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 4만5천km 밖에 주행하지 않은 메르세데스 벤츠 차량의 트랜스 미션이 내려앉는 바람에 운전자가 고속도로에서 큰 화를 당할 뻔했다.
더구나 고장난 미션을 고치는 과정에서 벤츠측이 수리비용을 1천600만원이나 요구했다가 다시 200만원, 700만원으로 바꾸는 등 일관성 없는 자세를 보여 소비자의 화를 돋웠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는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르노삼성차.GM대우자동차.쌍용자동차등 국산 자동차 뿐 아니라 벤츠.BMW.아우디.도요타.혼다.미쓰비시등 외국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수시로 접수되고 있으나 5만km도 굴리지 않은 고급 자동차의 트랜스미션이 고속도로 주행중에 폭삭 내려 앉았다는 제보가 접수된 것은 처음이다.
서울 신사동의 강 모(남.41세)씨는 지난 5월 20일 세 살과 열두 살짜리 아이 그리고 아내와 함께 인천공항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아찔한 경험을 했다.
고속 주행 중이던 차량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바람에 뒤에서 따라오던 차량과 충돌사고를 일으킬 뻔한 것. 이후 차량은 가속 페달을 밟아도 속도를 내지 못했다. 잠시 갓길에 차를 세웠다가 다시 출발 할 때는 저속과 급발진을 반복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당시 차량 계기판에 점등된 경고등은 없었다.
문제의 차량은 2006년형 메르세데스 벤츠 CLS 350모델. 4만5천km 밖에 주행하지 않았지만 3년이 넘어 무상보증기간은 만료된 상태였다. 보증기간중 점검을 받았지만 아무런 문제점도 발견되지 않았다.
<고장 난 미션 내부. 원래 있을 곳이 아니지만 장치를 해놓은 듯이 링이 박혀 있다>
차량 상태를 살펴본 서비스센터 직원은 "일부 부품의 결함으로 미션자체가 내려앉았다"고 말했다. 그는 정상적인 미션의 사진을 보여주며 강 씨 차량의 문제점을 설명했다.
고장이 난 부위는 엔진과 미션이 연결되는 부위. 미션의 파이프 같이 생긴 곳에 정체불명의 링이 끼워져 있었다. 엉뚱한 곳에 위치한 이 링은 서비스센터 직원들조차 황당한 표정을 짓게 만들었다고.
강 씨가 기가 막혔던 것은 사고가 있기 한 달 전에 벤츠 서비스센터를 찾았을 때 이런 문제를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당시 강 씨는 차량에서 미세한 울렁거림이 감지되면서 계기판에 붉은색 경고등이 들어와 늘 점검받던 벤츠 서비스센터를 찾아갔다. 증상을 이야기 하자 직원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차량 컴퓨터 시스템에 에러가 생긴 것이라며 프로그램 리셋조치만 실시했다.
강 씨는 이미 한 달전에 사전 징후일지도 모르는 문제가 발견됐는데 서비스센터의 안일한 대처로 이를 찾아내지 못했다는 사실에 화를 참지 못했다.
강 씨는 "서비스센터의 무성의함도 그렇지만 어떻게 1억이 넘는 벤츠 차량의 미션이 4만5천km 주행에서 미션이 내려앉을 수 있는지"라고 반문하며, "품질에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회사 측은 고장에 대한 원인을 명확히 밝히고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오일을 미션으로 보내주는 디스크. 정상적인 상태라면 마모가 없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강 씨는 벤츠의 부품 가격정책에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했다.
강 씨에 따르면 처음 입고했을 당시 벤츠 측은 규정상 부분적으로 부품을 갈 수 없으니 미션 전체를 갈아야 한다며 무려 1천600만원의 견적을 냈다.
비용이 너무 든다고 항의하자 그제서야 고장 난 부품만 교체해주겠다며 수리비용을 200만원으로 대폭 낮췄다. 그러더니 갑자기 회사 측이 50%의 비용을 부담한다며 수리비용을 700만원으로 올렸고, 다시 얼마 뒤에는 900만원의 견적이 나오기도 했다.
강 씨는 "무슨 수리비용이 나날이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는지"라고 탄식하며, "도통 신뢰가 가지 않아 울며 겨자 먹기로 1천600만원의 미션을 통째로 교체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취재팀이 수차례에 걸쳐 내용확인을 요청했지만 벤츠코리아 측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지난 10일 강 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벤츠 측과 미션 교체 비용을 분담하는 비율에 대해 협의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