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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허위공시에 대처하는 현대중공업과 금감원의 자세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2017년 01월 04일 수요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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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3일 현대중공업이 후판 매입가격을 지난 4년간 허위공시해 왔다는 보도를 낸 뒤 많은 전화를 받았다. 현대중공업 노조와 울산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의 보좌관, 주주, 애널리스트 등으로부터다.  

특히 현대중공업 노조에서 이 문제에 대해 심도 있게 파고 들었다. 노조 관계자는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진 뒤에 혹시 공시된 111만 원이라는 가격이 회계상에도 실제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노조 관계자가 그런 의심을 품을 수도 있다고 생각됐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대답했다. 정확한 팩트에 대해서만 언급을 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측의 대응은 좀 달랐다. 현대중공업은 사내 소식지를 통해 후판가격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업계 불문률이라며 자신들의 잘못들 덮기에 급급했다. 노조 측은 이에 대해 톤당 가격을 엉터리로 공시한 것은 회사인데 이를 지적한 기사를 허위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했다.

울산에 지역구를 뒀다는 국회의원 보좌관은 자신이 받아 본 후판 매입가격 정보가 기사내용과 다르다고 했으나, 정확한 공시정보를 알려주자 수긍했다. 

소액주주들의 관심도 폭주했다. 정확한 투자정보를 전달해야 할 공시제도가 허위로 운영되고 있는데 대한 비판과 성토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해당 항목을 의무공시사항으로 정해 놓았고, 또 이를 제대로 감시해야 할 금융감독원 측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금감원은 '일급 보안사항이란 이유로 정확한 정보가 공시 담당자에게 전달되지 않는 상황에서 업데이트를 하지 않고 관성적으로 기재를 해오다가 발생한 잘못 같다'며 현대중공업의 단순 실수라는 입장을 보였다. 4년간 똑 같은 숫자를 올려 놓았는데도 허위공시는 아니고, 굳이 판단을 하자면 과대공시로 볼 수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결국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2월 30일 공시 내용을 정정했다. 4년간 톤당 111만 원으로 적어오던 것을 2014년 톤당 90만 원, 2015년 61만 원, 2016년 3분기 52만8천 원으로 각각 변경했다.

또 내년 3월부터는 새로운 매입가격 기준치를 적용해 기재키로 했다고도 전했다. 

후판 가격은 기밀사항이라는 주장을 뒤늦게 뒤엎은 셈이다. 다른 업체들은 각자의 기준을 정해서 이미 하고 있는 일을 세계 최대 조선업체라는 현대중공업이 마지 못해 따라가는 모양새다.

문제는 해결됐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다. 현대중공업이 잘못에 대해 제대로 해명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기 보다는 '업계 불문률'이라는 핑계로 일관하다가 노조와 투자자들의 불만이 잇따르자 마지 못해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의 공식 대외채널인 홍보실은 이 문제에 대해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다. 

공시를 제대로 하지 않고도 '불문률'을 내세워 이를 정당화하려 했던 현대중공업의 태도, 인력 부족을 이유로 허위공시 혹은 과대공시에 대한 단속이 쉽지 않다는 말로 손을 놓아 버린 금융당국.

이런 것들이 기업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그로 인해 노사관계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원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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