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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과의전쟁②] 손발 묶인 금감원, 단속에 한계...제도개선 없인 속수무책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2018년 11월 05일 월요일 +더보기

금융당국의 강력한 단속의지와 금융사의 피해예방 노력, 소비자의 경각심 확대에도 불구하고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기수법이 갈수록 진화하면서 올해 상반기 피해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나 늘어났을 정도다. 보이스피싱 예방차원에서 피해 현황과 범행수법, 금융권의 대응 동향 등을 6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수 많은 피해자를 낳고 있는 보이스피싱이 근절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제도적 한계 때문이다. 보이스피싱 방지를 위해 일선에서 뛰고 있는 금융감독원에 조사권과 중지명령권 등 핵심기능이 빠져 있어 문제를 발본색원할 수 없는 구조다.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대포폰도 포이스피싱 근절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금감원은 제보 등을 통해 보이스피싱 피해를 가장 먼저 인지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금감원은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기 위해 불법금융대응단을 따로 두고 있다. 

◆ 금감원, 보이스피싱 근절 위한 조사권 등 핵심권한 없어...1차 대응 한계 

하지만 금감원에는 조사권, 중지명령권 등 보이스피싱을 근절을 위한 핵심권한이 없어 1차 대응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현행 법상 보이스피싱과 미등록대부업 등 불법사금융은 비금융사기업에 의한 불법행위여서 금감원이 혐의업체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거나 조사권을 행사할 권한이 없다. 자료요구권이 없는 금감원이 자료 수집과 사실관계 확인에 시간이 걸림에 따라 줄일 수 있는 피해가 커지는 경우가 생겨난다.

확정수익률을 제시하는 유사수신행위나 보이스피싱 사기행위도 신고를 받아서 피해를 확인하고 사건을 수사기관에 통보하는 수준에 그친다.

금감원이 뒤통수를 맞는 엉뚱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불법금융대응단은 보이스피싱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A 씨의 제보를 받아 피해를 확인한 후 사건을 수사기관에 넘겼다. 그런데 경찰 조사결과 이 사건은 보이스피싱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알고 보니 A씨가 불법 도박사이트에서 돈을 잃고는 보이스피싱이라며 금감원에 허위신고를 한 것. 

불법금융대응단 관계자는 "조사권이 있었다면 사전에 사실관계 확인을 하고 허위신고를 걸러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고 신속한 조사가 필요할 사건은 '패스트트랙'이라는 절차에 따라 검찰에 넘기고 있다. 올해도 14건을 이 같은 방식으로 긴급조치했다. 하지만 신속처리 사건이라도 어느 정도 조사를 진행해 혐의를 구체화하지 않을 경우 실무적으로 검찰에 넘기기 어렵다.

또 금감원은 보이스피싱 불법행위에 대한 중지명령권, 과징금 부과권한 등 보이스피싱 근절을 위한 사후적 권한이 없다. 현재 금감원의 금융감독은 업권별로 구분해 금융회사들을 규제하는 형식이다. 보이스피싱이 여러 권역의 특성을 가진 복잡한 불법행위 및 신·변종 불법행위들이기 때문에 개별 금융업에 포섭해 대응하는 데도 한계를 겪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행 금융관련 법령은 비금융 기업 등의 불법행위에 대해 사후적 처벌 위주로 규제하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금융당국의 조사권한이 미치지 않고 사전적 피해확산 방지조치가 어려워 실효적 대응에 한계가 있는 만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정훈 의원(자유한국당)은 "금융감독원은 혐의업체에 대한 조사권한이 없어 자료수집 및 사실관계 확인 등이 어렵다"며 "금융당국의 조사권, 조사결과 공표권, 조사 불응시 과태료 부과 등의 권한을 부여하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7월 '불법 금융행위 피해방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 제정안에는 금감원에 조사권을 부여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금감원도 지난 10월 12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현황 보고를 통해 "지능화되는 불공정거래행위에 실효성 있게 대처하기 위해 디지털포렌식 장비, 현장조사권 등 조사수단 확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조사권을 민간기구인 금감원에 부여할 수 있는지를 놓고 논란이 되고 있다.

또 소비자의 불편을 초래할 수 있어 금감원이 보이스피싱 방지제도를 도입해 놓고도 강력하게 밀어붙이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금융회사와 신규 거래하는 고객에 대한 금융거래 목적 확인, 고액현금 인출시 지연 인출제도 등은 보이스피싱 방지에 효과적이지만, 금융거래를 불편하게 한다는 원성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 보이스피싱의 숙주, 대포폰과 변호변조 제거 힘들어...규제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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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대포폰. 보이스피싱 범죄 수단으로 악용된다.

보이스피싱의 숙주인 대포통장과 대포폰 중 대포통장은 상당히 줄였지만 대포폰은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다. 보이스피싱을 가능케 하는 도구로 대포통장과 대포폰이 사용된다. 대포폰은 피해자를 속이기 위한 통화 용도로, 대포통장은 피해자가 속아 입금한 돈을 빼내기 위해 필요하다.

경기도 광명시에 사는 A씨는 은행 직원이 전화를 걸어 저금리 대출상품으로 바꿔준다는 상품을 바꿔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900만원을 이체했다. 피해를 당한 뒤에 알고 보니 연락 받은 휴대전화는 대포폰이었고 상대방은 은행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사범이었다.

대전에 거주하는 B씨는 자신을 검사라고 소개한 남성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범죄에 연루됐으니, 계좌에 예금된 돈을 지정한 계좌로 보내야 범죄 의혹을 벗어날 수 있다는 취지의 전화였다. B씨는 혹여 자신이 범죄에 연루될까 겁이 나 5400만 원을 검사라는 남성에게 전달했다. 이 범죄에도 대포폰이 활용된 탓에 범인을 추적할 방법이 없었다.


그나마 대포통장은 금융당국의 여러차례 규제로 일반 시민들의 통장개설이 어려워지는 부작용까지 감수하면서 줄이는데 성공했다. 대포통장 범죄검거 건수는 2015년 5만7299건에서 작년 4만5422건으로 3년새 1만1877건(21%)이 감소했다.

하지만 대포폰과 발신번호 변조는 뿌리뽑지 못하고 있다. 범죄자들은 보이스피싱을 할 때 미리 요금을 낸 대포폰을 사용하고 '070'으로 전화를 걸면서 번호를 변조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5년 325건이던 대포폰 관련 범죄 검거건수는 2016년 838건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도 719건을 기록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적발된 보이스피싱 중 '010'이나 '02' 등의 번호로 걸려온 전화는 '070'으로 걸려온 전화의 약 10배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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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에 이용되는 번호가 '070'에서 '02', '010'으로 확산되더니 최근엔 금감원 콜센터 번호까지 등장했다. 사람들이 의심 없이 전화를 받도록 번호를 위장하고 있는 것이다. 전화번호 변조는 금융당국의 대응으로는 여실한 한계를 보이기 때문에 경찰청과 정보통신부의 협조가 필요하다.  

전화번호 변조는 통신사업자의 허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이 주로 사용하는 별정통신사업자(인터넷전화 사업자)는 약 570곳으로 대부분 매출액이 10억 원 이하인 영세 업체들이다. 경찰 등에 따르면 사기범들은 통신사업자에게 번호를 바꿔주는 대가로 많게는 수천만 원을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별정통신사에 대한 상대적으로 느슨한 관리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별정통신사는 SKT, KT, LGT 등 기간통신사업자의 회선을 빌려 통신업을 하는 사업자로 허가를 받아야 하는 기간통신사업자와 달리 일정 요건만 갖춰 등록만 하면 돼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다.

경찰은 단속을 통해 불법변호변작을 차단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만큼 과학정통부가 휴대폰 개설 요건을 강화하거나 기술적으로 번호변작이 불가능하게 차단하는 등 해법을 내놔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과학정통부는 몰래 불법 번호변작을 하고 있는 곳은 수사당국이 단속해 적발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엇갈린다.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다. 현행법은 전화번호를 변조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혹은 1억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많아야 500만 원 정도의 벌금을 받는 데 그칠 만큼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다.

인터넷진흥원 관계자는 "단속 강화로 보이스피싱이 근절되지 않는 만큼 번호변작 등에 대한 회선 대여 등을 엄하게 규제하고, 전화번호를 변조할 경우 보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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