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민재 기자] “김재명 회장님, 이창환 사장님은 이렇게 벌레가 둥둥 떠다니는 커피 마실 수 있으신가요?”
동서식품의 대표적인 커피브랜드 맥심에서 벌레가 잇따라 발견돼 소비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벌레의 종류도 가지가지인데다 여러 종류의 제품에서 다발적으로 발견돼 소비자들은 제조상의 위생관리가 철저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생산·유통과정에서 벌레가 유입될 확률은 희박하다는 주장만 반복하며 소비자들의 원인 규명에 전혀 대응하지 않아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동서식품은 국내 인스턴트커피 시장에서 75% 대의 절대적인 시장점유율을 보이며 독주하고 있다.
특히 동서식품은 원인 규명을 소홀히 한 채 이물질 발견을 감추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낳고 있다. 식품업체들의 경우 이물질이 발견될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신고한 뒤 감독을 받지만 동서식품은 이물질 보고 지침이 권고사항인 점을 악용 보고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식약청은 현재 이물질 보고를 의무화하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을 개정하고 있다. 식약청 관계자는 “이물질 보고가 권고사항이긴 하지만 대부분 식품업체들이 자발적으로 보고하며 행정지도를 따르는 데 일부 업체의 경우 숨기려는 경향이 강해 법 개정 까지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으악~갈색벌레”.. “절대 들어갈 수 없어”
서울시 신림10동의 회사원 조 모(남.31세)씨는 지난 6월 18일 맥심커피믹스에서 벌레 이물질을 발견했다.
출근 후 커피를 마시려고 보니 벌레로 추정되는 갈색 이물질이 떠올랐다. 지난해 10월 비슷한 문제로 동서식품 측에 연락했지만 “사진 찍어놓은 것 있느냐”는 어이없는 답변만 들었던 조 씨는 동일한 문제가 반복되자 업체에 대한 불신이 쌓였다.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업체에 전화하니 역시나 해명은 뒷전이고 제품을 교환해주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조 씨는 “시장 점유율이 높아 소비자들이 자주 먹는 이 같은 제품에서 반복적으로 벌레가 발견되는 것은 위생상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많은 사람들이 먹는 만큼 위생관리를 철저하게 했으면 한다”며 적잖은 실망감을 표했다.
이에 대해 동서식품 관계자는 “커피는 원두를 높은 온도에서 볶아 분쇄하고 액상으로 만든 후 다시 냉동 건조시키는 제조공정을 거친다. 행여나 벌레가 유입돼도 형태가 남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이물질 제거를 위해 자석 및 거름망을 통과 시켜 이물을 걸러낸다. 현재의 믹스 스틱포장재는 폴리에틸렌수지에 알루미늄포장재를 이중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벌레가 포장을 뚫고 들어가기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이전에 접수된 건을 살펴보면 제품을 컵에 담아 두었을 경우 날벌레가 들어가거나 컵에 말라붙어 있던 벌레가 나오는 사례 등이 있었다”고 소비자의 과실로 인한 것임을 강조했다.
◆녹지 않는 커피 “헉! 파리”
서울시 정릉동의 김 모(남.39세)씨는 지난 6월 20일 친구들이 놀러와 동서식품의 맥심커피를 타던 중 녹지 않는 가루를 발견했다. 수차례 저어도 녹지 않아 꺼내보니 파리로 추정되는 이물질 이였다.
즉시 업체에 통보하자 이물질을 수거해 가겠다며 당일방문을 약속했다. 하지만 김 씨는 방문을 거절하고 구청위생과에 신고했다.
김 씨는 “가끔 먹을거리에서 이물질이 나왔다는 뉴스를 봤지만 실제 겪어보니 황당하다”며 “마시기 전에 발견했어도 찜찜함을 떨쳐버릴 수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에 대해 동서식품 관계자는 “당사의 방문을 거절하고 구청위생과에 접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정확한 조사결과가 나와 봐야 확인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소름 돋는 곤충 ‘미이라’
경기도 안산의 백 모 씨는 지난해 10월 21일 사무실에서 맥심 웰빙 1/2칼로리 커피믹스(1회용 스틱형)을 먹던 중 커피 속에서 이상한 곤충을 발견하고 기겁했다. 곤충은 일종의 나방처럼 보였으나 일상에서 흔히 보는 종류는 아니어서 정체를 알 수 없었다.
몇 달 전에도 같은 사례가 있었지만 백 씨는 날아든 벌레라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똑같은 상황이 다시 벌어져 제품 위생상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고객센터로 이물질을 접수하자 담당자가 이틀 후인 23일 자택을 방문해 자체 조사를 하겠다며 벌레 수거를 요청했다. 백 씨는 “식약청에 먼저 이물질 신고를 접수해라. 이후 절차에 따라 증거물을 넘겨주겠다”며 거절했다.
하지만 이후 동서식품은 배째라 식으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백 씨가 회사 측에 수차례 이물질 신고와 원인규명을 요청 했지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던 백 씨는 식약청 인터넷으로 사진과 관련 내용을 직접 접수했다.
백 씨는 “동서식품이 ‘시간끌기’로 소비자가 지쳐 포기하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다. 결국 ‘제조나 유통과정에서는 유입될 수없다’는 앵무새 답변만 나올 거라 예상하니 허탈할 따름”이라고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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