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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 대기업 '글로벌 인재육성'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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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 대기업 '글로벌 인재육성'의 명암
  • 이경주 기자 yesmankj@naver.com
  • 승인 2013.03.04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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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이후 우리 기업들은 앞다퉈 '글로벌 인재 육성'을 외치고 있다.


기업의 활동무대가 세계시장으로 확대되면서 외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최근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SK이노베이션, LG전자 등 국내 10대그룹 대표 기업 10개사 임원 2203명의 출신대학(지난해 10월 기준)을 조사한 결과, 이 가운데 20.5%인 452명이 외국대학 출신자로 나타났다.


서울대가 209명(9.5%), 고려대와 연세대가 140명(6.4%)과 134명(6.1%)으로 그 뒤를 이었다.


외국대 출신 임원의 숫자는 서울대와 연고대 출신 임원을 다 합한 숫자와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외국대학 출신이 기업에서 우대를 받는 건 '글로벌 인재'를 손쉽게 확보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읽힌다. 국내에서 우수인력을 뽑아 해외연수를 따로 보내는 번거로움을 피하고 단숨에 해외에서 써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효율적인 방법인지 모르겠으나 황금 같은 청소년기를 지옥같은 입시경쟁에 고스란히 바친 대다수의 젊은이들에게는 그리 반갑지 않은 현상이다.


그렇지 않아도 취업을 위한 '스펙'쌓기에 적잖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 있는 판에 이제는 유학을 가지 않으면 더더욱 불리한 처지에 몰리게 됐으니 말이다.


우리나라의 사교육비 지출은 익히 알려진 대로 가히 살인적인 수준이다. 서울에서 중고생 자녀를 가르치려면 매달 수백만 원의 사교육비를 대야 하는 형편이다.


그렇게 4년제 대학을 들여보내봤자 취업률은 고작 60%대를 맴돈다. 1인 창업과 대학원 진학 등의 경우를 제외하면 대졸자의 취업률은 더 떨어진다.


어렵사리 대기업에 들어간다 해도 스펙 대결은 끝나지 않는다. 대기업 경영진과 임원을 명문대 출신들이 거의 싹쓸이하고 있는 탓이다.


CEO스코어가 올해초 정기인사를 마친 10대 그룹 상장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데 따르면 사장급 이상 임원 189명 가운데 61.4%인 117명이 이른바 'SKY' 출신이었다.


반면 지방대 출신 사장은 고작 5%에 머물렀다.


명문대 출신이 취업과 승진에서 우대를 받으니 부모들은 빚을 내서라도 자식을 좋은 대학에 보내려고 혈안이 될 수밖에 없다.


대학졸업장만으로는 안심이 안 되니 대학생이 된 뒤에도 학원을 다니며 취업준비를 하고, 돈 들여 어학연수를 갔다와야 한다.


지난 연말에 나온 한 취업사이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취업준비를 위한 사교육비로 한달에 평균 32만원 가량을 지출하고 있다고 한다.


기업이 우수한 인재를 우선적으로 선발하고, 입사 지원자가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 최대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가에 번지고 있는 사교육 열풍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학력 인플레이션 현상으로 인한 국가적인 낭비도 심각하다.


대기업에 외국대 출신 임원 비중이 높다는 사실로 인해 스펙 쌓기 경쟁이 자칫 무리한 유학 열풍으로 번질 우려도 적지 않다.


최근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들도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는 하다. 지원서에 아예 출신대학을 기재하기 않게 하거나,  고졸자 전형을 따로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이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스펙' 보다는 능력에 주목하고, 잠재성 높은 인재를 발굴해 스스로 키워내는 데 힘을 기울여 진정한 '글로벌 인재 육성'의 본보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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