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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뚫린 소비자 규정㊹] 통신사들 '휴대폰 파손보험' 하위모델로 바꿔줘도 '면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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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뚫린 소비자 규정㊹] 통신사들 '휴대폰 파손보험' 하위모델로 바꿔줘도 '면피'
판매되는 제품도 '단종' 판정
  • 이건엄 기자 lku@csnews.co.kr
  • 승인 2018.12.16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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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분쟁들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등 업종별로 마련된 소비자법을 근거로 중재가 진행된다. 하지만 정작 그 규정들은 강제성이 없을 뿐 아니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빠른 시장 상황을 담지 못해 소비자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올 하반기 동안 2018년 기획 캠페인 '구멍뚫린 소비자보호규정을 파헤친다' 기획 시리즈를 통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의 문제점들을 짚어보고 개선 방향을 찾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사례1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이 모(남)씨는 자신의 갤럭시S6 단말기를 분실했지만 가입 당시 파손·분실 보험에 가입한 터라 안심했다. 통신사 측에 보상 신청을 하자 “갤럭시S6 제품의 재고가 없는 상황이라 갤럭시 A3, A7, LG전자 AKA, G4 중에 선택해야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 씨는 "보급형 스마트폰만 받을 수 있다니 말이 되는 소리냐"며 분개했다.

#사례2 2년 전 최신 휴대전화를 90만 원에 구매한 경기도 광주시에 거주하는 김 모(남)씨. 최근 단말기를 분실해 분실·파손보험을 통해 보상 여부를 문의했고 대체폰 수령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보험사 측은 몇단계 하위기종을 보내주며 “보상은 기존 단말기의 현재 출고가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사례3 경북 칠곡군에 거주하고 있는 박 모(남)씨는 최근 불쾌한 경험을 했다. 휴대전화를 분실해 가입한 보험 상품을 통해 보상 받으려 했지만 기존 단말기(갤럭시 노트8) 재고가 없다며 구형 기기(갤럭시 노트5)를 받아야 된다는 안내를 받은 것. 졸지에 2년 전 모델을 사용해야 된다는 말에 화가 난 박 씨는 보험사 고객센터와 실랑이를 벌인 끝에 일정의 자기부담금을 지불하고 기존 모델의 단말기로 보상받을 수 있었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3사가 운영하고 있는 휴대전화 분실·파손 보험이 반쪽짜리 서비스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분실 시 동일제품 교체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재고가 소진됐다며 하위 기종을 제공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통3사가 운영하고 있는 분실·파손보험은 대체 제품 보상 시 동일제품 교체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만약 대상 단말기가 없을 경우(단종)에는 이통사가 설정해 놓은 일정 범위 내에서 이뤄진다.

여기서 이통사가 말하는 단종은 제조사에서 생산을 멈춰 제품 수급이 더 이상 안 되는 상태가 아니다. 통신사가 보유하고 있는 보상 단말기의 재고 상황을 뜻한다. 즉 자신의 제품이 여전히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다 하더라도 보상센터의 창고에 해당 단말기가 없다면 단종으로 판단한다는 뜻이다.


단종에 따른 ‘유사 기종’의 기준은 통신사마다 다소 차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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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유사 기종으로 명시한 조건은 보상 당시 기준 출고가에서 -10만 원~ + 10만 원, 출고일 기준 12개월 이내에 출시된 제품이다.

KT도 분실기기 출고가 기준 -10만 원~ +10만 원 범위 내의 제품으로 보상한다는 단서는 SK텔레콤과 같지만 ‘가입 단말기의 사고 당시 출고가를 기준’으로 한다는 단서가 붙는다.

LG유플러스는 출고가 기준 -5만 원~ +5만 원, 출고일 기준 6개월 이내에 출시된 제품을 유사 기종으로 명시해 뒀다.

출고가는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기 때문에 가입 당시 최신 프리미엄 제품을 구입했다 하더라도 결국 이통사의 기준에 따라 보상 시 하위 기종을 받을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특히 휴대전화 분실·파손보험에는 20~35%에 달하는 자기부담금이 존재하기 때문에 성능이 떨어지는 제품을 받으면서도 돈은 돈대로 지불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이통3사 휴대전화 분실·파손보험 대체품 보상 기준>
  -보상은 가입 시 구입했던 제품과 동일한 단말기로 진행.
  -단, 해당 제품이 단종 됐을 경우 약관에 정해놓은 범위에 따라 유사 기종으로 지급
  -제조사에서 생산을 멈춰 수급이 이상 안 되는 상태가 아닌 보상 단말기의 재고가
   소진된 상황을 뜻함

  <규정 속 허점>
 -단종에 대한 개념이 일반적인 개념과 달라 버젓이 시중에서 판매 중임에도
   재고 상황에 따라 다른 제품을 받아야 되는 불합리한 상황 연출
 -이통사가 정해놓은 기준이 보상 시의 출고가에 따르는 만큼 유사 기종으로 받을 경우
  성능 떨어지는 제품이 될 가능성이 높음.

상황이 이렇지만 해결할 방법은 요원한 상태다. 방통위의 관련 가이드라인이 존재하긴 하지만 위반 시 별도의 처벌 내용이 없고 감독과 관리 주체도 각각 과학기술통신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로 분리돼 있기 때문에 문제 해결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윤철한 국장은 “이통사와 보험사들이 소비자의 권익 보다는 자신들의 손해율을 낮추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상품을 출시하다 보니 불합리한 부분이 많다”며 “법적 장치를 마련하기 힘든 상황에서 최소한 가입 시 제대로 된 설명을 통해 불완전 판매는 막아야 된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건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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