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례2=경기 화성시에 사는 이 모(여)씨는 지난 9월 중견 가구업체 B사에서 원목 식탁 의자를 구매했다. 의자를 집에 들인 지 2주 무렵부터 의자 주변 바닥에 하얀 가루가 발견됐고 의자 등받이가 덜렁거리기 시작했다. 확인 결과 의자 원목을 벌레가 갉아먹은 것. 이 씨는 교환을 원했지만 A사는 '원목 특성'이라며 추가적인 교환비를 요구했다. 이 씨는 "의자 6개를 벌레가 갉아 먹을 때마다 비용을 들여 교환하란 말인가"라며 "제품 자재 관리가 아닌 원목 탓만 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 사레3=대구 달서구에 사는 박 모(여)씨는 지난 5월 중순 온라인몰에서 C제조사의 물티슈 한 박스를 구매했다. 최근 개봉한 물티슈에서 검은색 오염이 보여 나머지 제품들도 뜯어보니 기름때가 찌든 듯 시커맸다. 박 씨는 "지난 16일 온라인몰을 통해 환불 받았다"면서도 "위생적이어야 할 물티슈가 이렇게 오염돼 있다니 기가 막히다"고 지적했다.

# 사레4=대전 유성구에 사는 김 모(여)씨는 홈쇼핑을 통해 D사에서 판매하는 고가의 미용기기(뷰티 디바이스)를 큰 맘 먹고 구입해 사용하던 중 고장나 AS를 문의가 당황했다. 1년여 지나 패드 부분이 미세하게 찢겨있어 AS를 요청하니 수리비로 16만5000원을 안내했다. 김 씨는 "사용 중 자연스럽게 생긴 현상이다. 무슨 근거로 소비자 잘못이라며 책임을 전가하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경기 불황 여파로 소비 위축이 이어지면서 화장품, 패션 등이 포함된 생활용품 분야 소비자 민원이 소폭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1월1일부터 11월30일까지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제기된 생활용품 민원은 총 161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734건)보다 7.1% 감소했다.
아웃도어, 패션업 및 가구 민원이 감소한 가운데 애슬레저와 화장품, 위생용품 등 품목에서는 오히려 민원이 두자릿수 비율로 증가했다. 소비 패턴이 변화하면서 품목별 민원 흐름이 뚜렷하게 엇갈린 것으로 분석된다.

생활용품 민원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업종은 ▶패션 분야다. 민원 건수는 719건으로 지난해(807건) 보다 10.8% 감소했지만 생활용품 업종 전체의 44.7%를 차지해 절반에 육박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이랜드월드 △LF △신성통상 △한섬 △자라 △신세계인터내셔날 △H&M 등을 비롯한 유명 패션기업 관련 민원이 이어졌다.
패션 기업들도 온라인몰 강화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면서 온라인 거래서 발생되는 민원이 두드러졌다.
공식몰에서 진행한 '할인' '적립' '무이자' 이벤트를 보고 구매했으나 혜택을 받지 못한 소비자들이 예외 사항을 직관적으로 명시하지 않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블랙프라이데이 같은 대대적인 할인 행사 기간에는 배송이 지연되거나 주문 후 몇 주 뒤 품절로 취소가 잇따라 불만을 샀다. 브랜드를 믿고 샀으나 검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누군가 반품한 옷, 신발 등을 그대로 배송한 경우도 드물지 않다. 상품 구매시 쌓은 적립금 소멸 기한이 짧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자라(ZARA) 등 해외 브랜드의 경우 매장서 제품 환불이나 교환 시 '영수증'을 필수 조건으로 내걸어 소비자와 갈등이 잦았다. 소비자는 택도 그대로고 카드 결제 내역으로도 입증이 충분한데 종이 영수증만 조건으로 걸어 반품을 제한한다고 민원을 제기했다.
브랜드 의류임에도 이염되거나 변색으로 업체와 소비자간 분쟁이 잇따랐다. 착용 전 세탁만 했을 뿐인데 옷이 찢어진 경우에도 소비자 과실로 처리돼 교환이나 환불이 거절됐다는 불만이 다수였다.
올해 연초부터 보브, 지컷, 나이스클랍 등 브랜드가 구스다운 일부 제품에 덕다운이 사용된 것으로 파악하고 자발적 환불에 나서는 등 다운 제품 충전재 함량이나 소재에 의혹을 제기하는 민원도 꾸준하게 제기됐다.

▶가구 제품은 생활용품 전체 민원 가운데 24.3%를 차지했다.
△한샘 △현대리바트 △이케아 △에몬스 △신세계까사(까사미아) △에넥스 △동서가구 △삼익가구 등 브랜드가 대표적이다.
가구는 배송·설치 과정에서 장판, 벽지 등 집안이 훼손됐음에도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불만이 반복됐다. 배송 및 설치비까지 지불햇지만 방문 기사가 힘들다며 두고 가거나 소비자에게 도움을 청해 원성을 사기도 했다. 가구를 설치한 이후로 곰팡이나 벌레가 발견됐지만 생활 환경 문제를 이유로 소비자 책임으로 돌리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소파 등 패브릭 가구의 늘어짐이나 쿠션 꺼짐 현상 '불량 판정'을 두고 소비자와 업체가 의견이 갈리며 갈등이 첨예했다.
일단 계약하면 가구 대금의 5~10%를 위약금으로 무는 게 규정이지만 계약 과정에서 이를 안내받지 못한 소비자들이 부당하다고 불만을 토해냈다. 가구 배송일을 어기는 경우도 수시로 발생했다. AS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민원도 이어졌다.
아울러 리클라이너 소파, 모션베드 등 가전과 가구 성격이 결합된 제품 AS시 '가구' 기준만 적용하는 제도적 사각지대가 드러났다. 가전은 전기제품이라 안전·책임 규정이 구체적인데 비해 가구는 단순한 수준에 그쳐 소비자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허점이 생기면서 민원이 발생했다.

▶화장품 민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7.2% 증가했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샤넬 △에스티로더 △제약사 계열 브랜드 뿐 아니라 △에이피알을 필두로 한 미용기기 관련 민원도 증가하는 추세다.
미용기기는 제품 성능이 기대에 미치지 않는다거나 사용 후 오히려 트러블이 났다는 민원이 주를 이뤘다. 소비자는 제품 결함을 주장하나 업체에선 소비자 사용 과실 등을 이유로 내세워 민원으로 이어졌다. 일단 고장나면 수리비가 제품가의 3분의 1에 달할 정도로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반 화장품은 사용 후 부작용이 발생하면 업체 측은 소견서에 '해당 제품으로 인한 피부 트러블'처럼 명확하게 제품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게 명시되길 요구해 소비자 원성을 샀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사전 고지 없이 판매했다거나, 정품으로 안내된 제품이 가품으로 의심된다는 사례가 다수였다. 문제를 제기한 이후 판매자와 연락이 두절됐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화장품을 체험해보고 의견을 달라며 본품과 샘플을 함께 보내 강매하는 형태의 불완전판매도 꾸준히 증가 추세다.

▶아웃도어 민원 건수가 전체적으로 감소하는 가운데 생활용품 업종에서 차지하는 비중(8.2%)도 10% 이하로 떨어졌다. △노스페이스 △K2 △코오롱스포츠 △네파 △블랙야크 등 주요 브랜드를 둘러싼 AS 분쟁은 여전히 제기됐지만 아웃도어 시장 규모가 위축됨에 따라 민원 규모가 따라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11월 말까지 집계한 민원 건수이므로 노스페이스 구스다운 충전재 오기 논란이 발생한 12월 민원까지 더해지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달리 ▶애슬레저는 △젝시믹스 △안다르 △뮬라웨어 △STL 등이 골프, 수영, 일상복 등 사업 구조를 다양화하며 민원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3% 증가했다. 일부 업체는 배송 중 박스가 손상됐단 이유로 반품을 거부하거나 무료 교환이라더니 배송료를 청구해 소비자 원성을 샀다. 택이 붙은 상태 그대로 시착 시 제품에 올이 풀린 것을 발견했지만 반품 기한이 지났다는 이유로 환불을 거절당해 소비자가 민원을 제기했다. 게다가 의류 특성상 수선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있어 민원으로 이어지곤 했다. 일부 업체는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진행하면서 고객센터가 연결되지 않아 소비자들이 애를 태웠다.
▶위생용품 민원은 제품 특성 덕분이지 민원 비중이 전체의 1.6% 수준으로 가장 낮았다. 기저귀나 생리대보다는 물티슈 변질로 인한 민원이 두드러지게 증가했다. 물티슈를 뽑는데 시커멓게 변질돼 있거나 테이프가 붙어 있는 등 제조 과정에 대한 불신을 일으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기저귀, 생리대에서 벌레가 발견되는 경우도 발생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설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