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3천3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영업이익이 150억원에 이르는 회사의 기부금이 달랑 180만원.
6일 CEO스코어가 발표한 명품 시계업체 리치몬트코리아의 기부금 내역이다.
리치몬트코리아는 까르띠에 피아제등을 수입하는 명품시계.주얼리업체다.
시계 하나가 비싼 것은 수천만원에 달한다. 연간 기부금이 싸구려 시계값 하나 값도 안되는 셈이다.
스와치 오메가 브레게 등을 수입하는 명품 시계업체 2위인 스와치그룹코리아는 지난 5년동안 아예 단 한푼의 기부금도 내지 않았다.
외국계 기업의 ‘짠돌이’기부 실태는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어디 명품시계업체 뿐인가?
불가리코리아, 시슬리코리아, 프라다코리아, 맥쿼리증권, ING생명보험등도 2011년 감사보고서를 통해 확인된 기부금이 한 푼도 없었다.
국내 담배시장의 20%를 차지하며 지난해 매출액이 5천700억 원에 달한 필립모리스 역시 기부금 제로다.
한국에서 폭풍성장하고 있는 수입차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총 5조751억원의 매출을 올린 수입차 주요 11개사가 기부한 금액은 12억9000만원에 불과했다. 1개사당 평균 1억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특히 매출 성장률이 가장 가파른 폭스바겐의 경우 이제까지 단 한번도 기부금을 내지 않을 정도로 인색하다.
그나마 사정이 가장 좋은 곳은 한국노바티스 한국오츠카제약 바이엘코리아등 외국계 제약사들이다.
영업이익대비 평균 3.6%의 기부금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제약사 기부금은 영업과 관련된 측면이 많아 순수한 기부와는 다르다는 의견도 있다.
자사 제품을 선택받기 위해 병원등에 기부금을 내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어쨌든 사회적인 여론이 악화되고 있지만 외국계 기업들의 기부문화는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그러면 외국계 기업들은 기부금에 왜 이리 인색할까? 여러가지 분석이 있다.
한편에선 기업관이 다르다고 얘기한다,
서구에선 돈을 벌어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면 그걸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한편에선 한국의 최고 책임자가 대개 법인장 정도여서 기부금에 대한 재량권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외국기업들이 아프리카나 동남아등 소외된 저개발국가에서는 많은 사회공헌활동을 펼치지만 한국은 그나마 정부의 사회보장이 정비돼 있어 기업들이 그럴 절박한 이유가 없는 것으로 여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내놓고 있다.
물론 이같은 해석에도 일리가 있지만 그게 전체를 포괄할 수있는 분석은 아닌 듯싶다.
가장 큰 문제는 외국기업들이 한국 소비자들에대한 자신감이 넘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한국소비자들의 브랜드 충성도가 너무 높아 사회적 여론에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자신감 내지는 자만심이 넘치는....
한국의 소비자들을 더불어 사는 이웃으로 보지 않고 단순 타케팅된 고객으로만 여기며 영업력만 강화하는 전략을 펴는 것은 아닐까?
결국 이들을 움직일 수있는 것은 소비자들 밖에 없다.
이들의 경직된 기부문화를 탓하기 전에 이같은 문화가 형성된 배경이 바로 소비자 모두의 책임일 수있기 때문이다.
내년엔 CEO스코어에서 ‘외국계 기업 기부금 폭풍 성장’이런 제목의 자료가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