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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인의 소비자경제> 불안한 부동산 거래 막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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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인의 소비자경제> 불안한 부동산 거래 막으려면…
  • 이종인 한국소비자원 책임연구원 csnews@csnews.co.kr
  • 승인 2007.08.06 0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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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소비가 미덕’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못한다. 주어진 소득 범위 내에서 현재의 소비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이고, 장래에 발생할 자금 수요를 감안하여 저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본능적 소비욕구를 억누른 체 저축에 매달리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대부분의 사회 초년생들이 바라는 꿈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한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것이고, 사회 중년생의 기대는 안락한 노후를 위한 고정된 수입원을 마련하는 것일 게다.

소비자 기관에 종사하는 필자는 이러한 소박한 소비자들의 꿈이 한순간에 날아가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다. 특히 집이나 상가, 토지와 같은 부동산을 거래할 때 사기를 당하거나, 크고 작은 실수로 큰 손해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부동산을 사고 팔 때는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일반 상거래와는 달리 수개월의 계약이행기간이 소요될 뿐 아니라, 소비자가 이해하기 쉽지 않은 법률문제가 개입된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중개인이나 법무사가 제시하는 정보에 의존하여 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뜻하지 않은 손해를 입기도 한다.

피해사례는 매우 다양하다.

계약시 열람해본 등기부등본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으나 잔금을 치르고 입주할 시점에 보니 이미 다른 사람에게 권리가 넘어갔거나 경매에 넘겨진 사례, 팔리지 않는 부동산을 판매대행업자에게 의뢰하였다가 사기를 당하고 해당 부동산의 권리를 빼앗긴 사례, 개발기대지역에 횡횡하는 이른바 ‘딱지’라는 입주권을 샀다가 나중에 이중거래임을 알게 되어 수십 년 모아온 재산을 날린 사례, 기획부동산의 권유에 따라 지적도와 같은 서류들만 믿고 샀던 부동산의 가치가 설명과는 전혀 달라 피해를 본 경우 등등.

사실상 관행처럼 이루어지는 부동산 매매와 임차계약에서는 이중거래와 같은 사기나 계약의 중도파기 등에 따른 피해가 발생될 소지가 적지 않다. 일반 서민의 경우에는 부동산 매매 경험이 별로 없기 때문에 그 가능성이 더 커진다.

거래당사자인 소비자의 주의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한편으로 이러한 부동산 거래에서의 위험한 관행으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부동산거래에 있어 위조나 이중거래, 사기로 인한 권리 상 하자를 예방하고, 매수·매도자간의 계약 파기로 인한 거래위험 등 사후적인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제도로 에스크로(escrow)라는 것이 있다.

에스크로란 부동산이나 금전, 채권, 권리증서 등을 사고팔거나 대여할 때, 금융기관과 같은 믿을 수 있는 제3자(escrow agent)가 매수인의 매매대금을 맡고 있다가 계약이 종결되는 시점에서 매도인에게 전달해주는 담보장치이다.

에스크로를 이용하면 부동산 거래에 필요한 대부분의 업무를 에스크로 사업자가 대행하기 때문에 위조나 사기, 계약서의 분실에 따른 위험 등을 피할 수 있으며, 계약이 중도 파기될 경우에도 에스크로 사업자가 계약 내용에 의해 보관된 매매대금을 분배하게 되므로 분쟁의 소지가 없어진다.

이미 관련법(부동산중개업법)에 이 에스크로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되어 있으며, 최근에는 일부 은행권을 중심으로 이러한 에스크로 서비스 도입이 추진되고 있어 조만간 본격적인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에스크로 사업자의 자격기준과 같은 제도정착을 위한 적절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시행상에 혼란이 예상된다.

부동산 거래에서의 사기나 계약파기 등에 따른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해서는 이러한 에스크로 서비스가 활성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에스크로 서비스는 부동산 관련 금융기관 등에서 관련 법 테두리 내에서 자율적으로 제공될 수 있지만, 제도의 안착을 위해서는 정부에서 적절한 모델을 만들고, 에스크로 사업자의 자격기준을 마련하는 등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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