%대를 기록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급감했다.

흥국화재의 `평생행복보험'은 10년차 유지율이 23.8%, 동부화재[005830]의 `미래행복보험'은 29.6%에 불과했다.

업계는 길어지는 불황 속에서 꼬박꼬박 보험료를 내는 것이 부담스러워지자 손해를 무릅쓰고서 중도에 해지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했다.

지난해 3분기 첫 비교공시에서 연금보험 주력상품의 수익률이 대부분 마이너스(-)를 기록한 사실이 드러난 것도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경기가 안 좋으면 보험을 중도에 해지하는 고객이 많아진다"며 "게다가 연금보험 수익률이 안 좋다는 인식이 퍼져 해약고객이 더 늘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저금리 장기화와 고령화로 업계 사정이 안 좋은 가운데 유지율마저 하락하자 보험협회는 비상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업계와 공동으로 TF를 만들어 유지율 하락원인을 분석하고 고객을 장기적으로 붙잡을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