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금융권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오늘(22일)을 기점으로 쌍용건설의 대주주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서 예금보호공사로 바뀐 가운데 이달 28일까지 어음 등 600억 원을 결제해야 한다. 현재 쌍용건설의 현금유동성은 300억 원 정도에 불과해 추가 자금조달 없이는 만기어음 결재가 어려운 상태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원회는 캠코가 반납한 쌍용건설 지분 38.75%를 출자 비율에 따라 예금보호공사(예보)와 산하 케이알앤씨, 신한은행 등 23개 채권은행에 배분토록 했다. 이에 따라 예보와 산하 케이알앤씨가 각각 4.62%와 7.66%를 보유하게 돼 12.28%로 사실상 최대주주가 된다. 이어 신한은행(10.32%)과 하나은행(5.66%), 우리은행(4.87%), KDB산업은행(4.06%), 한국외환은행(3.12%), 국민은행(2.19%) 등 23개 금융사가 보유한 지분까지 합치게 되면 지분율이 50.07%에 이른다.
결국 쌍용건설의 운명이 23개 채권은행에 달렸지만, 유동성 지원에는 소극적이라 최종 부도처리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금도 캠코는 “채권단이 요구하는 700억 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출자전환은 쌍용건설의 보증채무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채권은행들은 “대주주였던 캠코가 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감자나 자금지원 등 고통분담에 나서야 1천500억 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하겠다”며 버티고 있다.즉 캠코와 채권은행 간 핑퐁게임에 해외건설 명가인 쌍용건설이 멍들고 있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평가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슷한 아픔을 겪은 바 있는 만큼 쌍용건설 사태가 무척 안타깝다”며 “쌍용건설은 지금껏 해외에서 국위선양을 해오던 대표적 기업인 만큼 최악의 상황은 면했으면 좋겠다”며 안타까워 했다.
또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캠코는 공기업이란 지위를 악용하고 채권은행들은 캠코를 물고 늘어지는 진흙탕 싸움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면서, “쌍용건설에 딸린 하도급업체만 1천400개가 넘는 만큼 소모전이 아닌 회생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의 해임권고 공문을 캠코가 굳이 손을 털고 나가기 전날(21일) 보낸 이유에 대해 금융권과 건설업계에서는 면피용 아니냐는 입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노정란 캠코 이사, 신한은행 1명, 교수 3명 등 5명으로 구성된 캠코 경영평가위원회 회의가 개최됐다. 이날 위원 5명 중 신한은행 대표가 업무 등의 이유로 빠진 가운데 김석준 회장의 해임을 결정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캠코가 3월 주주총회에서 주식이 없음에도 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히는 등 일련의 상황을 봤을 때 경영진에 책임을 뒤집어 씌우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쌍용건설은 지난해 3월 실적을 이유로 사장이 해임됐고, 10월에는 유동성 위기의 책임을 지고 부사장이 해임됐다”며 “등기임원 3명 중 2명이 짤린 상황에서 김석준 회장까지 해임되면 경영은 누가 하냐”고 반문했다. 이어 “쌍용건설 해외시장 경쟁력의 원천은 김 회장인데, 해임시키겠다는 캠코의 이 같은 행위는 핵심경쟁력을 죽이겠다는 말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캠코가 자신들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 김 회장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캠코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캠코 관계자는 “김석준 회장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라는 해임권고 공문을 발송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경영평가위원회에서 회의를 통해 의결했던 사항인 만큼 면피용이란 풀이는 과하다”며 “잘은 모르지만, 주식이 없는데 3월 주주총회에서 어떻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마이경제/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이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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