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현대 등 유명 대기업의 이름을 앞세운 사금융업체들이 부지기수여서 금융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들 대부분은 재벌 그룹과 전혀 관계가 없음에도 회사 이름에 그룹 명칭을 넣어서 소비자들의 판단을 흐리고 있다.
최근 LG그룹과 무관한 대부업체 대표 김 모씨가 'LG캐피탈'이란 상호로 영업을 하다 서울중앙지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에 벌금 1천만 원을 선고 받는 일이 발생했다. 그런데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LG캐피탈 외에도 삼성카드에 합병된 '삼성캐피탈'이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는 등 금융 소비자들이 오해할 만한 '함정'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25일 재벌, 기업 경영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데일리(대표 박주근)가 금융위원회 관할 시·도에 등록된 대부(중개)업체 조회서비스로 30대 그룹의 회사명을 조사했더니 26개 키워드로 332개 업체가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단어 중복 등을 감안하더라도 해당 대기업 이름을 사용한 업체가 족히 300곳이 넘는다.
대부업체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기업은 놀랍게도 '삼성'이 아닌 '현대'였다. 현대가 상호명에 들어간 대부업체는 전국에 110개소나 됐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우리 그룹이 대부업을 하겠느냐"면서, "'현대'가 일반명사라서 슈퍼마켓 등에도 흔하게 사용되고 있듯이 대부업체 상호명으로도 빈번히 사용된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는 1년5개월여 동안 한 저축은행과 상호 문제로 법정다툼을 벌인 적도 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이 '현대'그룹과 전혀 무관함에도 동일 회사명을 사용해 그룹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가 9개사는 2011년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을 상대로 법정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은행 상호에서 '현대'를 떼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지난해 하반기 서울중앙지법원에서 화해권고가 내려지면서 일단락 됐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주요 일간지 3개 매체에 일주일간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 일가와 관계가 없다"고 지면광고를 게재했고, 지금도 TV광고 말미에 이를 고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이 다른 회사로 넘어가면서 상호변경 등이 예상되는 가운데 소송이 무의미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면서, "저축은행쪽에서도 오랜 시간 동안 '현대'를 사용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앞서 현대그룹은 '현대' 상호 사용을 놓고도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의 증권사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현대증권이 있는데 현대차IB증권에 '현대'를 넣으면 소비자가 혼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2개월여 뒤 현대차IB증권을 HMC투자증권으로 간판을 다시 달았다.
사금융 업계에서 '현대' 다음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는 그룹 명칭은 동양(44개), 삼성(39개), SK(20개), 금호(17개), 한진(16개), 대림(15개), 동부(10개), 부영(9개), 두산(8개), GS(7개), 신세계(7개), CJ(5개), LS(5개), 코오롱(5개), 영풍(4개), 한화(4개), 효성(3개), 롯데(2개), 웅진(2개), 동국(1개) 순으로, 대기업 이름을 상호에 사용한 대부업체가 상당수에 달했다.
반면 LG, STX, OCI, KCC 등 4개사는 대부업체 상호명에 이름이 전혀 사용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돼 대비됐다.
한국대부금융협회 등록 회원사 251개사 중에도 7개사가 대기업 이름이 사용됐다. 현대가 3곳, 금호 대림 동양 동양 부영이 각 1곳으로 조사됐다.
[마이경제/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