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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탐사플러스

[공정위 소비자정책 진단④]분쟁조정 실효성 높일 묘책 없나?

황두현 기자 hwangdoo@csnews.co.kr 2018년 12월 03일 월요일 +더보기
매년 12월 3일은 소비자의 날이다. '고객은 왕'이라는 구호가 무색하게 실생활에서 소비자는 보호 받지 못하는 약자로 방치돼 있기가 다반사다. 기업의 각성과 양심에만 매달려 소비자의 이익이 보호되기를 바라기보다는 정책적이고 제도적인 변화와 노력이 요구된다. 정부의 소비자보호정책이 어떤 궤적을 따라가고 있는지, 앞으로 보완되어야 할 점은 무엇인지를 집중 점검한다. [편집자 주]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피해구제를 위해 운영중인 분쟁조정제도와 집단분쟁조정제도의 실효성과 대한 의문이 잇따르고 있다. 사업자가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제도가 성립되지 않거나 아예 소비자원이 집단조정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 피해구제 연보 및 사례집'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피해구제 신청은 2016년 36937건에서 지난해 38303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지만 합의가 성립된 비율은 51.4%(19669건)에 불과하다.  
 
공정위는 올 1월 소비자정책 기본계획의 하나로 '신속·공정한 분쟁해결'을 목표로 선정하고 분쟁해결제도 개선에 나섰다. 분쟁조정 온라인 시스템 개선을 통해 이용자의 접근성을 높이고 조정인력을 증대 및 전문적 교육 강화 등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학계·시민단체는 현행 제도의 한계를 오롯이 담아내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위원회 구성 등에서 예산과 권한의 배분 문제가 있기 때문에 당국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집단소송제 도입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장밋빛 전망만 제시되고 있다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피해구제신청건.jpg
◆ 쌍방 동의 필요한 조정제도.. 중재 도입 대안될까

소비자피해의 구제는 일반적으로 '상담→피해구제 신청→합의권고→(불응시)→조정신청→조정결정→성립(불응시)→소송'의 단계를 통해 해결된다. 하지만 소비자의 구제 신청이 있더라도 사업자가 이에 응하지 않으면 조정이 성립되지 않는다. 

제주 서귀포시에 사는 오 모(남) 씨는 결혼을 앞둔 지난달 서울 종로구의 한 시장에서 침구류를 구매했다. 얼마 뒤 전화를 통해 배송문제로 감정다툼이 생긴 뒤 사업자는 침구류를 보내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오 씨는 소송을 제기하긴 부담스러워 분쟁조정제도를 알아봤지만 쌍방 동의가 있어야 성립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판매자의 감정이 격앙된 상태인데 조정 성립에 굳이 응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현행 분쟁조정제도하에서는 피해를 받은 소비자 각종 소비자기구의에 피해구제를 접수해야 하고 결과에 따라 화해 등을 권유하고 있다. 다만 위의 사례처럼 사업자가 받아들이지 않거나, 자신에게 불리할 경우 소를 제기하면 조정 절차는 중단되거나 무효가 되는게 현실이다. 
 
이에 대체적 분쟁조정제도(ADR)의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ADR이란 법적 절차가 부담스러운 소비자를 위해 자율적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절차로 조정위원회를 통해 분쟁을 해결하는 분쟁조정제도 역시 이 중 하나다. 

최난설헌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법에서는 대체적 분쟁조정제도(ADR) 중 분쟁조정제도만을 두고 있다"며 "복잡해지고 전문하 되는 소비자분쟁해결을 위해서는 다양한 제도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안이 '중재제도'다. 조정 성립단계부터 양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야 절차가 개시되고 조정위원회의 결정이 나오면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이다. 

고형석 선문대 법학과 교수는 "지금은 사업자가 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개시 자체가 되지 않아 소송으로 가서 다퉈야하는데 중재는 합의만 하면 해결된다"며 "물론 중재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한계점은 있지만 대안이 아닌 보완방은으로써 고려해볼만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절차 개시에 있어서는 현행 조정방식을 취하면서도 절차 진행에 있어서 중재방식을 취하는 새로운 형태의 ADR제도의 탄생도 고려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제도화 된다면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제약할 수 있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 분쟁조정절차 ⓒ 한국소비자원

◆ 집단소송제, 미국식보단 일본·유럽식 방향으로 논의되어야

2012년 3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80명은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아 한국소비자원에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했다. 2011년 보건복지부에서 가습기 살균제의역학 조사와 해당 제품 수거명령이 내려진 후 피해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원은 인과관계 파악 등을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5년에는 홈플러스 개인정보 불법 매매 피해자들이 집단분쟁 조정을 신청했지만 조정위원회는 두 달 가까이 시간을 끌다 절차를 개시하지 않기로 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관계자는 "분쟁조정 절차에 반대하는 위원들은 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오지 않았고 홈플러스와 보험사의 대응이 없어 사실확인도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소비자피해의 특징 중 하나가 고액의 집단적 소비자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정위는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고 집단분쟁조정 신청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동일한 피해를 입은 소비자 50명 이상이 사업자를 상대로 분쟁조정을 의뢰하는 제도다. 당사자가 수락한 분쟁조정 결정은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있다. 

그러나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 보듯이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하더라도 소비자원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특히 분쟁조정개시여부를 담당하는 분쟁조정위원회가 기업 측 입장을 대변하는 등 문제가 복잡한 사안을 회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윤미 C&I 소비자연구소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럼 조정신청을 해도 개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제각각 운영하고 있는 분쟁조정 기준에 대해 통일성을 정하고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통합작업을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참여연대를 비롯한 다수의 소비자단체는 정부와 국회에 대해 '소비자 집단소송제'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집단소송제는 일부 피해자가 가해 회사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 다른 피해자들도 별도 소송 없이 그 판결로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한국은 현재 소액주주 구제를 위해 증권 분야에만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고 있다. 

고형석 교수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미국식 집단소송제는 패소 시 관련 피해자 모두가 보상받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며 "소비자·시민단체가 원고가 되어 당사자는 협조하는 식의 일본과 유럽식 피해보상제도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올 초 허위표시광고, 제조물책임, 담합분야 등에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정부는 직접 법안을 내기보다는 국회에 발의된 의원안을 지원할 전망이다. 국회에는 이미 야당 의원 중심으로 관련 법안 수 건이 제출되어 있다. 

올해 1월에는 정무위원회 이학영 의원(더불어민주당) 등이 '소비자집단소송법'을 발의했고 9월에는 법제사법위원회 김종민 의원(더불어민주당) 등이 '집단소송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20대 국회에는 10여 건의 관련 법안에 소관위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 분쟁조정위원회 역할, 사전 예방 수단 강화 지적도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꾸준히 제기되는 문제 중 하나가 분쟁조정위원회의 역할이다. 분쟁합의의 최종 결정은 분쟁조정위원회가 하고 있어 복잡하고 다양해지는 소비자문제를 소수의 위원들이 모두 살펴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같은 지적이 잇따르자 지난 2016년 공정위는 법 개정을 통해 분쟁조정위원을 150명으로 증원하고 상임위원 역시 2명에서 5명으로 늘렸다. 다만 아직까지는 119명의 조정위원들이 위촉되어 있는 상황이다. 

공정위 분쟁조정사무국 관계자는 "법 개정 이후로 1차 위촉을 마친 상황이고 추가로 증원할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나아가 조정위원의 역할이 중요한데 인력부족으로 인해 분쟁위가 사무국 중심으로 운영되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고형석 교수는 "사실관계조사나 당사자의견 등을 사무국에서 조사하면 조정위원들이 처리하는 게 현실"이라며 "사업자들의 영업활동이 다양해지면서 분쟁 유형도 다변화하고 있어 조정위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소비자원 권한 분배 필요성 제기

공정위는 지난해 8월 법집행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그해 11월에는 '대체적 분쟁 해결 제도(ADR) 활성화를 주제로 회의를 열었다. 올 2월에는 이러한 결과를 포함한 최종보고서를 내놨다. 

ADR에 대해서도 부당지원행위를 제외한 불공정거래행위 또는 모든 위반행위로 확대하는 분쟁조정대상 확대와 조정-중재연계제도 도입 등에 의견을 모았다. 소비자 집단소송제 도입에에 의견이 모아졌고 피해구제를 위해 분쟁조정대상 확대, 조정-중재 연계제도 도입 등 대체적 분쟁해결제도(ADR)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참여연대는 공정위의 보고서에 "구체적 범위에 있어서 아쉬움은 있지만 진전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ADR에서 공적 영역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내기도 했다. 민간 조정의 활성화를 통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조윤미 대표는 "소비자원이 시민단체 차원에도 해결 가능한 개별 사안에 대해서까지 분쟁조정에 나서면서 정책적으로 의미가 있는 집단분쟁조정을 외면하고 있다"며 "민간의 분쟁조정제도 활성화를 위해 당국이 역할을 내려놔야 한다"고 역설했다.

함영주 중앙대 로스쿨 교수는 논문을 통해 "우리나라의 대체적분쟁해결방안(ADR)은 각종 행정기관 또는 단체 등에 의한 조정이 주를 이룬다"며 "세계적 수준에 필적하는 민간형조정제도의 발전을 위해 행정위원회의 조정제도와함께 조정당사자들에 주도권을 부여하는 조정기본규칙 등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황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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