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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착한 바보'가 큰소리 치는 세상 만들어야

백진주 기자 k87622@csnews.co.kr 2017년 01월 25일 수요일 +더보기
언제부터인가 착하다는 게 바보스럽다는 뜻으로 오인되고 있는 듯싶다. 믿음이라는 것 역시 쌍방 간의 책임이 필요한 것이 아닌,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 한 쪽의 일방적인 생각인 것 마냥 굳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소비생활을 들여다보다 보면 가장 자주 접하게 되는 것이 허위과장과 관련한 문제다. 도처에 깔려 있는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저가’로 기재된 가격을 믿고 클릭한 여행상품은 페이지가 넘어가는 순간 가격이 2~3배가 넘게 뛰어 오른 걸 보게 되고, 먹음직스러운 광고 사진을 보고 구매한 햄버거의 실물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어디 그 뿐인가. 제한 없이 마음 놓고 쓰라던 휴대전화 데이터는 사실상 사용량에 제한이 있었고, 주차 걱정 없이 운전하라는 광고를 믿고 구입했던 차량으로 주차 중 접촉사고가 나자 “보조수단일 뿐 전적으로 의존해선 안 된다”는 제조사의 답변에 할 말마저 잃게 된다.

그렇다보니 이제 업체들이 내건 광고를 그대로 믿은 소비자가 바보 취급을 받는 상황까지 왔다.

‘전철과 5분 거리’라는 분양 광고는 믿는 소비자가 어수룩한 거며, 일단 받아보시고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 반품해도 상관없다는 말을 곧이 고대로 믿고 구매와 반품을 반복했다간 블랙리스트에 올라 해당 홈쇼핑을 이용하지 못하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얼마 전 본지는 <완충된 노트북 사용시간 10시간? 천만에~ 뻥 광고 기승>이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일반적인 사용 환경이 아닌 전원만 켜둔 상태를 기준으로 시간을 책정해 배터리 사용시간이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그런 엉터리 기준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내로라하는 제조업체들이 ‘최대 10시간 배터리로 하루 종일 업무나 학업에 사용하더라도 걱정이 없습니다. 별도의 어댑터를 휴대하지 않아도 충전 걱정 없이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라고 마치 일상적인 사용 환경을 기준으로 한 것 마냥 광고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몇 시간 후 기사 아래 이런 내용의 댓글이 달렸다.

‘납작한(슬림형) 노트북에 10시간을 바란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거 아닌가? 납작이든지, 배터리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지...’ 라는 내용이었다.

기사를 두고 지지나 비판하는 댓글이 달리는 건 흔한 일이다. 다소 거친 항의 글이 달린다고 해도 그다지 놀라울 게 없다.

하지만 이 글은 다소 충격으로 다가왔다. 어느 순간부터부터 우리는 업체 측 광고에 으례 과장이 있다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암묵적 약속을 한 걸까?

‘상기 이미지는 실제 상품과 다를 수 있다’고 표시했으니 내용물이 형편없이 부족해도 수긍해야 하고, 제품 사용으로 부작용을 겪었다고 해도 개인차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이니 그저 내가 운이 없었다고 생각하고 넘어가야 하는 건지...

시국이 어지러운 때라 조금 더 예민해지는 지도 모르겠다. 이제껏 그래왔으니, 세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테니 적당한 선에서 눈감아주면서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어쩌면 가장 나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계속 머리를 맴돈다.

귀찮아서,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핑계를 앞세워 넘겨버린 바람에 신뢰에 배신당하고 호갱 취급을 받으면서 그게 문제라는 인식조차 못한다면 그건 착한 것이 아니고 어리석은 게 분명하다.

기업들이 내건 약속을 곧이곧대로 믿는 게 ‘착한 바보’라고 지탄 받을 일이 아니고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부분을 묵인하는 게으름과 비겁함을 부끄러워하는 문화에서부터 세상의 변화가 시작된다고 믿고 싶다.

[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백진주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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