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의 CMA 금리가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보다 낮아 경쟁력을 잃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정기적금과 달리 CMA는 매일 이자가 발생하고 일부는 복리 혜택을 받는 등 쏠쏠한 재미를 봤지만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일부 증권사들은 우대금리 제도도 폐지하고 있는 추세다.
CMA는 계좌 하나로 펀드, 채권, ELS 등 다양한 금융상품 투자가 가능하고 하루만 맡겨도 시중금리 수준의 수익률을 추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수시 입출금도 가능해 비상금이나 생활비 계좌로도 단기간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RP형과 MMW형, MMF형, WRAP형 등 4개 상품군으로 나뉘는데 확정금리를 제시하면서 국공채, 은행채, 신용등급 AA- 이상 회사채에만 투자하는 RP형을 대부분 선호한다.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개 증권사 기준 CMA 계좌(RP형) 기본 금리가 가장 높은 증권사는 연 1.25% 금리를 적용하고 있는 메리츠종금증권이다.
대신증권과 한국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KB증권 등 4개 사는 이보다 0.1% 포인트 낮은 연 1.15%를 적용하고 있고 삼성증권과 신한금융투자도 연 1.10%에 불과하다.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은 연 0.9%를 적용해 1% 미만 금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시중은행의 경우 NH농협은행 '왈츠회전예금2'가 기본 연 1.59%, KEB하나은행 'e-플러스 정기예금'과 우리은행 '위비SUPER주거래예금2'는 연 1.4%를 적용하면서 증권사 CMA보다 높은 금리로 제공하고 있다.
심지어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서 출시한 '카카오뱅크 정기예금'과 '코드K 정기예금'은 각각 연 2.0%와 1.9%를 적용해 호응을 얻고 있다.
6대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 2곳 중에서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곳은 6개 은행에 달했는데 우대금리를 적용하면 연 1.5~2.1% 금리를 받을 수 있었다.

반면 일부 증권사는 CMA 계좌에 적용했던 우대금리 제도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다수 증권사들은 우대금리 적용 시 연 2~3% 금리를 적용했지만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면서 점차 우대금리도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3월부터 금융상품 거래 시 적립되는 포인트로 우대금리 쿠폰을 적용하는 '쿠폰형 CMA' 신규가입을 중단했다. (구)대우증권에서 출시한 제도로 1%대 우대수익률 쿠폰 2장을 적용하면 최대 연 2.9% 금리를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신규 가입에 따른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신한금융투자도 오는 11월부터 급여 자동이체(월 50만 원 이상), 월 3건 이상 공과금 자동이체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추가금리 1%를 받아 연 2.1%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우대금리 제도가 사라진다.
다만 KB증권과 삼성증권은 최대 2~3%까지 제공하는 우대금리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특판 이벤트로 RP매각한도 200억 원 한정 연 5% 상품을 선보이며 주목을 끌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증권사 CMA가 고객 모집 수단으로서는 매력적이지만 금리 압박이 심해 예전처럼 우대 금리를 퍼주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이나 인터넷전문은행보다 편의성도 떨어진데다 금리도 열위에 처하게 되면서 고객 이탈도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CMA는 여전히 비상금이나 종잣돈을 모으는데 매력적인 상품이지만 증권사 입장에서는 우대금리를 포함해 부담스러운 상품이 됐다"면서 "최대한 소비자 편익에 접근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준의 금리를 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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