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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이해상충' 우려에도 케이뱅크·DB생명·현대차증권 등 17개 금융사 '대표이사·의장 겸직' 유지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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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이해상충' 우려에도 케이뱅크·DB생명·현대차증권 등 17개 금융사 '대표이사·의장 겸직' 유지 의사
금감원, "실효성 있는 장치 필요", 전문가 "분리해야"
  • 박인철 기자 club1007@csnews.co.kr
  • 승인 2025.07.11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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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금융사 대표이사의 이사회 의장 겸직에 대해 이해상충 우려를 제기하고 있음에도 자산 5조 원 이상 금융사 17곳이 여전히 겸직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를 당장 해소할 의사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전 금융감독원 감사에서 이사회의 견제기능 강화를 주문 받은 케이뱅크는 선임(先任) 사외이사를 두면서 겸직 체제를 유지한다는 방침이고, 현대차증권도 같은 입장을 보였다.

또 한화투자증권, 흥국생명, 신한라이프 등도 겸직을 계속하면서 내부통제위원회를 설치해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11일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 책무구조도 도입 대상인 자산 5조 원 이상 금융사 71개 중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17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재 분리 작업을 추진 중이거나 분리 계획을 세운 곳은 하나도 없었다.

지난해 은행권에 이어 올해 7월부터 증권, 보험사에도 책무구조도가 도입되는 것을 계기로 일부 금융사가  대표이사의 이사회 의장 겸직을 해소한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현행 지배구조 내부규범상 '선임 사외이사'를 둔 경우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겸직이 가능하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주요 임원에게 내부통제 책임과 의무를 부여하는 '책무구조도' 도입 전후로 이해상충을 우려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겸직 해제를 권고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5월 금융지주·은행 18곳과 대형 증권사·보험사 53곳을 대상으로 한 책무구조도 사전 컨설팅 결과, 금융회사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겸직으로 인한 이해상충이 발생할 소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후 KB증권과 메리츠증권,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KB라이프생명이 최근 이사회를 열어 대표이사와 별도로 이사회 의장을 선출했다. 이로써 책무구조도 도입 대상 71개사 중 53개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이 분리된 상태다.
 

◇증권사 6곳 중 신한·한화·현대차 '겸직 유지'...유진·DB '결정된 바 없음'

증권사는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인 23곳 중에서 이선훈 신한투자증권 대표, 한두희 한화투자증권 대표, 배형근 현대차증권 대표, 서정학 IBK투자증권 대표, 유창수 유진투자증권 대표, 곽봉석 DB증권 대표 등 6개사에서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했다.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직을 겸직 중인 증권사에서는 당분간 현 체제를 유지하되 이해상충 해소를 위한 내부통제 방안을 내부적으로 마련해 뒀다는 입장이다.

현대차증권은 선임 사외이사 선임, 한화투자증권은 내부통제위원회 운영, 신한투자증권은 이사회 전원 사외이사 구성을 그 방안으로 제시했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업무수행의 전문성과 이사회 운영의 효율성을 위해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다”며 “선임사외이사를 선임해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견제기능을 강화하고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이사회 산화 내부통제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장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아직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계획은 없다”며 “다만 책무구조도 제도에 따라 이사회 내 소위원회로 신설된 내부통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했고 이사회 의장의 대표이사 총괄관리의무 감독과 관련한 이사회 의안에 대한 의결권 제한 등 이해상충 방지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한화투자증권 측은 “대표이사의 이사회 의장 겸직 관련 변동사항은 없으나 내부통제위원회 운영을 비롯한 금감원 권고사항에 따라 이사회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책은행 계열사인 IBK투자증권도 내부통제위원회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IBK투자증권 관계자는 “국책기업 계열사인 특성상 금감원 권고에 따라 체계를 갑자기 변경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내부통제위원회를 통해 감시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진투자증권과 DB증권은 향후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며 당분간 겸직 체제가 유지될 것임을 밝혔다.

◇보험사 8곳 겸직 중...흥국생명, DB생명, 내부통제위원회 설치 

보험업권의 경우 자산총액 5조 원 이상 보험사 30곳 중 8곳에서 현재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하고 있다.

생보사 중에선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이사, 김대현 흥국생명 대표이사, 김영만 DB생명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함께 맡고 있다.

손보사에서는 나채범 한화손해보험 대표이사와 송윤상 흥국화재 대표이사, 이명순 SGI서울보증보험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 중이다.

샘보사 5곳 중 흥국생명, DB생명은 현재의 겸직 체제를 유지하면서 이사회 산하에 내부통제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교보생명은 오너와 전문경영인이 각자대표를 맡고 있는 상황에서 신창재 회장의 겸직을 해소하지 않고 이해상충 문제를 해결한다는 입장이고, 한화생명은 각자대표 선임 절차가 마무리된 후에 검토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교보생명 또한 현재 각자대표 체제를 맡고 있다.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는 오너일가로 회장이자 대표이사 직을 맡았다. 신창재 대표이사뿐만 아니라 교보생명은 조대규 대표이사와 함께 '투톱 체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지 않을 계획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책무구조상 대표이사의 총괄관리의무는 각자대표 중 보험사업을 총괄하는 조대규 대표이사에 대부분 집중돼 있다"며 "조대규 대표이사에 대한 총괄적 관리·감독은 이사회 및 이사회 의장인 신창재 대표이사가 점검토록 함으로써 대표이사와 이사회의장 겸직에 따른 이해상충을 보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현재 한화생명은 각자대표 내정 단계"라며 "대표이사-이사회 의장 분리 건은 향후 이사회 등 절차를 거쳐 각자대표 체제가 공식 확정된 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신한라이프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를 검토하고 있지만, 당분간 내부통제위원회를 통해 이해상충 방지에 노력하겠다는 계획이다.

신한라이프 관계자는 “현재는 겸직 중이나 분리를 검토하는 중”이라면서 “겸직 시 우려되는 이해상충 방지를 위해 이사회 산하 내 내부통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손보사의 경우 흥국화재는 겸직 해소를 검토 중이고 이해상충방지 차원에서 이사회 산하에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내부통제위원회를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SGI서울보증보험 관계자는 “이사회 의장 분리선임과 관련해서는 장기적으로 업권 내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할 예정”이라며 당분간은 겸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케이뱅크, 토스뱅크, 한국씨티은행, 겸직 해소 계획 없어

은행권은 케이뱅크, 토스뱅크, 한국씨티은행 3군데서 겸직을 하고 있다.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출범해 올해 9년차에 접어든 케이뱅크는 현재 최우형 은행장이 이사회 의장도 맡고 있다. 최 행장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 의장에 재선임되었다. 토스뱅크는 이은미 대표이사가, 한국씨티은행은 유명순 행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이들 3개 은행 모두 대표이사의 이사회 의장 겸직으로 이해상충이 생기지 않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케이뱅크 본사 전경
▲케이뱅크 본사 전경
케이뱅크 관계자는 “선임 사외이사를 두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가이드 내에서 법을 위반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토스뱅크 관계자도 “초기 기업의 경우는 책임경영과 이사회 효율성에 중점을 두어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현재 체제 아래에서 합리적 의사결정과 책임 경영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는데 향후 필요 시에는 변화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씨티은행 측도 유명순 행장이 현안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만큼 이사회 의장으로서 이사회 구성원들의 요청 사항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등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해 분리하지 않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겸직이 지배구조법에 따라 금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원활히 작동되지 않을 우려가 있다”면서 “겸직을 유지하려면 책무구조도 도입에 따라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회사들도 비용 절감 등의 이유가 있겠지만 대표가 의장이면 이사회가 견제 역할을 제대로 못 하기 때문에 외국에서도 대부분 분리하고 있다. 지배구조의 투명성, 독립성을 위해서라도 장기적으로는 분리를 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이철호·서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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