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캠페인
온라인몰서 싸게 산 에어컨, 설치비로 바가지?...제품가보다 비싸
상태바
온라인몰서 싸게 산 에어컨, 설치비로 바가지?...제품가보다 비싸
추가 설치비 현장서 부과....반품도 어려워
  • 김민희 기자 kmh@csnews.co.kr
  • 승인 2020.07.01 07: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픈마켓에서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에어컨을 판매한 후 ‘추가설치비용’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바가지를 씌우는 경우가 빈번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설치 시 과도한 금액을 요구하거나 반품 시 단순변심을 적용해 반품비용을 부담시키는 식이다.

서울시 서초구에 거주하는 김 모(남)씨는 지난 4월 11번가를 통해 216만 원을 주고 에어컨을 구매했다. 현장을 방문한 설치기사는 집을 둘러보더니 주름배관 8미터, 실외기 받침대, 냉매보충 비용으로 총 43만 원을 요구했다. 김 씨는 “같은 구조와 평수에 사는 아파트 주민들에게 에어컨 설치비용을 물어보니 10만~20만 원대라고 했다”며 “매립형 배관 등 환경은 동일한데 비용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게 이해가 가질 않아 결국 11번가를 통해 제품을 무료반품했다”고 토로했다.

서울시 강서구에 거주하는 유 모(남)씨는 6월 초 쿠팡에서 31만 원을 주고 벽걸이형 에어컨을 구매했다. 구매페이지의 안내에 따르면 예상되는 설치비는 15만 원에서 20만 원 가량이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35만 원의 비용이 청구됐다. 유 씨는 “에어컨보다 설치비용이 더 비싸 반품을 요구했지만 ‘단순변심’에 해당한다며 반품비 6만 원이 청구되더라”고 토로했다. 김 씨 역시 타 업체에 설치비용을 문의했고 15만 원 가량의 견적을 받았다. 

소비자들은 구매 시 안내와 달리 현장에서 설치비용이 과도하게 부풀려지는 것에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경우 설치를 거부하면  '단순변심'으로 치부돼 구매 취소마저 쉽지 않다. 에어컨은 무게와 부피가 큰 탓에 반품비 책정액도 어떤 제품보다 높다.

G마켓, 옥션, 11번가, 인터파크, 쿠팡 등에 입점한 개인판매자들 대다수가 '추가비용'을 고지하고 있으나 공식적 가이드 라인은 없다.

오픈마켓과 삼성전자, LG전자 공식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추가표준설치비' 또는 '단가표' 항목에 ▶배관연장(1만~2만 원) ▶신규앵글설치(10만~20만 원) ▶매립배관 세척(5만~10만 원) 등의 가격을 고지하고 있다. 표준단가표에 없는 설치사항은 현장에서 설치기사와 비용을 협의한 후 진행하게 된다.

설치업체마다 가격이 천차만별로 다르거나 현장 설치기사에 따라 비용이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경우가 발생해도 소비자 입장에서 문제를 제기하기는 쉽지 않다. 부당한 비용 책정이라는 의혹은 가지만 설치 전문가가 제시하는 추가비용에대해 명확하게 문제삼을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심한 경우 설치기사가 현장에서 '얼마까지 원하느냐'는 식으로 비용을 흥정하기도 한다.

오픈마켓의 관계자는 “일부 업체는 설치비용을 올려놓은 뒤 소비자들이 잘 모른다는 점을 이용해 추가비용을 붙이는 꼼수 영업을 한다”고 일부의 일탈 행위를 인정했다. 하지만 소비자가 원하지 않은 옵션을 넣거나 표준단가표 이상의 금액을 요구한 경우 오픈마켓으로선 판매자와 소비자 분쟁을 중재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입장이다.  

오픈마켓 관계자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경우 운반비가 추가되거나 현장마다 상황이 달라 배관을 뚫는 등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며 "당황한 소비자들이 제품 취소신청을 하지만 판매 시 '추가비용이 발생할 수 있음'을 고지했다면 업체에 반품비를 지불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한국소비자원 측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필요 분야가 있을 때 지속 개정하고 있지만 에어컨 설치비용처럼 구체적 비용까지 가이드 라인을 마련하는 식의 제도적 보완은 사실상 어렵다”며 "피해 예방을 위해 에어컨 구매 시 추가비용이 발생하는지 등 계약조건을 꼼꼼히 확인하고 설치 시 설치기사와 설치 위치 등을 충분히 상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매 경로가 어디든 관계 없이 에어컨 설치는 삼성전자, LG전자, 대유위니아, 캐리어에어컨 등 제조사에서 직접 진행하는 것으로 오인하는 소비자들도 많다. 하지만 직영매장에서 구입하지 않는 경우 개별설치업자가 진행하는 경우가 더 많다.

제조사로부터 설치를 받고 싶다면 구매 전 판매 페이지를 통해 ‘제조사 설치 및 직배송’임을 확인하거나 판매자에게 직접 문의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민희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