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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개인퇴직연금 수수료 무료화 경쟁...은행권 대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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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개인퇴직연금 수수료 무료화 경쟁...은행권 대응은?
세제혜택 맞춰 IRP급성장...ETF투자 늘며 수수료경쟁 격화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21.05.23 0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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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시장에서 은행권에 비해 약세를 보이고 있는 증권사들이 개인퇴직연금(IRP) 수수료를 무료화에 하면서 가입자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나섰다. 

시중은행들은 수수료 무료화에 따른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어 증권사들이 '무료 마케팅'을 통해 은행권과의 격차를 얼마나 좁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3월 말 기준 업권별 IRP 누적 적립금은 은행이 26조4495억 원, 증권사 9조1106억 원, 생명보험사 2조5833억 원이다. 

은행권에 비해 누적 적립금이 크게 뒤져 있는 증권사들은 수수료 무료화 카드를 꺼내들면서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IRP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IRP는 과거 DB(확정급여)형, DC(확정기여)형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지만 세제혜택 효과가 나타나면서 지난해부터 자금이 몰리기 시작했다.

개인형 IRP는 근로자가 재직 중에 가입할 수 있는 퇴직연금 상품으로 연간 1800만 원까지 납입 가능하다. 특히 정부가 지난해부터 3년 간 만 50세 이상 세액공제 한도를 최대 900만원까지 늘리면서 자산증식 수단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IRP 누적 적립액은 전년 대비 35.4% 증가한 34.4조 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DB형과 DC형에 비해 3배 가까운 증가율을 보였고 증가액 역시 누적 적립액이 2배 더 많은 DC형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IRP 시장이 급성장하자 은행과 증권사들은 올해 초부터 경쟁적으로 IRP 마케팅을 펼쳤다.

퇴직연금 잔고가 상대적으로 많은 은행들은 경품과 상금 위주의 마케팅을 전개했고 추격하는 입장에 놓인 증권사들은 '수수료 무료' 카드를 꺼내면서 경쟁에 불씨를 지폈다.
 

▲ 주요 대형 증권사들은 지난 달부터 개인형퇴직연금(IRP) 신규 고객에 대해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시작했다. 다만 편입자산에 대한 운용보수는 별도로 부과된다.
▲ 주요 대형 증권사들은 지난 달부터 개인형퇴직연금(IRP) 신규 고객에 대해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시작했다. 다만 편입자산에 대한 운용보수는 별도로 부과된다.

특히 퇴직연금 시장에서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이 높은 증권사들은 퇴직연금 자산관리수수료를 받지 않는 대신 펀드를 비롯해 금융투자상품을 편입해 자산 증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수수료 무료화를 적극적으로 내세우기 시작했다. 지난 달 삼성증권에 이어 이달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유안타증권이 수수료 무료를 결정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상장지수펀드(ETF) 수요를 퇴직연금 계좌로 유입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ETF 마케팅을 위해 IRP 무료화를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퇴직연금 계좌에서 ETF 투자는 수수료 측면에서도 일반 펀드보다 저렴하고 주식처럼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어 지난해부터 시작된 증시 호황과 맞물려 효과적인 자산증식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월 21일 기준 국내 ETF 순자산가치는 60조768억 원으로 작년 말 대비 15.5% 증가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은행 IRP 계좌에서는 ETF 직접 편입이 어려워 신탁 형태로 편입하고 있으나 증권사는 가능하다는 점에서 유리한 부분"이라며 "무엇보다 현재 IRP 자체가 세제혜택 측면에서 매력있고 향후 퇴직연금 디폴트옵션도 법제화가 된다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어 현재 수수료 무료 혜택은 시장 성장을 대비한 사전정지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권에서는 증권사의 IRP 수수료 무료화에는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ETF 시장이 활발해지면서 증권사들이 ETF 매매 고객을 늘리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퇴직연금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면서 "증권사들은 수수료 무료를 제공하더라도 ETF 매매시 판매보수를 받을 수 있지만 동일한 조건에서 은행은 상품운용단계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도 챙길 수 없어 도입하면 수익성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증권사의 IRP 수수료 무료화가 장기화될 경우 수수료 메리트를 느낀 고객들의 '머니무브'를 무시할 수는 없는 점은 변수다. IRP 수수료 무료화에 참전하는 증권사들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하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급성장하는 IRP 시장에서 대응할 만한 카드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수수료율 인하를 고려해볼 수 있지만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 2018~2019년도 사이에 퇴직연금 수익률로 비판을 받으면서 당시 은행들이 수수료율을 파격적으로 내린 바 있다"며 "추가 수수료율 인하시 역마진까진 아니더라도 수익성이 사실상 제로가 될 수 있어 수수료율 인하 카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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