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이나 인터넷으로 휴대전화를 판매하면서 약정기간이나 무상서비스 등 중요 사항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는 것은 물론, 심지어 별정통신사의 상품을 판매하고도 이를 정확히 고지하지 않아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통신서비스의 특징상 대다수의 소비자들이 빠르면 첫 달 요금고지서를 받아본 뒤에야 피해사실을 확인하기 때문에 피해구제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전자상거래법에 의거 구입한 제품을 하자와 관계없이 환불 받거나 계약철회를 할 수 있는 기간이 제품수령 후 14일 이내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단순히 단말기를 구입한 경우라면 전자상거래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이동통신 서비스까지 가입할 경우 정보통신법의 적용을 받게 되므로 일이 더욱 까다로워진다.
<사진▲ 기사의 특정부분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위약금은 소비자가 알아서 확인해야지!"
부산 다대동의 이 모(남.40세)씨는 지난 8월1일 CJ홈쇼핑을 통해 SK텔레콤의 스마트폰을 구입했다. 기존 휴대폰 약정이 9개월 가량 남아 있는 점에 대해 문의했더니 매달 2만4천원 정도의 위약금을 지불하면 완료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최근 사용요금을 조회한 이 씨는 깜짝 놀랐다. 판매자의 설명과 달리 매달 3만5천원의 위약금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확인해보니 2만4천원의 위약금에 1만1천원의 잔여 단말기 할부금이 추가된 것.
당황한 이 씨가 SK텔레콤 측에 항의했지만 CJ홈쇼핑에서 판매한 제품이라 해결이 어렵다는 답변뿐이었다. 홈쇼핑 측에 이의를 제기하자 판매자가 당시 단말기 할부금에 대해 고지하지 않은 부분을 인정했다.
하지만 단말기는 물론 잔여기간에 대한 단말기 할부금 납부사실을 확인하지 않은 것은 이 씨의 과실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 씨는 “구매와 관련 중요한 내용을 누락한 채 이를 확인 못한 소비자의 과실로 몰아세우는 업체의 무책임한 태도에 기가 찬다. 무조건 팔고 보자는 심보로 밖에 안 보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CJ홈쇼핑 관계자는 “본사와의 약정이 아닌 기존 대리점과의 약정에 의해 발생한 부분이기 때문에 당사가 책임질 사항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홈쇼핑 역시 대리점에 해당한다. 대리점은 개인사업자로 분류하고 있으며 해당 내용은 대리점과 구두로 진행된 부분이라 서면상의 증거가 불충분해 해결이 어렵다”고 밝혔다.
서울 구의3동의 김 모(여.41세)씨는 지난해 7월 롯데홈쇼핑에서 휴대폰 단말기를 무료로 제공받고 30개월 약정으로 서비스에 가입했다.
하지만 최근 핸드폰 기기를 변경하기 위해 KT대리점을 찾은 김 씨는 자신의 핸드폰이 별정통신사에 가입됐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별정통신사는 통신사업자가 자체망 없이 기간통신사업자 통신의 일부 회선을 빌려 전화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가입자를 대신 모집한 뒤 요금을 징수해가는 사업자를 일컫는다.
롯데홈쇼핑만 믿고 KT에 가입한 줄 알고 있었던 김 씨는 “홈쇼핑광고에서 KT의 SHOW 이미지를 연속적으로 노출시켜 당연히 해당 통신사의 상품인줄 알았고 별정통신업체란 설명은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고 주장했다.
속았다는 생각에 롯데홈쇼핑 측에 항의했지만 별정통신 업체와 직접 해결하라는 무책임한 답변만 돌아왔다.
할 수 없이 직접 별정통신 업체에 해지를 요청했더니 40만원이 넘는 위약금을 요구했다.
김 씨는 “가입 당시 별정업체라고 안내받은 적도 없으며 롯데홈쇼핑에서 판매했기 때문에 당연히 대기업 통신사의 제품인줄 알고 가입했다. 홈쇼핑과 통신업체에 속았다는 생각이 들어 분통이 터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대기업 통신사라고 언급한 적이 없으며 별정통신업체의 명칭을 홈쇼핑 화면에 공지해왔다”며 “가입 당시 전화로 안내했으며 고객이 동의를 해야만 가입이 이뤄진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취재팀이 당시 별정통신업체임을 공지한 방송화면과 안내멘트 등 증빙자료를 요구하자 “올해 2월 사옥을 이전하면서 현재 남아있는 자료가 없다”고 난색을 표했다.
롯데홈쇼핑은 결국 “통신업체와 합의해 위약금 없이 해지처리하기로 약속했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억울하지만 증거가 없어”
서울 구로동의 김 모(남.27세)씨는 지난해 9월 G마켓을 통해 여자친구와 본인의 휴대폰 2개를 구입했다.
당시 24개월 약정에 부담을 느꼈던 김 씨는 일부러 12개월 약정 조건으로 판매하는 판매자의 제품을 검색해 주문했다. 마침 발견한 판매자는 유심(U-Sim)비 7천700원가 무료라고 안내해 김 씨는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하지만 온라인 가입신청서를 작성하려고 보니 약정이 24개월로 책정돼 있었다. 의아하게 여겨 판매자에게 문의하자 “형식적인 것이니 상관없다. 12개월 동안 매월 5천원씩 단말기 값이 나가지만 약정할인이 적용돼 공짜로 구매하는 것”이라며 향후 12개월로 약정을 변경시켜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최근 휴대폰요금 고지서를 확인한 김 씨는 깜짝 놀랐다. 1년이 지났지만 단말기 값 5천원이 계속 청구되고 있었던 것. 더욱이 대리점 측의 설명과 달리 24개월 약정에 가입된 상태였다.
즉시 고객센터에 문의하자 대리점 측에 연락해 답변을 주겠다고 안내했다. 잠시 후 대리점 측으로부터 “여태껏 휴대폰을 12개월로 판매한 적이 없다”는 황당한 연락이 왔다.
화가 난 김 씨가 “약정기간이 24개월이면 구입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따져 묻자 오픈마켓에서 판매중인 상품페이지를 보내주겠다고 했다.
잠시 후 업체 측은 24개월 판매조건이 적혀있는 상품 페이지를 보내줬다. 하지만 김 씨가 구입할 때의 상품 페이지는 아니었다.
대리점의 말 바꾸기에 의혹이 생겨 지금까지의 요금내역을 확인해보니 무료라던 유심비도 지불된 상태였다.
재차 대리점에 전화해 “구입당시 상품페이지가 아니고 유심비도 계약내용과 틀리다”며 거세게 항의하자 “유심비만 처리해주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통신사인 KT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현재 휴대폰을 해지하고 재가입하면 1년 남은 단말기 할부값을 지원해 주겠다”는 대답 뿐이었다.
하지만 1년 남은 단말기 할부금 6만원을 지원받아도 약정해지에 따른 위약금이 18만원이라 오히려 12만원을 지불하는 셈이었다.
김 씨는 “대리점에 사기를 당한 것도 억울한데 통신사의 무책임한 해결방식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입증자료가 부족해 해결이 어려운 것이라면 소비자가 구매할 때마다 통화내역을 녹음하고 스크린샷을 남겨야 되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G마켓 관계자는 “우선 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광고와 실제 이행된 내용이 불일치할 경우 계약 해지 등을 통해 피해가 원상회복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며 “과실이 있는 판매자에 대해 재발방지를 요청하며 사안에 따라 3회의 경고누적이 생길 경우 판매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T 관계자는 “온라인 상 광고내용과 실제 판매내용이 다를 경우, 계약서에 게재된 내용에 근거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대리점 측에 무조건적인 보상을 요구하기 힘들어 중재 등의 방법으로 민원을 해결할 방침”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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