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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뚫린 소비자 규정㊻] 통신사 멋대로 폭탄 위약금...상한선, 가이드라인도 없어

이건엄 기자 lku@csnews.co.kr 2018년 12월 26일 수요일 +더보기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분쟁들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등 업종별로 마련된 소비자법을 근거로 중재가 진행된다. 하지만 정작 그 규정들은 강제성이 없을 뿐 아니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빠른 시장 상황을 담지 못해 소비자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올 하반기 동안 2018년 기획 캠페인 '구멍뚫린 소비자보호규정을 파헤친다' 기획 시리즈를 통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의 문제점들을 짚어보고 개선 방향을 찾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경기도 광주시에 사는 이 모(남)씨는 사용하고 있는 통신사의 서비스 품질에 불만이 생겨 5개월 만에 해지를 시도했다. 위약금이 걱정되긴 했지만 5개월을 사용한 만큼 줄어들었을 것으로 예상하고 대리점에 방문했다. 하지만 이 씨의 위약금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가입 당시 공시지원금을 선택했는데 6개월이 지나지 않아 지원금의 100%를 물어내야 됐기 때문이다. 이 씨는 "지원금이 아예 줄어들지 않은 것은 불합리한 처사"라며 "위약금을 볼모로 통신사의 노예로 붙잡힌 상황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선택약정을 중심으로 위약금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부담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중·저가폰 구입자들이 주로 선택하는 ‘공시지원금’ 위약금의 경우 지난해 지원금 상한제 폐지 이후 오히려 부담이 더 켜졌기 때문이다.

공시지원금은 단말기 구입 가격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에 포함된 지원금 상한제 일몰 이후 중·저가폰 위주로 지원금 규모가 커졌다. 보급형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 입장에선 휴대전화 가격이 지원금보다 낮을 경우 단말기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어 많이 선택한다.

문제는 수십만 원에 달하는 지원금이 해지 시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즉 이통사의 서비스에 불만족스럽더라도 위약금을 볼모로 꼼짝없이 잡혀 있어야 된다는 얘기다.

공시지원금에 대한 위약금은 가입 후 6개월까지는 지원금의 100%를 부과한다. 6개월 이후부터는 계산법이 다르다. 전체 약정기간 중 6개월(180일)을 뺀 기간에 잔여 약정기간을 나눈 값을 지원금에 곱하는 방식(공시지원금X잔여기간/(약정기간-6개월))이다.

출고가가 59만9500원인 갤럭시A8 단말기를 예로 들면 24개월 약정의 6만9000원 요금제에 가입할 경우 이통사가 지급하는 보조금은 46만 원이다. 소비자가 사용 6개월 이전에 통신상품을 해지할 경우 보조금 전액인 46만 원을 모두 물어야 된다. 10개월 사용했다고 가정했을 경우 35만9636원의 위약금이 발생한다. 상품가입 직후부터 위약금이 감소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일정 기간 동안은 소비자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처럼 위약금이 소비자에게 다소 불리하게 작용하는 이유는 위약금에 대한 법적 가이드라인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상 사업자가 위약금을 포함한 이용약관을 등록 또는 변경하기 위해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신고만 하면 된다. 인가라고는 하지만 위약금에 대한 규정이 별도로 없기 때문에 과기부에서 제한하기 힘든 구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어느 수준까지 위약금을 정해야 된다는 규정은 없다”며 “이용자 입장에서는 상한선이 있으면 좋지만 강제 규정이 아니어서 정부가 사업자들의 위약금 정책 수립에 관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통업계 관계자도 “위약금의 경우 이용약관 신고와 함께 진행된다”며 “별도의 가이드라인은 존재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신 이용약관 등록 및 변경 신고 내용>

 1. 전기통신서비스의 종류 및 내용
 2.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
 3. 수수료·실비를 포함한 전기통신서비스의 요금
 4. 전기통신사업자 및 그 이용자의 책임에 관한 사항
 5. 그 밖에 해당 전기통신서비스의 제공 또는 이용에 필요한 사항


 
  <규정 속 허점>
  이용약관을 변경, 등록할 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인가해 주고 있지만 위약금에 대한
  별도의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 않아 산정 자체가 사실상 통신사업자 자율의지에 달려 있음.

 
더욱 우려되는 점은 최소한의 방지책인 이용약관 인가제를 폐지하려는 움직임도 있다는 점이다. 실제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은 지난달 30일 통신 이용약관 인가와 신고 의무를 완전 폐지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인가제 뿐만 아니라 신고제도 함께 폐지해 정부가 사전적으로 민간사업자의 요금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완전히 배제하고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혁신적인 요금제를 시장 경쟁상황에 맞게 즉시 출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위약금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위약금 상한제’ 등 현재의 구조를 바꾸기 위한 시도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현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는 위약금의 한도를 법적으로 정하는 ‘위약금 상한제’가 계류 중이다. 지난 2014년 단통법 시행 후 19대와 20대 국회에 걸쳐 단통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모두 '쟁점법안'으로 분류되며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한편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통신사 피해구제 5472건 중 계약불이행·위약금 등 관련 민원이 3052건으로 전체 민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건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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