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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뚫린 소비자규정㊼] 통신 판매점 기만 영업 기승...본사는 강 건너 불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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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뚫린 소비자규정㊼] 통신 판매점 기만 영업 기승...본사는 강 건너 불구경
  • 이건엄 기자 lku@csnews.co.kr
  • 승인 2018.12.27 07: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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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분쟁들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등 업종별로 마련된 소비자법을 근거로 중재가 진행된다. 하지만 정작 그 규정들은 강제성이 없을 뿐 아니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빠른 시장 상황을 담지 못해 소비자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올 하반기 동안 2018년 기획 캠페인 ‘구멍뚫린 소비자보호규정을 파헤친다’ 기획 시리즈를 통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의 문제점들을 짚어보고 개선 방향을 찾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약속했던 보조금은 어디에?
부산시 해운대구에 사는 박 모(남)씨는 지난 5월 30일 약정이 만료된 휴대전화를 바꾸기 위해 집 근처 ‘휴대전화 아울렛’을 방문했다. 이 곳에서 만난 직원 김 모(남)씨는 박 씨에게 인터넷과 TV를 모두 바꾸면 요금할인과 함께 신규 설치비까지 총 54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권유했다. 박 씨는 기존 사용하던 통신사의 인터넷과 TV에 위약금이 남아 있었던 만큼 김 씨의 권유를 받아드렸다. 문제는 김 씨가 약속한 날이 지나도 돈을 입금하지 않은 것. 박 씨는 “제일 처음 약속한 지난 7월 31일에 돈이 입금되지 않았고, 8월 23일, 9월 1일, 9월 3일, 9월 6일 등 차일피일 미뤘다”며 “연락을 시도하면 본사에서 돈을 보내주지 않는다는 변명으로 시간만 끌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 모호한 계약서에 분통만 경북 김천시 신음동에 사는 이 모(여)씨는 지난해 개통한 휴대전화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계약 당시 판매점 측에서 12개월분의 단말기 대금을 지원해주기로 했지만 1년이 넘은 지금도 지원금 혜택은 받지 못한 상황. 오히려 판매점 측에서는 이전에 쓰던 기기를 반납해야만 지원이 가능하다며 이 씨가 기억하고 있는 계약 내용과는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 씨는 “처음에는 단말기 대금을 36개월에 걸쳐 나눠 내면 12개월 분을 지원해주기로 했다”며 “계약서도 애매하게 쓰고 정확한 정보 전달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말을 바꾸는 행동은 소비자를 기만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통신상품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소비자 불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불법보조금을 제공한다고 유혹한 뒤 지급을 거부하거나, 계약서 자체를 모호하게 작성해 분쟁이 발생하는 식이다.

지난해 소비자고발센터에 제기된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CJ헬로비전, 티브로드 등 국내 유선 인터넷사업자와 유료방송 업체 7곳의 소비자 민원은 총  3361건에 달했다. 이 중 불완전판매 민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13%로 계약해지(19.6%)와 위약금(18.3%), 요금(18.2%)에 이어 4번째로 높았다.

불완전판매로 인한 피해 대부분은 휴대전화 판매점과의 계약에서 발생한다. 판매점은 가입자 유치가 수익과 직결되는 데다 경쟁도 치열해 과도한 보조금 지급 등 무리수를 두는 경우가 많다. 캐시백 안내 후 잠적, 소비자 동의 없는 계약 내용 변경, 과도한 위약금 산정, 명의도용 등으로 소비자 피해를 양산한다.

특히 불법보조금의 경우 판매점 측이 지불하지 않더라도 계약 자체가 합법적이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선 손 쓸 방법이 없다.

실제 지난 4월 초 인천에 위치한 휴대전화 판매점 두 곳에서 애플 아이폰X 대금 명목으로 55만 원을 먼저 내면 3개월 뒤 잔여 할부금을 모두 없애주겠다고 약속하고 입금액을 챙겨 잠적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이동통신사 지원금 및 가입자 관련 약관>

 1. 지원금을 제공함에 있어 통신사는 단통법 제 9조 제 3 항에 따라 대리점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을 제공하지 않도록 함
 2. 단말기 할인과 현금지급, 가입비 보조 등 구입비용 지원을 위해 가입자에게 제공된
    일체의 지원금과 관련된 사항은 홈페이지를 통해 공시
 3. 방통위는 인터넷 상품 단일 가입 시 19만 원, 여기에 IPTV와 인터넷 전화 추가로 결합 시 
     각각 3만 원 씩 추가해 총 25만 원을 초과하는 경품을 지급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음.


 
  <규정 속 허점>
  소비자 가입과정에서 제대로 안내받았는지 직접 입증하지 못하면 구제가 어렵고
  판매점 단위에서 이뤄지는 불완전판매의 책임에 대해선 명시하지 않고 있음.
  이로 인해 일선 판매점에서는 법적 기준을 훨씬 상회하는 불법보조금을 지급하거나
  미끼로 사용해 불완전판매로 인한 피해가 양산되고 있음.

더욱 큰 문제는 불완전판매 피해로 인한 소비자 구제와 이를 근절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약관상 '불완전판매를 금지한다'는 내용이 있지만 표현이 애매해 적용하기 힘들고 판매점 단위에서 지급되는 불법보조금에 대한 책임을 명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현장에서는 이런 규정을 무시한 채 불완전판매가 이뤄지고 있어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의 약관을 살펴보면 가입과정에서 고객에게 부가서비스와 요금제 등 계약의 주요 내용을 명확히 고지해야 된다고 나와 있다. 또 지원금과 관련해서도 지급되는 모든 내용은 홈페이지를 통해 공시하고 이를 넘는 보조금은 제공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인터넷 상품 단일 가입 시 19만 원, 여기에 IPTV와 인터넷 전화를 추가로 결합할 경우 각각 3만 원 씩 추가해 총 25만 원을 초과하는 경품을 지급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방통위 통신시장조사과 관계자는 “판매점의 불완전판매는 정상적인 계약이 아닌 경우가 많아 사기사건으로 경찰에서 조사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전기통신사업법에도 이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 보상이나 제재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통신사들도 판매점과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아닌 만큼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사 관계자들은 “지속적으로 판매점과 대리점의 불법행위에 대해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100% 단속하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 “피해자 구제도 불법 보조금 같은 경우에는 계약서에 잘 명시하지 않기 때문에 해결이 힘들다”며 “이 경우에도 본사가 주도적으로 나서 불법 행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상에 나서는 것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향후 단발성의 과징금과 시정조치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법적 제도 마련을 통해 확실한 규제에 나서야 된다”며 “통신사들도 단순히 가입자 확대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서비스 품질과 이미지 제고를 위해 확실한 교육에 나서는 등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건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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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DMhf 2019-01-14 20:27:03
kt 대리점에서 보다 정확하고 확실한 규정을 당 대리점에 가입한 고객에게 잘못된 규정이 있다면
즉시 정정하여 고객에게 신속히 알려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