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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벽지가 유해벽지로 둔갑?..친환경인증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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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벽지가 유해벽지로 둔갑?..친환경인증의 '함정'
  • 심나영 기자 sny@csnews.co.kr
  • 승인 2011.01.25 0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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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재료로 만든 벽지에서 나는 향기가 인체에 해를 끼치는 물질로 치부돼 '천연벽지'가 한 순간에 '유해벽지'로 전락할 수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공인기관의 '친환경인증' 기준에 헛점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리나라에서 '친환경인증' 제품을 승인해 주는 곳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공기청정협회, 한국건설생활시험연구원 등으로 이들 기관에서 유해물질을 측정하는 기준은 벽지에서 가스형태로 방출되는 '휘발성유기화합물의 총량'(이하 TVOC)이다.


문제는 천연벽지의 자연재료에서 방출되는 VOC마저도 TVOC로 뭉뚱그려져 '유해물질'이 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소나무로 만든 벽지에서 나는 솔향기(VOC)마저 TVOC안에 포함될 수 있다는 소리다.


소비자들의 현명한 선택을 위해 천연VOC와 인체에 해를 입히는 벤젠, 톨루엔, 자일렌, 에틸린, 포름알데히드 등 유해VOC를 엄격히 구별하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지난해 12월 말, 소비자시민모임 의뢰로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가 천연벽지전문 생산업체인 에덴바이오의 음이온숯벽지의 TVOC를 조사한 결과, 해당제품은 0.825mg/(㎡h)을 방출해 유해벽지로 분류됐다.


겉으로만 보면 이 수치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정한 친환경인증 기준인 TVOC '0.4mg/(㎡h)'이하, 공기청정협회가 정한 친환경건축자재 최우수인증을 받을 수 있는 '0.10mg/(㎡h)' 미만 기준을 2~4배 이상 초과한 것이다.


그러나 벽지업계 관계자는 "천연벽지에서 나오는 VOC중 몸에 해로운 VOC는 극히 소량"이라며 "천연물질에서 나오는 향기까지 TVOC로 측정해버리니 친환경 인증수치를 맞추려면 향기를 없애려고 천연재료에 나쁜 화학물질을 섞어야 하는 모순된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음이온숯벽지의 경우에도 포름알데히드 검출량은 단 0.005mg/(㎡h)(한국건자재시험연구원), 0.000004mg/(㎡h)(서울대학교농업생명과학대학)로 조사됐을 뿐이다.


서울대학교 친환경건축자재인증센터 관계자도 TVOC의 함정에 대해 "소비자들은 휘발성유기화합물이라고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지만 여기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며 "그런데도 TVOC의 기준만으로 친환경인증을 해줄 경우 나무로 만든 벽지에서 나오는 효과인 삼림욕의 피톤치드까지 유해물질로 포함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친환경 인증의 허술한 기준에 대해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관계자는 "아직까지 천연VOC와 유해VOC의 종류까지 세부적 구별하는 기준이 없다"고 인정하며 "만약 생산자가 친환경인증을 받기 위해 VOC종류를 분리하길 원한다면 우리 쪽에 천연VOC는 TVOC에서 배제하라고 요청해달라"고 말했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심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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