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캠페인
[단독]햄·소시지 함량 표기 없어졌다…소비자 혼란
상태바
[단독]햄·소시지 함량 표기 없어졌다…소비자 혼란
식약처 함량 표기 방식 바꾸자 업체들 '얼씨구' 표기 삭제
  • 문지혜 기자 jhmoon@csnews.co.kr
  • 승인 2014.09.11 08: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서울시 노원구에 사는 김 모(남)씨는 최근 술안주로 소시지야채볶음을 만들기 위해 마트에 들렀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소시지도 종류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라 포장 뒷면을 보며 꼼꼼하게 비교했지만 일부 제품에 함량 표기가 없어 가격 결정 과정에 의심이 들었던 것. 돼지고기와 닭고기가 포함돼 있다는 원재료와 원산지는 확인할 수 있었으나 고기의 함량 표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올해 초쯤 해당 제품을 구매했을 때에는 함량 표시를 본 것이 기억나 직원에게 문의하니 최근 법이 바뀌어 함량 표시가 사라졌다는 설명을 들었다. 김 씨는 “돼지고기 함량에 따라 맛뿐 아니라 가격이 달라지는 걸로 알고 있는데 함량 표기가 사라져 어떤 기준으로 제품을 구입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오히려 함량 표시를 의무화해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 하는 게 아니냐”고 되물었다.

소시지·햄 등 축산물가공품에 함량 표시가 사라지고 있다. 돼지고기 및 닭고기 함량은 맛뿐 아니라 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최근 들어 표시를 하지 않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는 것.

CJ제일제당, 롯데햄, 농협목우촌, 하림, 동원F&B, 사조대림 등 주요 축산물가공품 중  CJ제일제당, 농협목우촌, 사조대림 등은 돼지고기와 닭고기 함량을 일체 표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CJ제일제당과 농협목우촌은 올 초까지 함량 표기를 해왔으나 최근 이를 삭제했다.

 

소비자들은 원재료 함량이 사라진 것에 대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돼지고기 비율에 따라 맛 차이가 확연히 나는데 제품 구입 시 이를 알기 어렵다는 것.

뿐만 아니라 제품의 가격 변동이 있더라도 어떤 기준이 적용됐는지 알지 못하고 막연하게 ‘비싼 것이 좋은 제품이거니’ 하고 구입하는 수밖에 없게 됐다.

이에 대해 업체 측은 축산물 표시기준이 변경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2014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발행한 ‘식품안전관리 지침’에 따라 함량 표기 기준이 바뀌어 이를 따르고 있다는 것.

축산물가공품 원재료 함량 표시 지침에 따르면 축산물가공품 제조 시에 들어가는 배합수, 즉 정제수를 제외하고 함량을 산출하고 있다. 그동안 표기됐던 함량은 정제수를 포함한 수치로, 식약처는 좀 더 정확하게 원재료 함량을 표기해 소비자에게 정보를 주겠다는 의도로 표준 계산식을 공개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고기 80g, 옥수수전분 등 기타 재료 10g, 이를 배합하기 위한 정제수 10g이 들어갔다면 과거에는 80/90(고기+기타)으로 정제수를 제외하고 함량을 계산했다. 하지만 표준계산식에 따라 앞으로는 80/총중량으로 함량을 계산하게 된다.

실제로는 남아있는 정제수 함량에 따라 계산이 달라지기 때문에 업체들은 달라진 계산식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업체들은 정제수를 제외하고 함량을 계산할 경우 오차가 많이 생겨 데이터를 축적해야 하는 상황이며 정확하지 않은 수치를 기재할 수 없기 때문에 아예 제외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원재료명이나 원산지는 의무로 표기해야 하지만 함량은 필수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업체 측은 문제 소지를 없애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는 것.

게다가 데이터가 축적된 뒤에도 실제 들어가는 원재료의 양은 똑같지만 함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어 업체들도 한숨을 쉬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다른 업체들 역시 같은 이유로 함량 표기를 없앨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원재료 함량은 동일한데 표기가 달라지면 업체에서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지 오히려 걱정”이라고 전했다.

반대로 식약처는 표시 기준이 바뀐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계산하기 편하도록 표준계산식을 만든 것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함량 표기가 없다면 소비자가 가격 기준 등 알 권리를 침해당하는 것은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필수 의무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강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대표는 “정부와 업체 간의 불협화음으로 인해 소비자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소비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주기 위해서라면 함량 표기부터 의무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문지혜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