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캠페인
퇴직연금 가입대상 확대에도 소비자 반응 미지근한 까닭은?
상태바
퇴직연금 가입대상 확대에도 소비자 반응 미지근한 까닭은?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17.08.11 08: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입가능 대상이 대폭 확대되면서 주목을 받았던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인기가 불과 보름 만에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금융사들이 가입자 유치를 위해 퇴직연금 수수료율을 낮추거나 아예 없애고, 일부 시중은행은 지난달부터 기존 입출금 고객들을 '입도선매'하는 등 초반 과열경쟁이 빚어졌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소비자들이 비과세를 비롯해 기존 상품보다 후한 혜택을 기대했으나 금융사들이 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비해 금융회사들은 전체 퇴직연금 시장에서 IRP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성과를 기다려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IRP는 퇴직 또는 이직 시 받은 퇴직금과 개인적으로 낸 자기부담금을 본인 퇴직계좌에 적립해 운용하다가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받을 수 있는 계좌로 매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대표적인 절세형 노후보장 상품이다.

과거에는 IRP형 퇴직연금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기존 퇴직연금(DB형/DC형) 가입자 또는 퇴직금을 수령한 사람에 한해서만 가입이 가능했지만 지난 4월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퇴직금제도 근로자, 자영업자, 공무원, 교직원, 군인 등 직역연금 가입자 등으로 가입 대상이 확대됐다.

0810001.jpg

◆ 수수료율 인하로 가입자 유치? 낮은 수익율 등 경쟁력 부족 평가

IRP 가입 확대 이후 은행 및 증권사들은 IRP 가입 관련 통계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ISA 출시 당시 마케팅 차원에서 경쟁적으로 가입 현황을 공개하며 분위기를 띄운 것과는 다른 행보다. 

금융사들은 금융당국이 IRP 고객유치 과정에서 과열조짐이 보임에 따라 올해 하반기 중 실태점검에 나선다는 이야기가 나돌면서 몸을 사릴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ISA 출시 이후에도 과열 경쟁으로 인한 불완전판매가 이어지면서 소비자 불만 건수도 급증한 바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IRP가 전체 퇴직연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수탁고 기준 10%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규모가 크지 않아 아직까지 가입대상 확대로 인한 의미있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다수 금융업계 종사자들은 IRP가 소비자들에게 그다지 매력적인 상품이 아니라는 점이 초반 흥행 실패의 진짜 이유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달 말 삼성증권이 수수료를 없앴고 신한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일부 시중은행도 수수료율을 낮추며 마케팅을 이어갔지만 소비자들의 구미를 당기기에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IRP는 본인이 납입한 금액에 대해 합산해 연 400만 원 한도 내에서 13.2%의 세액공제 혜택이 있으며 300만 원을 추가로 공제받을 수 있어 연 700만 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고 만 55세 이후 적립한 퇴직연금을 안정적인 노후 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중도인출 역시 55세 이전에는 무주택자 주택구입이나 파산선고, 천재지변 발생 등 지나치게 제한적인 경우가 아니면 불가능해 자산운용 차원에서 부담스럽고 펀드 보수를 비롯해 추가적으로 붙는 수수료가 있어 고정적인 유지비용이 많은 것은 단점이다.

무엇보다 IRP를 비롯한 퇴직연금 수익률이 2~3%대에 불과해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 지나치게 낮고 물가상승률을 감안한다면 실질적으로는 0%대 수익률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퇴직연금 공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IRP 연간 총비용부담률은 메트라이프생명이 1.15%로 가장 높았고 유안타증권(0.85%), 신영증권(0.75%) 등 수수료율이 연간 1%에 육박하는 금융사도 있었다. 연간 총비용부담률은 1년 간 가입자가 부담해야하는 운용·자산관리 수수료와 펀드보수, 펀드판매수수료를 적립금으로 나눈 수수료율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삼성증권이 선제적으로 수수료를 없애면서 여러 증권사들이 수수료 면제를 포함한 인하 방안을 검토했지만 아직까지 수수료 인하로 인한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시장 반응을 면밀하게 보고 있지만 당장 수수료율 인하 카드를 꺼낼 만큼 뜨거운 반응이 아직까지는 나오고 있지 않다"고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다수 증권사들은 IRP 가입자 확대 이후 신규 계좌개설 고객에 대해 백화점 상품권과 영화 티켓을 증정하는 등 이벤트를 실시하고 IRP 관련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지만 전사적으로 홍보전에 나서는 분위기는 아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IRP 수익률이나 장기간 연금 자산을 묶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IRP보다 다른 금융상품을 선택하는 기회비용이 더 크다는게 문제"라면서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 ISA 만큼 주목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