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피해보상 행동 매뉴얼.."알고보면 쉽다"

2010-03-18     윤주애 기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 서울 종로구에 사는 회사원 채규문 씨는 2005년 간호직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려는 부인을 위해 A수험정보센터에서 인터넷 무료 수강과 수험정보지 제공을 조건으로 50만 원대의 교재를 구입하고 6개월 할부로 신용카드 결제를 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갑자기 인터넷 강의가 되지 않고, 수험정보지도 오지 않았다. 수험정보센터에 전화를 했지만 전화도 받지 않았다. 알아보니 부도를 내고 문을 닫은 것이다.


채 씨는 아직 남아 있는 할부금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크게 당황했다. 고민 끝에 소비자단체에 상담을 요청했고, 그 과정에서 내용증명을 우편발송해 항변권을 행사하면 나머지 할부금 결제를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채 씨는 할부구매사실에 대한 개요와 해당업체의 부도사실, 항변권 행사 의사를 편지로 적어 할부구매계약서 등의 증빙서류를 첨부해 신용카드사와 해당 업체에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그 덕분에 나머지 할부금을 손해보지 않을 수 있었다.


채 씨는 이 사건을 겪으면서 그동안 한 번도 눈여겨 보지 않았던 신용카드 영수증 뒷면을 꼼꼼히 읽어보게 됐다. 영수증 뒷면에 적힌 할부거래계약서 4조에 <회원의 항변권>이 자세하게 기재돼 있었던 것이다.
 
주부 강민숙(서울 마포) 씨는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갔다가 진료비가 7만1천900원이나 나와 깜짝 놀랐다. 병원에 물어보니 주사제 가운데 2개 품목이 비급여 품목이어서 그렇다는 설명이었다.

강 씨는 병원에서 비급여 약품을 꼭 써야 했을까 하는 의문을 품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전화를 걸었다. 보험공단에 확인한 결과 병원에서 처방한 두 약품 모두 보험적용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병원에 항의를  했더니 그 중 하나는 환자 상태와 의사의 진단에 따라 보험적용이 달라진다며 다른 한 가지 약품에 대해서는 보험적용 사실을 인정했다.

결국 4만원이던 주사제를 보험적용가인 896원으로 계산해 차액을 환불 받았다. 강 씨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더라면 끝내 알지 못했을 문제였다.


채 씨나 강 씨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소비자 피해를 해결하는 방법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다만, 소비자가 귀찮아서 그냥 넘기거나, 잘 모른다고 지레 포기를 하기 때문에 피할 수 있는 피해를 당하고, 또 피해를 당한 뒤에도 해결을 하지 못한다.


그 같은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고, 문제가 생긴 뒤에는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 소비자 스스로 적절한 준비를 갖춰야 한다. 피해보상에 대해서 어느 정도 상식을 갖고 있다고 해도 증거 확보와 같은 주요 사항을 놓치면 보상을 받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 약관과 보증서부터 챙겨보자


애초에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려면 계약시 약관 확인은 필수다.

반품 및 환불 규정을 꼼꼼히 확인하고, 문제가 발생한 뒤에도 적절하게 대응하려면 업체를 상대할 정도로 무장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용할 때부터 문제는 없는지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품을 사용할 때는 제품설명서에 따라서 하도록 한다. 설명서에 명기된 주의사항을 무시했다가는 보상을 받지 못할 수 있다. 보증서도 읽어야 한다. 보증기간과 조건을 미리 알아두는 게 좋다.


제품 구입시에 작성한 계약서와 영수증, 사용설명서, 보증서도 잘 보관해둔다.  


◆ 증거 확보는 필수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예를 들어 식품에서 머리카락, 금속성의 이물질 등이 검출될 경우 사진을 찍는다. 제품의 사진과 이물의 사진을 선명하게 남긴 사진은 증거자료로 필수적이다.

해당 업체에서 이물질이 검출된 제품을 수거하러 나왔을 때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업체가 식품 이물을 검사하는 과정에서 증거 인멸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한번 업체에서 회수한 이물은 되돌려 받기 힘들다. 때문에 소비자 전문가들은 업체에 먼저 연락하기 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나 시.군.구 위생과 혹은 믿을 만한 기관 등에 신고하는 방법을 추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소비자 상담 및 피해구제를 신청할 때에는 연락처와 상호명, 거래내용 등을 서식에 맞춰 작성해 제출하면 업무처리가 빨라질 수 있다. 상담 및 피해 내용을 가급적이면 6하 원칙에 따라 작성한다. 계약서, 영수증, 내용증명, 수리내역서 등 사본, 물품, 사진 등 입증자료를 첨부한다. 마지막으로 분쟁해결기준에 따른 수리, 교환, 환급 계약해지, 배상 등의 요구사항을 기재하면 된다.

특히 의료 관련 소비자상담 및 피해구제는 보다 구체적인 정황 및 근거자료를 구비해야 한다. 의료분쟁은 특성상 일반인이 의료인의 과실 여부를 입증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소비자단체, 경찰서, 보건소, 법률구조공단, 시민단체, 형사고소 등 타기관에 상담 및 의뢰하는 경우가 많은데 입증자료를 구비해야 접수가 된다.

사건 처리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사고내용, 과실로 추정되는 경우 의료기관 또는 의사 등 사업자가 잘못한 내용, 사업자의 보상 거절 사유를 상세히 설명한다. 재산적 손해, 위자료 청구 등은 요구금액 및 산정근거 등을 기입한다. 또 의료사고 발생 후 의사에게 들은 내용을 포함해 의료기관 또는 의사와 협의를 진행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기록한다.


◆업체와 접촉은 신중하고 정확하게


피해가 그리 크지 않고, 기업과 직접 접촉해서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도 신중함이 요구된다.


업체에 연락을 하려면 문제가 생긴 직후에 신속하게 해야 한다. 신고가 지연되면 소비자에게 책임이 전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고객센터나 담당 부서에 연락을 할 때는 담당자의 이름을 기록해두고, 해당 업체와 주고 받은 서류도 반드시 증거로 남겨둬야 한다.


AS를 맡길 때도 꼼꼼하게 행동하는 게 좋다. 제품 인수증이나 AS기록을 정확하게 남겨야 중간에 제품이 사라지거나 바뀌는 문제를 막을 수 있다. 또 수리기사가 직접 나와서 수리를 할 때도 무작정 믿고 맡기는 건 현명하지 못한 일이다. 수리기사가 제품의 문제점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특히 수리를 시작하기 전에 정확한 고장 원인과 비용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용에 대해서는 견적서를 받는 게 좋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

소비자 피해보상(구제)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1987년 소비자보호법에 의해 설립된 한국소비자원이 대표적이다. 한국소비자원은 평일 저녁 6시까지 국번없이 1372로 통화가 가능하고, 24시간 인터넷 상담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원이 상담하지 않는 분야도 있다. ▲전월세를 포함한 개인간 임대차 관련 분쟁 ▲상가, 사무실 등 비주거용 건축물 관련 분쟁 ▲화물운송 차량, 영업용 택시, 버스 등 관련 분쟁 ▲프랜차이즈 계약 등 대리점과 본사와의 분쟁, 하도급 분쟁 ▲임금 등 근로자와 고용인간의 노동 분쟁 ▲개인과 개인간의 분쟁 등이다.

1372는 올해부터 새롭게 선보인 정부와 소비자단체가 함께하는 소비자상담센터(www.ccn.go.kr)로 연결된다.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기관으로 전국 대표전화 1372로 전화를 하면 소비자단체, 지방자치단체, 한국소비자원, 사업자 사이에 정보를 교류하고 피해구제건은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 담당자에게 이관한다.

식품이나 의약품 안전에 대한 피해 신고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식품안전소비자신고센터(cfscr.kfda.go.kr) 또는 지역약물감시센터(ww.medalert.co.kr)에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소비자의 제보로 운영되는 <소비자가만드는신문>(www.consumernews.co.kr)은 사이트를 통해 피해제보가 접수되면 해당 기업에 이를 전달해 빠른 해결을 유도하고 있다. 중재 외에도 기사보도를 통해 개선대책을 촉구하는 등 소비자 문제에 대한 사회 공론화에도 앞장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