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기업 기관장의 업무추진비에 대한 관리소홀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지출내역 신고 기준자체에 큰 구멍이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일정 금액 이상을 지출한 경우에만 증빙서류를 갖추도록 한 규정을 악용해 액수가 큰 경우 이를 적은 금액으로 나눠 신고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19일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김중겸 전 사장은 지난해 총 85건에 대한 업무추진비로 2천420만 원을 지출했지만 이 가운데 단 3건만 증빙서류를 갖춰 구체적인 사용내역을 밝혔다.
이는 기획재정부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의해 건당 50만 원 이상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경우에는 주된 상대방의 소속과 성명을 증빙서류에 기재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50만원 밑으로만 쓰면 부적절하거나 사적으로 업무추진비를 쓰더라도 정보공개를 요구하지 않는 이상 확인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 전 사장은 지난해 4월과 5월 총 3차례에 걸쳐 160여만 원을 지출한 것을 제외하곤 82건의 업무추진비를 건당 50만 원 미만으로 지출했다.
전체 업무추진비 가운데 건수 기준으로는 3.5%, 금액 기준으로는 6.6%만 지출내역을 정확히 밝힌 셈이다.
문제는 나머지 지출 가운데 금액을 조절하거나 분할 지출해 내역공개를 회피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김 전 사장의 지난해 업무추진비 지출 가운데 건당 40만 원 이상 50만 원 미만인 경우는 10건, 지출금액은 429만 원(17.7%)이고, 50만 원 이상의 금액을 같은 날 나눠서 결제한 경우가 12건에 323만 원(15.4%)이었다.
이 같은 사례를 합할 경우 그 비중이 전체 지출액의 33.1%에 이른다.
결국 현행 제도 하에서는 업무추진비 지출내역 공개가 유명무실할 뿐 아니라, 조금만 신경 쓰면 이를 회피할 수 있어 관리규정이 큰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는 투명경영 취지아래 공기업 홈페이지에 업무추진비를 공시하도록 했지만 이마저도 내역을 회의나 간담회 등으로 뭉뚱그려 공개하고 있어 그 효과에 의문이 제기된다.
한국전력공사의 경우 업무추진비 내역에 대해 ‘해외사업 추진관련 회의’나 ‘전력사업 추진관련 자문’, ‘업무노고직원 격려 및 간담회’ 등 대상이나 목적을 파악하기 어려운 형태로 기재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업무추진비 공개를 고의로 회피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극구 부인하면서도 구체적 내용에 대한 즉답은 피했다.
한국전력공사 관계자는 "한전은 철저하고 투명하게 업무추진비를 운영하고 있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내역이 없다"며 "절차상 문제로 지금 당장은 구체적 내역에 대해 공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오석 경제부총리 내정자와 신제윤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부적절한 업무추진비 사용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공기업 기관장의 업무추진비 관리실태가 총체적인 부실을 드러내고 있어 보완대책이 요구된다.
[마이경제/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이경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