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소비자 괴담] 국산 맥주는 '소맥용'으로 만들어 싱겁다고?

문지혜 기자 jhmoon@csnews.co.kr 2017년 05월 17일 수요일 +더보기

다양한 소비생활에서 생겨난 오해와 편견은 ‘소비자 괴담’으로 확산되기도 한다. 해묵은 오해는 기업에 대한 불신으로 바뀌고 소비자와 기업 간 갈등의 골도 깊어진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은 소비자들이 오랜 시간 가진 오해와 편견, 고정관념을  심도 있게 짚어봄으로써 실제 진실이 무엇인지 가려내는 '기업 죽이는 소비자 괴담..오해와 편견을 깨자'는 주제의 연중 기획 캠페인을 시작한다.

소비자의 생각과 기업의 입장,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해 오해를 풀고 신뢰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국산 맥주는 수입 맥주에 비해 싱겁지 않나요? 업체들이 생산단가를 줄이기 위해서 맥아 함량이 낮춰서 그렇다는데요. 소주와 맥주를 섞는 소맥용으로 만들어 맛은 없고 판매량만 늘린다는 얘기도 있고요.”

국내에 들어오는 다양한 수입 맥주들에 비해 오비맥주 ‘카스’나 하이트진로의 ‘하이트’ 등 국산  맥주는 맛이 싱겁다는 소비자들의 고정관념은 여전하다.

특히 2011년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게재된  ‘한국 맥주는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다’는 칼럼  기사가 널리 알려진  이후 이 같은 편견은 더욱 굳어졌다. 수입 맥주는 맛도 진하고 종류가 다양한데 반해 한국 맥주는 소맥으로 섞어먹는 개성이 없는 맥주라는 것이다.

실제로도 그럴까. 정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맥주는 주원료인 맥아의 함량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소비자들은 한국 업체들이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맥아를 적게 넣어 맛 역시 싱겁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국산 맥주의 맥아 함량은  70%가 훌쩍 넘는다.

▲ 국내 '올몰트' 맥주들의 맥아 함량이 100%에 달한다. 왼쪽부터 하이트진로 맥스, 오비맥주 프리미엄OB, 롯데주류 클라우드.
맥아함량만 따져보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수입 맥주와 크게 다르지 않다. 유럽과 일본 맥주의 경우 모두 맥아 함량이 66.7%를 넘어야 맥주로 판매할 수 있다. 따라서 66.7%이상 100%까지 맥아 함량의 맥주들이 시판되고 있다는 결론이다. 500년 동안 지켜온 '독일 맥주 순수령'에 따라 독일 맥주는 모두 맥아 100%다. 

그렇다고 국산 맥주에 맥아 100%가 없는 것도 아니다. 오비맥주의 프리미어OB, 하이트진로의 맥스, 롯데주류 클라우드 등에는 '올몰트(ALL MALT)' 혹은 '100% 몰트(MALT)'라고 표시돼 있다. 즉  맥아에 전분, 쌀 등을 섞는 일반 맥주와 달리 맥주의 맥아 함량이 100%라는 의미다. 프리미엄이 아니라도 스타우트, 드라이피시니d는  80%이며, 카스나 하이트 역시 70% 이상이다. 모두 국제 기준에 견줘 맥아함량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하이트진로는 맥아가 적게 들어간다는 소비자 편견을 불식시키기 위해 2013년부터 모든 제품의 맥아 함량을 공개하고 있다. 맥아 함량만이 맥주 맛을 결정하진 않지만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질이 낮은 제품을 내놓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전하기 위해서다. 

170515hh.jpg
▲ 제품에는 '맥아 함량 70% 이상' 표시되어 있다.

국내 맥주가 싱겁다는 편견은 맥주의 종류와도 관련이 있다. 맥주는 발효 방식에 따라 크게 라거와 에일로 나뉜다.

라거는 아래로 가라앉는 하면발효 효모를 사용해 4~10도 가량의 낮은 온도에서 6~10일간 발효시키는 방식으로, 가벼운 맛과 시원한 목넘김이 특징이다.

반면 에일은 위로 떠오르는 상면발효 효모를 사용해 18~25도 고온에서 발효시키는 방식이다. 라거 맥주에 비해 청량감은 떨어지지만 무거운 맛과 풍부한 향을 가지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소비자들의 취향을 분석한 결과 시원한 목넘김이 있는 ‘페일 라거’를 전면에 내세우게 된 것인데 이를 에일 타입과 비교해 싱겁다고 하는 것은 종목이 다른 선수를 경쟁시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오비 맥주 관계자는 “개성 강한 에일 타입이 주를 이루는 수입 맥주나 수제 맥주를 처음 접한 소비자들이 한국 맥주가 싱겁다고 평가하는데 비교 대상이 잘못됐다고 볼 수 있다”며 “한국 맥주 역시 다양한 종류의 맥주가 생산되고 있는 만큼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왜 이같은 오해와 편견이 불식되지 않고 있는 것일까?

업체 관계자들은 주세법이 바뀌면서 맥아 함량이 10%만 넘어도 맥주로 분류되는 바람에 이 같은 오해가 생겼다고 입을 모았다. 1999년 이전에는 맥아 66.7%를 기준으로 세금이 매겨졌다. 맥아함량이 그 이하면 맥주로 분류되지 않아 주세 적용을 받지 않았던 것. 그러나 이후  맥아 함량이 기준치 이하인 제품이 국내로 대거 유입되면서 세수가 줄어들 것을 우려한 정부가 맥아 함량 기준을 10%로 바꿨다.

즉 맥아 함량이 10%인 제품도 맥주로 인정받은 것인데, 당시 소비자들이 국산 맥주의 맥아 함량이 10%라고 오인한 것이다.  그로부터 18년이 지났음에도 제대로 불식되지 못한 소비자들의 오해가 여전한 것이다.

이 같은 오해를 풀기 위해 오비맥주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꾸준히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평소 맥주를 즐기는 기자 10여명을 초청해 국산 맥주, 수입 맥주를 섞어놓고 제품명을 맞추도록 하는 블라인드테스트를 실시했다.  놀랍게도 정답을 맞힌 사람이 단 한사람도 없었다. 상표를 가리고 맛만 가지고는 국산을 분별하지 못한 다는 것. 이 점도 역시 국산 맥주가 싱겁다는 소문이 오해에 불과하다는 점을 반증한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업체 관계자는 “꾸준한 제품 개발과 신제품 출시를 통해 해외에서 호평을 받는 경우도 많다”며 “국내 소비자들의 맥주 소비 패턴에 맞춰서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것일 뿐인데 소비자들의 오해가 아쉽다”고 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문지혜 기자]

<저작권자 ⓒ 소비자가만드는신문 (http://www.consumer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개의 의견이 있습니다.
profile photo
비어 2017-05-27 14:48:50    
함량이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기자분도 드셔 보셨으면 분명히 바디감이나 풍부한 맛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셨을텐데, 단순히 그것을 소비자들의 선입견이 만들어 낸 오해라고만 할 수 있을까요?
1.***.***.253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