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 미분양 아파트의 할인 분양이 성행하면서 제값에 분양받은 소비자들의 불만이 들끓고 있다.
건설사들은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어쩔 수없는 상황이라 해명하고 있으나 일부 업체의 분양가 뻥튀기 후 파격적 떨이 세일에 나서는 행태를 접한 입주자들은 울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할인분양이 이뤄질 경우 제값에 계약한 입주자들은 할인가 만큼의 바가지를 쓰는 상황이 된다. 더욱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진 계약이라서 기존 계약자들은 할인가에 대한 보상을 주장하기도 여의치 않다.
건설업체들은 분양 당시에는 “할인분양 계획이 전혀 없다”, “만약 할인된다면 같은 조건으로 맞춰주겠다” 등의 전제 조건을 달며 계약을 유도하지만 막상 할인분양이 이뤄지고 책임을 물으면 '모르쇠'로 일관한다.
제값에 분양을 받은 입주자들만 가만히 않아서 수백만원에서 수억원 까지 헛돈을 쏟아 부은 격이다. 할인분양으로 아파트 가치까지 떨어져 이중의 손실을 보게 된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어쩔 수 없다”는 한 마디로 책임을 빠져 나간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분양자들의 억울한 입장은 이해하지만 손해를 감수하고 할인분양에 나서는 건설사들의 입장도 헤아려 달라”면서 “미분양 해소는 단지의 가치 상승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결국 입주와 건설사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 화곡동 ‘강서 그랜드 아이파크’가 대표적인 경우. 현대산업개발은 159가구 중 미분양 물량 30세대를 분양가 대비 10~15 할인, 세일판매에 나섰다. 224㎡(67평)형의 경우 할인가만 무려 2억8천만원에 달한다. 웬만한 지방 아파트 한채 값이 세일로 떨어진 셈이다.
당초 이 단지는 3.3㎡당 분양가가 2천만원이 넘게 책정됐다.
제값에 계약해 입주한 소비자들은 "애초에 분양가가 얼마나 뻥튀기가 됐으면 지방에서 아파트 한 채를 구입할 수 있는 금액을 할인할 수 있는지 어이가 없다.엿 값도 이렇게 오락가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당초 김 씨 부부는 아파트 경기가 좋지 않아 할인분양이 될 것이며 저층은 더욱 저렴하게 계약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계약을 망설였었다.
하지만 "기준층에 비해 가격도 1천여만원 저렴하고 1층이 없는 특이한 구조 덕에 생활이 편한 2층의 인기가 높다.2층의 물량이 몇 개 남지 않았다. 또 대림산업은 향후 아파트를 할인할 계획이 없으며, 만약 할인하게 된다 해도 똑 같은 할인율을 적용해 기존 계약자가 손해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는 분양팀의 설명에 분양계약을 체결 했다.
지난 11월 우연히 분양사무소를 방문하게 된 김 씨는 2, 3, 4층에 대해 18% 할인 분양이 이뤄지고 있음을 알게 됐다. 기존 계약자들은 평수에 따라 7~15%정도 보상받을 수 있었다.
김 씨는 “ 분양팀의 설명만 믿고 초기 분양받은 사람만 덤터기를 쓴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비싼 돈 주고 서둘러 계약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대림산업 측은 “지난해 계약 당시 할인계획은 없었으며, 1층이 없는 특이한 구조덕에 2층을 찾는 분들이 꽤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1년이 지나도 미분양 상태가 지속돼 손해를 감수하고 할인분양에 나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할인분양 됐을 때 기존 계약자들에게 똑같은 조건으로 보상하겠다고 안내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계약서상 기존 계약자들에게 할인분양에 따른 보상을 해주지 않아도 되지만 형평성을 차원에서 15%까지 할인보상을 해드리고 있는 것”라고 설명했다.
◆사례3= 올해 1월께 SK건설이 161.7㎡~194.7㎡ 총 190세대를 분양한 부산 동래구 SK뷰 2차아파트에 입주한 허 모(남)씨는 5개월여 뒤 회사가 밝힌 어처구니없는 미분양 파격 할인 조건에 벙어리 냉가슴 앓는 신세가 됐다.
SK건설은 HOP홀딩스를 통해 분양금액의 50%를 6년간 잔금유예하거나, 잔금을 완납할 시 6년간의 은행이자를 선 지급한다는 파격적인 혜택을 밝혔다.
허 씨에 따르면 이를 194.7㎡가구 기준으로 환산해보면 총 분양금액 5억 7천476만원 중 2억 8천738만원이 잔금유예에 해당되며, 신규 입주자가 이를 완납할 때 연5.5%기준 9천427만원에 달하는 이자를 선 지급받게 된다는 것.
그는 “기존 입주자보다 약 1억 원 가량 저렴한 가격에 입주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한 것은 SK건설이 기존 입주자들을 기망한 것은 물론 재산을 갈취하는 것과 같다”라며 울분을 토했다.
SK건설 측은 “미분양 물량이 많을수록 아파트 단지의 가치가 하락한다. 단지의 가치 상승을 위해 미분양 물량을 신속히 털어내려는 차원에서 일괄 매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