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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소송만 800건, 아파트 표준약관이 '해결사' 될까?

문지혜 기자 jhmoon@csnews.co.kr 2013년 12월 04일 수요일 +더보기

# 지난 3월 인천 청라 지구에 들어선 초고층 아파트에서 일부 철근이 누락된 사실이 밝혀졌다. ‘아파트 중간층 내진 구조물에 수십가닥의 철근을 빼고 공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실제로 콘크리트 벽을 뜯어 검사한 결과 설계와 다르게 시공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 당시 입주예정자들은 부실시공이라고 주장하며 계약 파기까지 요구했지만 시공사인 건설사는 빠진 철근의 양이 0.2%에 불과해 안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자 일부 입주민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것. 입주자예정자 협의회는 소송을 통해서라도 자신의 권리를 회복하겠다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 지난 7월 분양받은 아파트에 입주한 백 모(여)씨. 입주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아파트 천장에서 물이 새기 시작했다. 작은방, 부엌 등에서 물이 지속적으로 떨어져 이사올 때 새로 구입한 가구나 가전용품이 망가질 지경까지 이르렀던 것. 뿐만 아니라 며칠 전에는 물이 새다 못해 천장이 주저앉아 백 씨를 기겁하게 만들었다. 이에 대해 항의하자 건설사 측은 한 달이나 시간을 끌다가 보수공사를 해줬다. 하지만 백 씨가 구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집이 누더기가 됐다며 계약 해지를 요구하자 건설사 측은 계약서에 명시된 계약 해지 사유에 속하지 않는다며 거절했다. 백 씨는 “계약 해지 등 입주자 권리를 보장받으려면 민사소송밖에 없는 것이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파트 하자 분쟁이 잦은 가운데 최근 개정된 아파트 표준약관이 '해결사'가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 하자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아파트 하자 분쟁은 836건. 2011년 327건, 2010년 69건에 그쳤던 것에 비해 2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 역시 상반기에만 652건이 접수돼 지난해 기록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분쟁을 줄이기 위해 지난 11월 22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아파트 계약 해지 사유 등을 추가한 '아파트 표준 공급계약서(이하 표준약관)'를 개정했다.

공정위는 표준약관에 포함된 소비자의 계약 해제권 사유 조항을 기존 1개(입주 지연)에서 5개(입주 지연, 중대한 하자 발생, 허위분양광고, 이중분양, 계약 위반 등)로 대폭 늘렸다.


이들 5개 조항은 그동안 아파트 입주자와 건설사들 사이에 발생하는 분쟁의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중대 사안들이다.

그동안은 새 아파트를 분양받은 후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계약해지가 쉽지 않았다.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아파트 구입 대금외에 각종 세금문제가 얽혀있기 때문. 이때문에 건설 혹은 시공사와 분쟁이 생겨 계약을 해지하려면 민사 소송이 유일한 대안이었다.


공정위 측은 이번 표준 약관 제정으로 소송 등 법적 분쟁으로 가는 사례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업자가 약관조항을 근거로 계약 해제를 거부할 경우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아파트를 구매하거나 소송으로 가던  관행이 없어지고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계약 해제권을 주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

또한 개정안에서는 사업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계약이 해제될 경우 법정이율(민법 5%, 상법 6%)에 해당하는 이자를 위약금에 가산해 반환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어 보상 금액에 대한 분쟁 역시 줄 것으로 공정위는 기대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비자가 계약 해제권을 행사하는데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법원 판례를 분석해 대표적인 계약 위반 유형을 추가한 것”이라며 “계약 해제권 발생사유가 구체적으로 명시됐기 때문에 잘 알지 못해 피해가 발생하거나, 복잡하게 민사 소송으로 가게 될 여지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그동안 그동안 '민법 제 574조'에 따라 △입주예정일 △ 호당 주택공급면적 △ 하자보수대상 및 책임기간 △ 해약조건 등 분양계약과 다른 부분이 있는 경우 △ 분양공고에 나온 아파트의 외형과 재질이 달라진 경우 △ 모델하우스의 자재나 견본이 실제 아파트와 다른 경우 등 대금의 감액, 계약 해제, 손해배상 등을 청구할 수 있었던 사례들을 참고해 개정안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조망확보, 중도금대출 가능, 전철역까지의 거리, 부대시설 등 허위 과장 광고를 보고 계약을 했지만 실제로 이행되지 않았을 경우 분양 계약을 취소하거나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

한편 지난해 기준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대림산업, 롯데건설, 현대산업개발, SK건설, 두산중공업 등 국내 10대 건설사가 부실시공이나 계약 위반 등으로 피소된 소송건 수는 800건, 소송가액은 2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문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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