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家) 상속소송 2라운드가 시작됐다. 1심에서 패소한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 이맹희씨가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 항소해 2심에서 한층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이맹희씨 측 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는 항소 기한 마지막 날인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화우는 1심 판결에서 패소한 이후 2주일이 지나도록 조용했다. 그러나 항소장 제출 마감 시간(15일 자정) 몇 시간 전에 전격 항소장을 냈던 것.
이맹희씨 장남 이재현씨가 총수로 있는 CJ그룹은 항소 소식이 전해진 직후 "가족들이 간곡히 만류했는데도 소송이 계속 진행되는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맹희씨와 함께 법정공방을 벌였던 선대회장의 차녀 이숙희씨와 차남 고 이창희씨 유족 등은 1심과는 달리 항소심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우는 1심 판결에 대부분 승복하지 않았기 때문에 판결문을 재검토해 쟁점들을 전반적으로 다시 건드릴 방침이다. 이에 따라 1987년 상속 개시 당시 차명주식, 이건희 회장 또는 삼성에버랜드가 현재 보유한 청구 대상 주식이 동일한 것인지 등을 놓고 법정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맹희씨가 상송인으로써 권리 행사기간(제척기간)이 여전히 인정되는지 등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신 청구금액을 4조원대에서 100억원 수준으로 확 끌어내렸다.
삼성가 상속분쟁은 지난해 2월 이맹희씨가 소장을 접수하면서 시작됐다. 이맹희씨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삼성생명 보통주 1천351만여주, 삼성전자 보통주 79만여주와 우선주 4천여주를 최종 청구했다. 또 삼성에버랜드를 상대로 삼성생명 보통주 1천375만여주를 청구했고, 이 외에도 적지 않은 규모의 이익 배당금과 주식 매도대금 등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서창원 부장판사)는 지난 1일 일부 청구를 각하하고 나머지 청구를 기각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일부 주식을 상속재산으로 인정했으나 제척기간이 지났다고 판단했다. 또 나머지 주식과 이에 따른 이익 배당금은 상속재산이 아니어서 공동 상속인에게 귀속되지 않는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1989년 이건희 회장이 공동 상속인과의 상속분할협의에 의해 삼성생명·삼성전자 차명주식을 단독 상속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회장 측은 줄곧 소송을 각하하거나 기각해달라고 요청해왔고 1심 판결로 승기를 잡은 듯 했다. 하지만 이맹희씨의 항소로 2라운드가 시작되면서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삼성은 공식적으로 "개인간 소송인 만큼 그룹에선 할 말이 없다"며 입장표명을 거부하고 있지만, 또다시 상속분쟁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어서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