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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 넘으면 투자 부적격자?...투자자 숙려제도 실효성 논란

'나이'라는 일방적 잣대에 투자 기회 상실 우려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2018년 09월 20일 목요일 +더보기

70세 이상 고령 투자자가 위험도 높은 금융투자상품을 청약할 때 유예기간을 주고 청약 전 과정을 녹취하도록 하는 '투자자 숙려제도(이하 숙려제도)'가 지난해 4월부터 도입됐지만 불완전판매가 줄어드는 일부 긍정적인 효과 보다 고령투자자들을  불편하게 하고 온라인 청약시에는 적용되지 않는등 실효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숙려제도는 금융투자상품 청약 후 부적합 투자자나 70세 이상 투자자가 상품 구조 및 투자위험 등을 충분히 숙지하고 투자결정을 할 수 있도록 2영업일 이상 숙려기간을 부여하는 것이다. 공모 방식의 파생결합증권(ELS·DLS), 신탁과 펀드를 통한 파생결합증권 투자상품(ELT·ELF) 등이 해당된다.

숙려대상 투자자는 청약마감 2영업일 전까지 청약하고 숙려기간(2영업일)동안 최종 투자여부 결정할 수 있다. 금융회사는 숙려대상 투자자에게 청약 다음 날부터 숙려기간 종료전까지 해피콜 등 전화로 위험 및 청약취소 방법 등을 추가 안내해 투자자의 신중한 선택을 돕는다.

정부 당국은 제도 도입으로 금융투자업권의 소비자보호역량 강화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금융투자상품 자체가 내용이 어렵고 복잡하지만 투자자가 거액의 투자금을 신중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면서 소비자들에게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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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숙려제도 도입 후 실시된 2017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실태평가(이하 실태평가)에서 다수 증권사들은 '상품판매과정에서의 소비자보호체계 구축 및 운영' 부문에서 '양호' 이상의 좋은 평가를 받았다.

2016년도 평가에서는 이 부문에서 양호 등급을 받은 증권사가 2개에 불과했지만 이번 평가에서는 대신증권을 제외한 9개 회사가 양호 평가를 받았다. 다른 부문보다 확연히 좋아진 모습이다. 

금융감독원 측에서도 숙려제도가 도입되는 등 증권사들이 소비자보호 역량을 강화하면서 전년 대비 실태평가 지수가 크게 향상됐다는 입장이다. 증권사에게도 숙려제도가 불완전판매를 줄일 수 있어 추후 분쟁 발생 시 유리한 판단 잣대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제도 도입의 이점으로 꼽힌다.

◆ 시간 지체, 복잡한 절차에 일부 고령 투자자 반발..."투자 경험 반영" 의견

반면 숙려제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도 팽팽하다.

소비자보호라는 제도 취지는 공감하지만 실제 영업현장에서는 상품 청약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 소비자와 증권사 직원 모두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70세 이상 투자자를 사실상 부적합 투자자로 인식해 의무적으로 숙려기간을 두면서 일부 고령 투자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는 반응도 있다.

제도에 따르면 70세 이상 고령투자자는 지점을 방문해 파생결합증권 청약시 전 과정이 녹취되고 30~40분여 간 상품 설명을 들은 뒤 청약 결정을 해야하는데 이마저도 2영업일간 숙려기간을 거쳐 최종적으로 청약이 완료되기 때문에 절차가 복잡하고 불필요한 과정이 많다는 것. 

숙려기간(2영업일)이 있다보니 공모기간이 짧은 ELS와 같은 상품은 공모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과거 투자이력을 보고 70세 이상 투자자 중에서도 투자 경험이 많은 투자자는 제외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증권사에서 최근 6개월 간 투자이력이 있는 고령투자자는 숙려제도를 적용하지 않는 방향을 금융당국에 건의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자와 영업직원 차원에서도 필요한 제도는 맞다"면서 "다만 지점 접근성이 과거보다 편리한 상황이 아님에도 고령 투자자라는 이유로 방문 후 숙려기간을 거쳐 다시 내방을 해야하는 등 불편하다는 목소리가 있다"고 전했다.

온라인 채널을 통한 파생상품 청약시에는 70세 이상 투자자에 대해 숙려기간이 배제된다는 점에서 현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다. 초기 제도 도입 당시 온라인 채널을 통한 공모이거나 파생결합사채(ELB·DLB) 또는 사모방식의 금융투자상품 판매시에는 70세 이상 고령투자자도 숙려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

온라인 공모시 투자설명서 확인 후, 청약신청 완료 전 자가진단 과정을 진행하여 파생결합증권에 대한 이해 및 위험인지 제고하고 나서 청약이 가능하다. 다만 오프라인과 달리 70세 이상 고령투자자에게 숙려제도가 적용되지는 않는다.

한편 금감원은 파생상품 관련 불완전판매가 온라인 채널보다는 오프라인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온라인 채널에서 자가진단을 통해 상품 내용에 대한 내용을 충분히 숙지한 상태라면 불완전 판매 가능성이 오프라인에 비해 압도적으로 낮다는 점이 감안된 결과라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투자자보호가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전제하에 투자자 숙려제도를 도입했고 일부 영업현장에서 불편하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반대로 하면 결국 투자자보호에 허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온라인 채널을 통한 공모는 이미 공인인증서를 받고 증권계좌를 개설하는 절차가 필수적이고 추가 자가진단 과정을 통해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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