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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 칼럼]'한우물'성공신화까지 짓밟아서야...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2013년 01월 03일 목요일 +더보기

무릎에 보기 싫은 상처가 하나 있다.

 

봉합수술을 한지 40년이 훌쩍 넘었지만 길쭉한 상처에 큰 바늘로 듬성듬성 꿰맨 자국이 역력한 흉터다.

 

이 흉터를 볼때마다 어릴쩍 찐빵집이 생각난다.

 

찐빵집에 찐빵을 사러 뛰어가다가 자전거에 부딪쳐 생긴 상처기 때문이다. 피가 철철 흐르고 하얀 뼈가 드러날 만큼 큰 사고였는데 그당시 의술이 그렇게 거친 흉터를 남긴 것이다.

 

집에서 1킬로쯤 떨어진 어릴 적 그 빵집은 동네아이들에겐 가히 선망의 대상, 그 자체였다.

 

그 빵집은 당연히 간판도 없었고 별도의 조리공간도 없이 자신의 집 부엌에 커다란 가마솥을 걸고 영업하는 집이었다.

 

‘찐빵주세요’ 하면 가마솥을 여는데 먼저 뭉글뭉글한 뜨겁고 하얀 수증기가 펑펑 솟아나 시야를 가렸다.

 

수증기가 겨우 가신 틈에 보면 하얀 찐빵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단팥내와 어우러진 독특한 단내가 눈과 코를 자극했다.

 

얼마였는지 기억은 없지만 5식구가 먹을 찐빵으로 대략 10개정도를 대나무 바구니에 담고 그위를 식지 않도록 신문지로 덮어 집으로 가져갔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 맛은 또 얼마나 환상이었는지...그 찐빵을 사오라는 심부름을 하러 가는 길이었으니 앞뒤 안보고 뛰어가다 자전거에 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맛의 추억 때문인지 지금도 겨울이면 가끔씩 호빵을 사다 먹는다. 음식이 아니라 추억으로 그 맛을 향수한다.

 

이 달콤하고 따뜻한 빵이 연일 딱딱하고 살벌한 사회문제로 지면을 떠들썩하게 장식한다.

 

제빵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느니 마느니, 골목상권 침해니 아니니 시끄럽다.

 

이번 논란의 중심에 선 기업은 파리바게뜨다.

 

파리바게뜨도 말하자면 내가 ‘교통사고’를 당했던 바로 그런 빵집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SPC그룹 창업자인 고 허창성 명예회장이 1945년 광복 직후 황해도 옹진에 상미당을 열고 찐빵을 찌어 팔다가 1948년 서울 을지로4가에 지점을 내면서 기업으로 성장해왔다는 것이다.

 

물론 서울서 자라지 않은 나는 상미당을 가본 적 없지만 상미당의 기원도 당시 시골의 그 빵집과 크게 다르지 않을 듯 싶다.

 

그런 부엌 빵집이 자라서 파리바게뜨란 세련된 이름을 달고 전국에 2천여개의 가맹점을 가진 베이커리 프랜차이즈로 거듭났다.

 

창업과 대를 이은 수성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파리바게뜨 허영인 회장에게 빵 사업은 단순한 돈벌이가 아닌 가업이었을 것이다. 허회장은 부친인 허창성씨가 빵을 만들고 판매하는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자란 ‘장인’이다.

 

제과업 자격증이 있는지는 확인해보지 않았지만 빵에관한 안목과 기술은 그 어느 공장장 못지 않다는 후문이다.

 

그런 그가 요즘 빵으로 몰매를 맞고 있다. 너무 컸다는 이유다.

 

너무 커서 다른 빵집이 먹고 살 수없으니 빵 개수를 늘리지 말라는 것이다.

 

허창성 회장 당시 많은 이들이 산업화의 기틀을 쌓았다.

 

조중훈 회장이 한진을, 서성환 회장이 화장품 회사 태평양화학을, 박병규씨등 4명이 동업으로 해태제과도 시작했다.

 

중외제약 대웅제약 DPI(노루표페인트) 건설화학(제비표 페인트)들도 해방둥이 기업들이다.

 

당시 강력한 라이벌 고려당의 위세는 상미당을 넘어설 정도였다.

 

물론 당시 창업했던 회사들중 대부분은 문을 닫았고 성공적으로 후세를 이어온 기업이 이정도 손꼽히는 것이다.

 

문제는 온갖 풍상을 이겨내고 경쟁에서 이겨 성공한 기업에대해 더 이상 사업을 늘리지 말라는 강압적인 명령이 과연 온당하냐는 것이다.

 

다른 회사는 괜찮고 품목이 빵이기 때문에 파리바게뜨는 안된다는 것은 설득력을 잃는다.

 

더욱이 제빵시장이 급성장하니까 큰 자본을 앞세워 ‘옆차기’들어온 다른 재벌 기업은 아직 규모가 적으니까 괜찮고 ‘원조’라도 규모가 크니까 안된다는 것은 형평성에서도 한참 멀다.

 

한사람의 장인이 가업을 일으켜 한우물을 파며 대기업으로 성장시켰다면 성공신화로 젊은이들의 표상이 돼도 마땅할 일이다.

 

특히 요즘같이 젊은이들의 꿈이 사라지는 시대에는 말이다.

 

장인의 성공신화를 무너뜨린 자리에 재벌기업 공룡들의 아귀다툼만 남는다면 이 또한 우리시대의 비극이다.

 

더욱이 재벌 빵집들은 거대 자본을 앞세워 직영점을 열지만 파리바게뜨는 99%가 가맹점이다.

 

가맹점주들도 모두 골목 상권이다. 가맹점들을 착취하거나 횡포를 부리지 못하도록 하는 규율만 엄격히 해놓다면 그들도 나름의 생업을 갖는 것이다.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특히 파리바게뜨를 겨냥한 중기적합업종 선정은 명분도 실리도 없는, 말 그대로 탁상행정일 뿐이다.

 

우리시대 흔치 않은 ‘한우물’성공신화를 무너뜨리는 일이다.

 

[마이경제/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최현숙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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