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들이 재개발.재건축 사업지에 대한 마구잡이 입질로 유찰을 부추기고 있다는 원성을 사고 있다.
참여의사가 없는 대형 업체들이 설명회에 모습을 드러내는 바람에 주민들의 기대감만 높아져 사업자선정이 줄줄이 무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재개발․재건축 구역 중 시공자 선정에 성공한 곳이 대전시 소재 도룡동1구역(SK건설)이 유일할 정도로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제2의 강남으로 불리던 서울 강동 고덕지구를 비롯해 나머지 구역은 전부 유찰로 마무리됐다.
이 같은 현상은 건설사들이 현장설명회에는 대거 참여하고도 입찰의향서 제출에는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부동산 경기악화에 따른 수익률 하락으로 건설사들의 재건축.재개발사업 참여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형사들이 재개발․재건축사업을 계륵으로 취급하면서 '입찰=유찰'이란 등식이 성립되는 데 한 몫을 하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A정비업체 관계자는 “현재 유찰된 현장 중 상당수가 건설사들이 과거 수주했던 현장보다 사업성이 더 좋다”며 “건설사들이 사업성을 운운하며 입찰마감 때마다 내빼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입찰의사도 없는 대형사들이 현장설명회에만 얼굴을 내비치는 것은 유찰을 부추기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시공자 선정을 위해 입찰을 실시했던 구역들은 하나같이 입찰공고 후 현장설명회까지는 좋은 리듬을 타다가 마감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또 현장설명회마다 어김없이 대형건설사들의 참여가 이어지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19일 입찰마감을 실시한 경기도 소재 과천주공2단지재건축의 경우 앞서 진행된 현장설명회에는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GS건설 등 7개사 참여했다. 하지만 마감에 입찰제안서를 제출한 곳은 SK건설 1곳에 불과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7일 입찰을 마감한 서울 용산구 소재 효창4구역은 롯데건설과 두산건설 등 7개사 현장설명회에 참여했으나, 입찰마감에는 단 1곳도 나서지 않았다.
현장설명회는 조합원들이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이는 행사로 이곳에 참여한 건설사 중 브랜드파워가 가장 좋은 기업에 조합원들의 관심이 쏠리기 마련이다.
따라서 현장설명회에 대형사가 등장할 경우 실제 사업참여 의지를 갖고 있던 중견 건설사들의 의지를 꺾어 유찰로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와 관련 B감정평가사는 “대형건설사들이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모호한 자세를 취하다보니 정작 사업에 참여하고 싶은 중견건설사들은 군침만 흘리다 말게 되고, 조합측은 조합원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전했다.
지난달 5일 유찰된 서울 강동구 소재 성내미주아파트 재건축조합도 이같은 고충을 겪었다.
이곳 현장설명회에는 삼성물산과 롯데건설 등 13개사가 관심을 보여 입찰가능성을 높였으나, 한양만 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한양 역시 눈치를 보다 입찰제안서를 회수하고 말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성내미주아파트의 경우 삼성과 롯데가 현장설명회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시공자 선정총회를 개최했을 것”이라며 “이곳의 당초 시공자가 벽산건설이었고 현장설명회에도 삼성과 롯데를 제외하고는 모두 중견사들이 참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 동작구 소재 상도대림아파트 조합집행부는 대림물산과 계약해지 후 3차례 시공자 선정을 시도했으나 모두 무위로 돌아갔다. 이에 현행 3차례 이상 유찰될 경우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관련법을 이용해 대상자로 경남기업을 올렸다가 조합원들이 책임을 물어 전원 해임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해당 사진은 현대산업개발을 시공자로 선정한 망원1구역 현장설명회로 본 기사와 무관함.
[마이경제/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이호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