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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 안 보려면 월급 95% 긁어"
'카드 선 포인트'가 '악~포인트'로 돌변..고리도 물려
  • 임민희 기자 bravo21@csnews.co.kr
  • 승인 2009.10.20 0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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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적립된 포인트로 먼저 결제한 후 조금씩 갚아나가는 신용카드 ‘선 포인트’(세이브) 제도. 자동차에서 시작해 최근  가전제품, 내비게이션, 대형마트, 웨딩업체 등으로 퍼져 나가며 카드사들의 주력 상품 중 하나로 자리 잡았지만  자칫 ‘공짜’인 줄 알고 남용하다가는 봉변을 당하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달콤한 유혹, 선포인트


선포인트 제도는 물품을 살 때 일정 금액을 먼저 할인받은 후, 그 카드를 사용하면서 적립되는 포인트로 할인받았던 금액을 상환하는 제도이다. 일반적으로 포인트를 적립한 다음 사용하는 일반 포인트 제도와 역 순으로 작동한다.

카드사들의  광고문구만 보면 선포인트로 일정 금액을 할인받아 마치 공짜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곳곳에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적립률이 일반 포인트에 비해 크게 낮고 상환 기간이 정해져 있어 기간 내에 포인트를 채우지 못하면 부족분을 현금으로 갚아야 한다. 그냥 갚는 것이 아니라  최고 10%에 가까운 할부이자까지 갚아야 한다.

그럼에도 선 포인트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높다. 물건을 좀 더 싸게  살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이 내놓은 선포인트 서비스 품목은 단연 자동차와 가전제품이 많다. 자동차의 경우 현대카드, 삼성카드, 신한카드, 롯데카드, 우리카드 등 거의 모든 카드사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카드M은 신차 구매 시 최대 200만원까지 할인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삼성카드는 최대 50만원까지 먼저 포인트로 결제하고 최장 36개월간 나눠 갚는다. 신한카드는 최대 150만원까지 할인혜택을, 롯데카드의 ‘지엠대우 오토 롯데카드’는 최대 250만원까지 할인하고 있다. 우리카드 ‘오토플러스카드’는 50만원을 할인하는 대신 GS칼텍스에서 ℓ당 80원, 전국 모든 LPG 충전소에서 이용액 2%를 적립해 준다.

가전제품도 예외가 아니다. 롯데카드는 전국 24개 롯데백화점 영업점에서 10만원 이상 물품을 구입할 때 결제금액에 따라 5만~70만원을 미리 할인받은 후 매달 포인트로 갚는 ‘쇼핑세이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카드도 이마트에서 물건 구매시 최고 20만원까지 선 할인하며 ‘패밀리 세이브’ 서비스의 경우 최고 120만원까지 선 할인된다. 현대카드는 할인점 홈플러스와 CJ몰 등 주요 인터넷쇼핑몰, LG전자 등에서 선 할인 받는 ‘슈퍼세이브’ 서비스를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씁쓸한 뒷맛


 ‘알뜰구매’를 표방하는 카드사들의 선포인트 제도 그대로 믿어도 될까? 결론은 잘못 사용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카드사들은 결제 당시 마치 가격이 거저 할인되는 것처럼 일부 과장되고 모호하게 광고한다. 광고만 믿고  충분한 이해없이 선포인트 제도를 이용한 소비자들은 나중에 포인트 부족으로 현금은 물론 할부이자 폭탄을 맞기 일쑤다. 적립률이 크게 낮아 아무리 카드를 써도 원하는 포인트가 모아지지 않는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소비자 서 모 씨는 하이마트에서 88만원하는 세탁기를 구입하고 현대카드 슈퍼세이브제도로 36만원을 할인받아 42만원에 구입했다. 한달 80만~90만원의 카드를 사용해 포인트가 충분할 거라 생각했지만 매달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이 이상해 회사 측에 문의한 결과 적립률이 0.8%라는 사실을 알고 분개했다.  일반 카드의 포인트 적립률이 평균 1~2% 수준인 것과 비교해 여간 짠 것이 아니었다.

송 모 씨는 삼성카드 선포인트로 150만원 대의 노트북을 구입했다. 직원의 권유에 따라 삼성카드로 100만원 결제하고 나머지 50만원은 선포인트로 할인 받았다. 당시 직원은 ‘한 달에 카드로 30만~40만원의 금액을 꾸준히 사용하면 8500점 정도의 포인트가 쌓이는데 그 포인트로 할인 받은 50만원을 포인트로 차감을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믿고 꾸준히 30만~40만원의 금액을 사용했지만 웬일인지 2400포인트 정도만 쌓였고 나머지 6100점은 현금으로 청구됐다. 삼성카드사에 문의했지만 자신들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8500점 정도의 포인트를 차감하고 싶으면 100만원 이상 카드를 계속 사용하라고 했다.

이 모 씨는 SM5 차량을 구매하면서 직원의 권유에 따라 우리비씨 오토플러스카드를 만들어 선포인트 결제했다. 카드 발급당시 해당 영업사원은 ‘매달 주유소에서 기름 넣는 것만으로도(매달20만원 가량) 할부 포인트 상환이 가능하다’고 설명해 이를 믿고 2년간 사용했다.

우연히 카드내역을 정리하던 중 선 포인트 차감이 50%도 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카드본사로 전화해 문의한 결과 GS주유소 외에 매달 30만원이상의 사용실적이 있어야 포인트가 차감된다는 황당한 답변을 듣게 됐다. 남아있는 포인트는 29만5천포인트, 이를 해결하려면 매달 월급의 95%가 넘는 145만원을 카드로 사용해야할 판이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각 카드사가 제공하는 서비스 내용, 특히 포인트 적립 및 적립제한 조건, 필요사용액 미달 시 현금 상환 의무 등 약정내용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포인트 적립률이 높은 가맹점에서 카드를 사용하거나 가족 서비스를 이용해 여러 명의 가족이 공동으로 포인트를 합산해 포인트를 상환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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